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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보급판) - 사기 130권을 관통하는 인간통찰 15
김영수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자는 최고의 태평성세는....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목표로 삼아 요즘 풍속을 옛날로 돌이키려하거나 백성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눈과 귀는 아름다운 소리나 좋은 모습을 보고 들으려 하고, 입은 맛있는 고기 따위를 먹고 싶어 한다. 몸은 편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마음은 권세와 유능하다는 영예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이런 풍속이 백성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지는 벌써 오래다. 그러므로 묘한 이론을 가지고 집집을 교화시키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일에 힘쓰고 각자 일에 즐거워하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밤낮 멈추는 때가 없다.
• 세간에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이 길거리에서 죽는 법이 없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다. 천하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드는 것도 이익 때문이고, 소란을 떨며 흩어지는 것도 이익 때문이다. 1,000승의 마차를 가진 왕, 1만 호를 가진 제후, 100채의 집을 가진 갑부들도 가난을 걱정하는데 하물며 호적에 간신히 이름이나 올라 있는 백성들이야 말해서 무엇 하랴!
•물자를 축적하는 이치는 물건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힘쓰는 데 있으니 자금이 (흐르지 않고) 막히게 해서는 안 된다.
•재물과 자금은 물이 흐르듯 원활하게 유통시켜야 한다.
•무릇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두루 알려지게 된 까닭은 (부유한) 자공이 공자를 앞뒤로 모시고 도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 아닌가?
•그들(상인들)이 1만 승(乘)의 제왕과 대등한 예를 나누고 명성을 천하에 드러냈으니 이 어찌 그들의 재력 때문이 아니리요?
•관중 지역 땅은 천하의 3분의 1이고 인구는 10분의 3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부를 계산해보면 천하의 10분의 6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자가 조정에 들어가 일을 깊게 도모하고 정사를 토론하고 믿음과 절개를 지키며 죽는 것이나, 선비가 동굴에 숨어 명성을 드러내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결국은 부귀를 위한 것이다.
•부(富)는 인간의 본성이라 배우지 않아도 모두들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속담에 '100리 먼 곳에 나가 땔나무를 팔지 말고, 1,000리 먼 곳에 나가 곡식을 팔지 말라.‘고 했다.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고, 100년을 살려거든 덕을 베풀어야 한다.
•오늘날 관에서 주는 녹봉도 없고 작위나 토지에 따른 수입도 없는데, 마치 이런 것을 가진 사람들처럼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으니 이들을 일러 ‘소봉(素封)’이라 한다. 이들은 조세수입(오늘날 이자수입)으로 사는 것이다.
•재산이 없는 사람은 힘써 생활하고, 조금 있는 사람은 지혜를 써서 더 불리고, 많은 사람은 시기를 노려가며 이익을 더 얻으려 한다. 이것이 삶의 진리다.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몸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 돈 버는 것은 현명한 자들이 힘쓰는 바다. 따라서 가장 기본이 되는 농업으로 부를 얻는 것이 최상이고, 말류인 장사로 치부하는 것이 그 다음이며, 간악한 수단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최하책이다. 반면에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벼슬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오랫동안 궁색하게 살아오면서 말로만 인의(仁義) 어쩌구 하는 자들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 무릇 보통사람들은 자기보다 열 배 부자에 대해서는 헐뜯고, 백 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다.
•근검절약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부자가 되는 바른 길이다.
•부자가 되는 것에 정해진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물에 주인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재능이 있는 자에게 재물이 모이고, 못난 사람에게는 기왓장 흩어지듯 재물이 흩어진다. 천금의 부자는 한 도시의 군주와 맞먹고, 수만금을 모은 자는 왕처럼 즐겼다. 이것이 ‘소봉(素封)’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오늘날의 전문적이고 설득력 있는 경제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한 걸음 앞서 있지 않은가? 특히 정치와 경제를 연계시키면서, 가장 못난 정치를 백성들과 더불어 부(富)를 다투는 것으로 본 대목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재벌가 자녀)이 저잣거리에서 죽는 법이 없다.’는 말이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이상이면 헐뜯고, 백 배 이상이면 두려워하고, 천 배 이상이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 이상이면 노예가 된다.’는 대목 등은 지금 현실과도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말들이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p.5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