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인간보다 정교한 동물들의 소통에 관한 탐구
리 앨런 듀가킨 지음, 유윤한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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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서로를 기억하고, 도와주고, 연결되는 존재들

🫧
서로 등을 부딪혀 사람에게 신호를 주는 돌고래.
스펀지 만드는 법을 옆에서 보고 익히는 침팬지.
배고픈 친구에게 피를 토해주는 박쥐.

이 책엔 그런 장면들이 가득해요.
그리고 그 모든 행동 뒤엔
‘관계망’ 이라는 구조가 숨어 있죠.



🫧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네트워크’ 라는 단어가 더 눈에 들어와요.

누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어떤 동물이 더 중심에 있는지,
한 마리의 위치가 어떻게 전체 흐름을 바꾸는지.

그걸 아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보여줘요.

 

🫧
허리케인 이후 원숭이들이
이전보다 서로를 더 친근하게 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걸 계기로 연구자들이 다시
그들의 사회적 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죠.

생존, 짝짓기, 이동, 안전 같은 본능적 활동들이
어떻게 정교한 관계 안에서 움직이는지,
숫자와 행동, 이야기가 동시에 따라옵니다.

 

🫧
놀라운 건, 동물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연결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가오리들은 ‘허브’ 가 되는 개체를 중심으로,
코끼리들은 세습되는 파벌 중심으로,
벌들은 춤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여요.

그 안엔 거리, 역할, 나이, 감정까지 얽혀 있어요.

 

🫧
관계라는 게 꼭 말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
읽다 보면 조금씩 느슨해져요.

다른 종의 경고음을 ‘도청’ 해서 살아남는 새들,
‘나중을 위해’ 혈액을 베푸는 박쥐의 선택.
그 모든 순간에 이타성, 계산, 우정이 있었어요.

 

🫧
책 속에는 푸에르토리코, 호주, 아프리카,
심지어 벌집까지 다양한 장소가 나와요.
연구자들이 머문 섬,
코끼리들이 파벌을 만드는 초원,
만타가오리들이 들락거리는 산호초까지.

지도 하나 펼쳐두고 천천히 따라가 보기에
딱 좋은 과학 여행이기도 해요.

🫧
물결 잔잔한 바다 아래,
가오리들이 스쳐 지나가는 산호초.
돌고래가 어부에게 신호를 보내는 얕은 바닷가.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는 연구자들의 시선.

과학적인 이야기인데도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는 이유는,
그 안에 관계라는 따뜻한 말이

언제나 같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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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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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블루홀6 @blueholesix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건은 끝났다> - 각자의 기억으로 이어진 그날

🫧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요.
그래서였을까요.
모두가 조금씩은 다르게 말해요.

누군가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날의 이야기를 끝내 꺼내지 않아요.

같은 지하철, 같은 칸이었지만
그들이 겪은 ‘그 순간’ 은
모두 달랐어요.

🫧
사건은 끝났다고 했죠.
칼부림이 벌어졌고,
가해자는 체포됐고,
피해자 중 한 명은 결국 숨졌어요.

뉴스는 그렇게 정리했지만,
사건을 겪은 이들의 일상은
그날 이후로도 계속 흔들렸어요.

그 흔들림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자꾸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남자.
도망치고 나서 그날의 기억이 끊긴 고등학생.
처음 본 이에게 "영혼이 보인다" 고 말하는 여자.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 하나로
혼자 ‘영웅 놀이’ 를 이어가던 청년도 있었죠.

자신의 아이를 낳지 못했던 여자가
다른 여성을 상대로 벌인 기묘한 복수극도 있고요.

🫧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기 다르고, 살아온 결도 달라요.
그런데 모두가
같은 ‘사건’ 을 중심에 둔 채 움직입니다.

어떤 사람은 취재를 가장해 진실에 다가가고,
어떤 사람은 기억의 조각을 붙여가며
스스로를 되짚어요.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거든요.

🫧
‘사건은 끝났다’ 는 문장이
책의 목차 첫 장에 나와요.

하지만 그건, 시작이라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각자의 상처와 두려움,
거짓말과 침묵,
그리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제서야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얽히고, 이어집니다.

🫧
지하철을 탄 사람들,
정류장에서 마주친 사람들,
누군가의 고백을 듣고
자기 고백을 결심한 사람들.

큰 사건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인데
결국은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게
이 책의 진짜 매력 같아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 속에
이런 감정의 파편들이 있다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
배경은 도에이 지하철 S선.
처음엔 낯설지만,
책을 읽다 보면 가부라기신사, 미야하라 정류장,
Q선의 그 풍경이 익숙해져요.

가끔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이 책을 떠올릴 것 같아요.

내 옆자리 누군가도

자신만의 ‘그날’ 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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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오해받지 않는 말투의 기술 - 제안, 부탁, 거절, 사과까지 손해는 줄이고 호감은 높이는 상황별 솔루션
후지타 다쿠야 지음, 송해영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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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오해받지 않는 말투의 기술> - 말투는 태도가 아니라 기술일지도 모른다

🫧
“말투가 이상했던 걸까?”
“분명 잘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례했던 건 아니었는데 왜 저런 반응이 돌아왔지?”

혼자 곱씹고 되뇌며
답을 찾지 못했던 대화들이 떠올라요.

내용은 정확했지만, 말투가 날을 세웠고
뜻은 좋았는데, 흐름이 막혀버렸고
이야기를 건넸지만, 관계는 멀어졌던 순간들.

말은 뱉은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해석 속에서 완성된다는 걸
우리는 종종 놓치고 살아요.

🫧
<더 이상 오해받지 않는 말투의 기술> 은
단어를 바꾸라고 하지 않아요.
문장을 꾸미라고 하지도 않아요.

대신 묻습니다.
이 말을 지금 꺼내도 괜찮을까?
이 말의 순서를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이 문장 앞에 상대를 향한 신뢰를 넣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부탁, 제안, 거절, 피드백, 칭찬, 사과처럼
‘우리가 가장 자주 머뭇거리는 순간들’ 을 모아두고
‘이럴 땐 이렇게 말해보자’ 고 알려줘요.

“그 기획은 어렵겠어요” 대신
“예산 문제만 조금 조율되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이거 아닌 것 같은데요” 대신
“이 부분은 다른 방향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같은 뜻인데 다르게 들리죠.
부정은 여전한데, 기분은 덜 상해요.
말의 힘이 센 게 아니라,
말을 고른 방식이 부드러운 거예요.

🫧
책을 읽으며 자주 고개를 끄덕였던 건
‘지적할 때일수록, 상대를 존중하는 말이 필요하다’ 는 부분이었어요.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가져온 기획이 기대에 못 미친다 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하고 단정 지어버리면
그 사람의 노력까지 무시하는 말이 되죠.

“이 부분은 아쉽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정말 흥미로워요.
예산 배분만 조금 조율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비판이 아닌, 협력의 시작처럼 들려요.

말은 결국 관계 속에서 쓰이는 거니까요.

🫧
예전엔 피드백을 줄 때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라는 내 입장부터 말했어요.
근데 상대가 내 말에 마음을 닫으면
아무리 옳은 말도 헛수고가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상대가 이 말을 어떻게 들을지 먼저 상상하게 됐고,
말보다 말의 흐름, 구조, 순서를 더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게 이 책이 말하는 ‘말투’ 예요.
톤이나 억양이 아니라
말이 흘러가는 순서와 방식.
그게 바뀌면 상황이 달라져요.

🫧
✔️ 솔직함과 예의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말하기
✔️ 상대의 마음을 닫지 않게 하는 피드백
✔️ 불편한 말도 오해 없이 전달하는 구조
✔️ 관계의 ‘톤’ 을 결정하는 한 문장

말을 줄이지 않아도 돼요.
단지, 그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낼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
저는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말로 관계를 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책은 그런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에요.
예쁘게 말하는 법이 아니라,
서로 편하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의 구조를 알려주는 책.

요즘 말할수록 힘 빠지고,
조심스럽기만 하다면
한 번 펼쳐봐도 괜찮을 거예요.

말투가 바뀐다고,
사람이 확 달라지진 않겠지만

말이 덜 상처 주고, 덜 상처받는 방향으로 바뀌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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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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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길을 떠나는 법

📌 책 소개

창고 안 쇠줄에 묶인 물고기 풍경은, 자신과 꼭 닮은 또 다른 풍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세상 밖을 꿈꾼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바깥세상에 뛰어들고,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겁 많고 순한 이 물고기는 때로 위협을 만나고, 누군가의 친절도 마주한다.
이야기 속에는 풍경뿐 아니라, 말하는 비둘기와 개구리, 고양이 같은 익숙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하지만 의외로 곱씹게 만든다.
사랑은 뭘까, 자유는 어디에 있을까, 죽음은 진짜 끝일까.
짧은 문장으로 묻는 질문이 은근히 깊고, 전체 이야기는 오래된 동화 같지만 현재와 멀지 않다.

💬서평

💡바다를 모르던 물고기, 날아오르다

풍경은 쇠줄에 묶여 운주사의 창고에 갇혀 있던 물고기다.
말도 걷지도 못하는 존재였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랑이나 자유 같은 말은 입에 올리기도 전에, 풍경은 본능처럼 자신을 묶은 쇠줄을 끊었다.
이건 바닥에서부터 꿈틀거리는 탈출기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해 본 사람이라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풍경은 자유로 나아간 게 아니라 그리움에 밀려 나왔다.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사랑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 하나로.
그래서 날아오른 순간은 감동이라기보다 땀이 난다.
현실의 벽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을 나누지 않는 시선

풍경이 죽음을 묻자, 한 인물이 파도 이야기를 꺼낸다.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러나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단단한 논리나 철학 없이 설명된 이 장면은 이상하리만치 설득력이 있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말은 진부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기교 없이 제자리에 있다.
풍경은 그 말을 듣고 울지 않는다.
다만 한 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 삶을 계속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그저 한마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장면이 인상적이다.
죽음을 관념이 아니라 상황으로 보여주는 방식.
파도는 사라지고, 바다는 그대로 있다는 말은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의 쓰레기와 비둘기의 발가락

서울역은 풍경에게 낯선 세계다.
처음 만난 잿빛 비둘기는 오른쪽 발가락이 하나뿐이다.
나일론 줄에 엉켜 썩어버렸다고 한다.
서울은 그런 곳이다.
쓰레기처럼 흘려진 것이 생명을 해치는 곳.
비둘기는 그걸 경고하지만, 풍경은 여전히 사랑을 기다린다.
도시는 생존이 중심이다.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고, 약한 자는 순식간에 다치거나 사라진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희망이 아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도 누군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 그것이 도시를 견디는 방식이라는 걸 보여준다.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 생존의 동력이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금 즉시 사랑하라’ 는 말의 무게

모든 게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햇살도, 건물도, 기차도. 풍경은 그런 순간을 맞이한다.
누군가와 연결되었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단순한 진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짜 주제는 ‘지금 즉시 사랑하라’ 는 문장에 있다.
이건 시간을 기다리다 무뎌진 이들에게 던지는 채찍이다.
사랑은 계획해서 하는 게 아니라, 숨을 쉬는 일처럼 그냥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뒤로 미루는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게 되기도 하니까.

풍경은 그렇게 매 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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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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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 무법자의 길, 사랑과 복수의 경계를 달리다

💡이름이 운명이 될 때

세상에는 ‘이름’ 이 운명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더치스 데이 래들리, 그녀는 스스로를 ‘무법자’ 라 불렀다.
13살 소녀가 이토록 단단한 벽을 두르고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기에는 너무 많은 배신을 겪었고, 사랑을 믿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엄마는 술과 약에 취해 있었고, 동생을 보호하는 건 더치스의 몫이었다.
그녀가 무법자가 되기로 한 순간, 이미 세상은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어린 나이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그녀를 길들였고, 그 무게가 만든 딱딱한 껍데기 속에서 더치스는 외로움에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세상이 더치스를 무법자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선택한 것인지, 그 답은 여전히 모호하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법자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구원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죄는 선택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죄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선택이자 결과이며, 때로는 필연적 운명이기도 하다.
빈센트 킹은 열다섯 살에 살인을 저질렀고, 30년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정말 돌아온 걸까? 아니면 그의 시간은 여전히 30년 전, 그날에 멈춰 있는 걸까?
한순간의 실수로 던져진 형벌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조각내는지, 그리고 그 조각들은 서로 어떻게 맞물려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한 번 발을 헛디디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세상이 있다는 걸.
빈센트 킹은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더치스는 그를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결코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죄가 운명이 된다면, 구원은 무엇으로 가능한 걸까?
아니, 과연 구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옥

사랑은 때때로 가장 잔인한 감옥이 된다.
더치스가 엄마를 사랑했기에 그녀는 엄마에게 버림받았고, 동생을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사랑은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켰고,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리게 했다.
그녀의 사랑은 희망을 품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무기가 되었고,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사랑이 끝내 그녀를 구원할 수 있을까?
사랑은 때로 잔인한 덫이 되고, 사랑받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더욱 깊은 절망으로 이어진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신기루와 같다.
손에 닿는 순간 흩어지고, 붙잡는 순간 사라진다.
더치스는 끝까지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기대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에야 비로소 자유가 주어졌다.

💡끝과 시작은 하나의 선 위에 있다

비극은 종종 반복된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막지 못했던 사건들.
더치스의 삶은 끊임없이 끝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노란 드레스에 피를 묻히고, 총을 들고 말을 타고 달려 나갔을 때,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끝은 진짜 끝이 아니며, 어떤 시작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더치스는 결국 길을 떠났다.
그녀의 과거를 두고, 그녀의 이름을 두고, 그녀의 모든 분노를 가슴 깊이 묻어둔 채로.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 그녀가 남긴 흔적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결국 더치스는 무법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고,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존재했다.
그게 그녀의 이야기의 끝이든, 혹은 새로운 시작이든,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그녀는 더치스 데이 래들리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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