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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협찬
📚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 모니터 액정으로만 만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모녀 레이스!
브라질 북동부의 따뜻한 해안 도시 나타우를 떠나,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미국 버몬트의 대학교로 유학을 온 딸이 있어요.
장학금을 받아 넓은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기쁨도 잠시,
낯선 기숙사 방에서 딸을 기다리는 건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뿐이죠.
고향에 홀로 남은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건 매일 밤 노트북 모니터 위로
켜지는 스카이프 화면이 전부에요.
6,500킬로미터라는 아득한 거리 속에서,
두 사람은 한밤중에 화면을 켠 채
함께 위스키를 마시기도 하고,
창밖의 눈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며 서로의 밤을 지켜줘요.
“그곳 생활은 어때?”
늘 똑같은 엄마의 다정한 질문으로 통화가 시작되지만,
사실 화면 밖 진짜 삶은 차마 다 전하지 못한 채
삼켜버린 말들로 가득해요.
도서관 과제, 교내 우편물실 아르바이트,
강의실에서의 발표 같은 사소한 날들이 쌓이는 동안
딸의 세계는 조금씩 변해가요.
하얀 건물들과 소나무 재질의 가구들 사이에서
거울을 보며 영어 단어 발음을 부끄럽게 연습하던 딸은,
어느새 눈밭을 걸을 때 발을 질질 끌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해 샤워할 때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주민의 삶에 익숙해지죠.
주변 사람들이 “외국인치고는 영어가 참 유창하네”
라며 칭찬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이 찝찝해지면서도,
이 낯선 마을이 원래 내 자리였던 것처럼 편안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요.
한편 엄마는 딸이 떠나간 아파트에 홀로 남겨진 채,
매일 밤 파란 스탠드를 켜고
노트북 앞에서 딸의 전화를 기다려요.
딸의 눈에는 그 엄마가 꼭
'노트북이라는 작은 수조 속에 담겨 있는 물고기'처럼 보여요.
새로운 풍경과 완벽한 아라비카 커피,
메이플 시럽 같은 세련된 취향에 물들어가는 자신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다가도 이내 부끄러움에 고개를 가로젓는 딸.
이 소설은 홀로서기를 감당하는 딸이 겪는
은근한 이물감과 잔잔한 죄책감,
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서 딸의 전화를 기다릴 엄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정교하게 담아냈어요.
떠남과 남겨짐은 영원한 단절이 아니며,
서로의 삶이 보이지 않는 단단한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홀로서기의 기록이에요.
📖 픽셀이 다 깨지는 화질구지 화면 너머로
서로 안부를 물으며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애쓰는 모녀의 모습이 애틋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저릿해질 만큼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거울 앞에 서서
낯선 언어의 발음을 연습할 때의 부끄러움이나,
그곳 문화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원래 그래왔던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정작 그 세계의 진짜 일원이 되지 못해 겉도는
'사기꾼 증후군' 같은 심리 묘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칭찬이랍시고 던지는
"외국인치고는"이라는 단어에 담긴 미묘한 선긋기를
마주할 때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가장 마음이 아렸던 대목은,
타지에서 좋은 집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만족감과 안전함을 느끼는 순간,
그 행복이 고향에 혼자 남겨진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치환되는 순간이었어요.
더 이상 소박하고 투박한 고향의 음식을
찾지 않는 자신을 보며 번 돈과 공들여 쌓은 지식이
우월하다고 잠시나마 착각했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딸의 독백을 읽을 때는 마음이 안좋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다 알리지 않는 게
나은 행복도 있다는
잔인한 깨달음이 먹먹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로부터
멀어지는 이별을 겪고,
그 빈자리를 묵묵히 견뎌내고 나서야
온전한 자신만의 집을 찾아갈 수 있다는
성장의 쓸쓸한 진실을 배웠어요.
'엄마가 없는 이곳을 정말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면서도 끝내 앞날을 향해 걸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늘 같은 자리에서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엄마에게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한 안부라도 묻고 싶어지는 다정한 작품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