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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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은행나무 @ehbook_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할 때, 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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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라고 주장하면
뭐든 용서받는 거야?”
누군가 던진 그 말에,
마음이 멈칫한 적 있다면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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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꾸 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내야 하고,
설명해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아프다고 말할 권리조차
누가 더 먼저, 더 크게, 더 자주
말했는지를 따지는
경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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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다.
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진짜 고통은 점점 묻히는 느낌.
"누구 말이 더 아프냐" 는 싸움 속에서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 사람이 많다.
누가 먼저 다쳤는지를 따지다가
진짜 다친 사람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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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지만
우리 주변 풍경과 낯설지 않다.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어느 순간, ‘피해자’ 라는 단어가
자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그 지위에 올라야
말을 시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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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진짜 피해자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많은 고통이 있었고,
그 고통을 누군가는
‘전략’ 처럼 써왔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타인의 고통을 딛고
자신의 억울함만 소리 높이는 사람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처음엔 연민을,
그다음엔 무관심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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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힘 있는 이가 연약한 척,
그 연극이 반복되다 보면
진짜 연약한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이미 귀 기울여줄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눈물에 빠져 있으니까.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말에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런 말은
진짜 필요한 사람의 말조차
희미하게 만들어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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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군가의 고통을 들을 때
그 사람이 가진 배경, 권력, 맥락,
그 말의 위치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시선이다.
우리가 응원하고 싶었던 말들이
어떻게 도구화되는지를 보는 순간,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 말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가?
그 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말이 울리는 동안,
누구의 말이 꺼져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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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저 사람은 피해자야” 혹은
“아니야, 가해자야”
그렇게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모든 고통이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없고,
모든 목소리가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그걸 구분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인정하자고,
그래야 누군가의 목소리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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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묻는다.
누가 말할 자격을 빼앗겼고,
누가 그 자격을 너무 쉽게 가져갔는지.
그 질문 앞에서
당연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의심되기 시작한다.
 
 
 
📍
누구보다 크고 선명한 목소리가
늘 진실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작은 말들은
귀에 닿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누가 고통을 말할 수 있는가,
그 자격을 누가 정해왔는가.
그 질문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말하는 자보다
말할 수 없는 자를 상상해보는 것.
지금,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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