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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莊子) -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지혜의 샘
장자 지음, 완샤 풀어쓴이, 심규호 옮김 / 일빛 / 2011년 12월
평점 :
혜자(본명 혜시. 장자의 친구)가 양나라의 혜왕의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려고 하였다. 그러자 어떤 이가 혜자에게 말했다. “장자가 당신 대신 재상이 되려고 한답니다.” 이에 혜자는 놀라 나라 안을 수소문하여 사흘 밤낮에 걸쳐 장자를 찾았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그를 직접 찾아가 말했다. “남방에 원추(鵷鶵)라고 부르는 새가 있는데, 혹시 그 새를 아시오?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감로천(甘露泉)의 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소. 그런데 썩은 쥐를 잡은 올빼미 한 마리가 때마침 날아가는 원추를 보고는, 고개를 들어 헉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하오. 지금 당신도 양나라 벼슬자리 때문에 나를 보고 놀라는 것이오? <추수(秋水)>
사람들은 권력이야 말로 천하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자는 그것을 썩은 쥐와 같다고 여긴다. 죽은 쥐를 보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누가 죽은 쥐를 애써 찾아 헤매겠는가? 장자가 자기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혜자는 결국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소인배의 심리를 가졌을 따름이다. 모두들 권력을 숭배하는 이유는 권력이 가져다주는 부귀와 공명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권력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의 폐해 가운데 가장 극심한 것은 인성의 변화다. 일단 권력의 체계 안에 들어가면, 본성에 따라 생활하기보다는 권력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권력의 기호로 존재할 뿐이다. 이로 인해 사람은 권력의 도구가 되고 권력을 위해 봉사하는 하수인이 되고 만다. 결국 내재적 본성도 질곡상태에 놓여 생기를 잃는다.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권력은 모든 것을 잊게 한다. 끊임없이 자아를 확대하고 욕망을 부풀린다. 일단 권력의 길로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그 길만을 따라 끝없이 달려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만인지상 일인지하’ 라는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자리를 넘보는 것이다.
권력으로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권력투쟁에는 단 두 가지 선택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 권력은 부모 자식이나 형제의 감정조차 잊게 한다. 그래서 전혀 주저하지 않고 가족을 향해 권력의 칼날을 휘두른다. 권력은 생사와 관련이 있다. 권력을 쥔 자는 타인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지만, 권력이 없는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장자는 권력이 지닌 이런 성질을 간파했다. 그래서 차라리 빈한한 삶을 살망정, 고관이 되어 권력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남들이 보배처럼 여기는 권력을 썩은 쥐처럼 여겼다. 그의 말대로 만약 생명이 없다면, 제아무리 재물과 명예가 대단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진나라 말기 진승(陳勝. ?~BC208)은 폭정에 반기를 들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고락을 같이하던, 봉기를 일으키기 전에는 평범한 농민이었던 동료들과 “아무리 부귀해져도 서로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봉기에 성공하여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예전에 했던 맹세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때마침 가난한 시절의 형제들이 그가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초라한 옷차림에 촌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은 왕실의 법도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다. 예전처럼 진승의 이름을 부르며, 신하들 앞에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일로 체면이 깎인 진승은 격노하여 그들을 참형에 처하고 말았다. 이렇듯 권력은 인성을 바꾸어 버린다. 고귀한 지위에 오르면, 지난 날 평범했던 신분조차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역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심각한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본질은 같다. 성격이 유순하고 단정한 친구나 동료도 일단 지위가 올라가면 언행이 변하여 관계가 불편해진다. 괜히 고관의 티를 내거나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가면을 씌우고, 인성까지 그 가면으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p.218~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