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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씨춘추 - 제자백가의 위대한 종합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5
여불위 지음, 김근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공자, 묵자, 영월(甯越) 등은 모두 벼슬이 없는 평민 출신의 선비들이었는데, 천하의 일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고는 어떠한 것도 선대 임금들의 방도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여기게 되었으므로 밤낮으로 이를 배웠다. 배움에 이로움이 있으면 어떠한 것도 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배움에 이롭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무릇 듣기로는 공자와 묵자는 낮에는 배워야 할 일들을 읽고 외웠으며, 밤에는 꿈속에서 문왕과 주공 단을 직접 만나서 그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마음 씀이 이와 같이 치밀하고 깊었으니 어떤 일이더라도 통달하지 않았겠으며, 무엇을 하더라도 이루지 않았겠는가?
그러므로 “치밀하고 투철하게 익히면 귀신이 장차 일러준다.” 라고 말하는 것인데, 귀신이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고 투철하게 익힌 것이다. 이제 여기에 보검과 훌륭한 말(馬 )이 있으면, 이들을 갖고 놀아도 싫증나지 않고 두고두고 보아도 지겹지 않다. 그러나 보배로운 품행과 훌륭한 도리를 한번 해보고 다시는 더 하지 않으면서도 몸이 편안해지고 이름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어렵지 않겠는가?
영월(甯越)은 중모(中牟) 출신의 시골 사람이었는데, 밭 갈고 농사짓는 일이 하도 괴로워서 그의 벗에게 일러 말하기를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을 면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더니, 그 벗이 “어떠한 것도 배움보다 나은 것은 없다. 삼십 년을 배우면 가히 통달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영월이 말하기를 “내 한번 십오 년만 해 보겠네. 남들이 쉬고자 할 때 나는 감히 쉬지 않을 것이고, 남들이 눕고자 할 때 나는 감히 눕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십오 년을 배우더니 주(周) 위공(威公)이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화살이 빠르기는 하지만 불과 2리를 못 가서 멈추고, 걸음은 느리기는 하지만 삼천리를 가도 멈추지 않는다. 이제 영월의 재능에 오래도록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그가 제후의 스승이 되는 것이 어찌 마땅하지 않겠는가?
양유기(養由基)와 윤유(尹儒)는 모두 문채 나는 기예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초나라의 궁정 안에 일찍이 신기한 흰 원숭이가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초나라에서 활을 좀 쏜다는 자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이를 능히 맞출 수 있는 자가 없었으므로 초나라 임금은 양유기를 불러 이를 쏘게 했다. 그러자 양유기가 활을 높이 들고 화살을 쥐고 갔는데, 화살을 쏘기 전에 정확한 조준으로 원숭이를 꼼짝 못하게 잡아놓더니, 화살을 쏘자 원숭이가 화살에 맞아서 떨어졌다. 그러므로 양유기는 먼저 첫 살로 기선을 잡고 나서 명중시키는 기예를 가진 사람이었다.
윤유는 삼 년간이나 수레 몰이를 배웠지만 이에 관하여 터득하지 못하자 이 때문에 몹시 마음 아파하던 중, 밤에 꿈속에서 자기 스승에게서 수레를 날듯이 모는 기예인 ‘추가(秋駕) 몰이‘를 배우게 되었다. 다음 날 스승을 뵈러 갔더니 스승이 물끄러미 바라다보고는 그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가 수레 모는 기술을 아까워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아직 따라올 수 없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던 것뿐일세. 오늘은 자네에게 추가 몰이를 가르쳐 주겠네.”라고 했다.
그러자 윤유가 돌아서서 몇 걸음 물러나더니, 북쪽을 향하여 두 번 절하고 말하기를
“어젯밤에 저는 꿈속에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먼저 스승에게 꿈꾼 일을 말씀드렸더니 그 내용이 다름 아닌 추가 몰이였다. 위의 두 선비는 배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가히 말할 수 있고, 또한 그들의 학업에, 해로움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으니, 이것이 바로 그들이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을 보여준 방도였다.
p.73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