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 반복되는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홉킨스는 말년에 순회강연을 다녔다. ‘과학적 광고의 법칙을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항상 수천 명이 모여들 만큼 인기가 있었다. 강단에서 그는 자신을 토머스 에디슨과 조지 워싱턴에 비교하며, 미래에 대한 예측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중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열망이나 습관의 고리를 형성하는 신경학적 근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그로부터 70년에 지난 후에야 MIT과학자들과 볼프람 슐츠의 실험을 통해 열망이 습관 고리의 필수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홉킨스는 열망이라는 개념을 몰랐는데도 어떻게 양치질 습관을 미국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을까? 홉킨스는 몇 십 년 뒤에야 MIT와 슐츠의 실험실에서 확인된 원칙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홉킨스는 자서전에서 펩소던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치태에서 기막힌 신호를 찾아냈다고 떠벌렸고, 자기가 소비자들에게 아름다운 치아라는 분명한 보상을 제공한 최초의 광고인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홉킨스보다 먼저 그런 전술을 생각해 낸 사람들이 많았다. 홉킨스가 펩소던트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잡지와 신문을 채운 다른 치약의 광고들이 그 증거다.

    

펩소던트보다 먼저 시판된 셰필드 박사의 크렘 덴티프리스의 광고를 보자.

이 제품에 함유된 성분은 잇몸 주변에 축적되는 치석을 예방해 줍니다. 지저분한 치석을 깨끗하게 제거하세요!” 홉킨스가 치의학 교과서를 뒤적이고 있을 때 등장한 광고도 있었다. “당신의 하얀 치아가 필름에 덮여 있습니다. 새니톨 치약이 필름을 제거하여 원래의 하얀 치아를 되찾아 줄 겁니다.” 또 다른 광고도 있었다. “아름다운 미소는 아름다운 치아에 달려 있어요. 아름다운 그녀의 비밀은 매끄럽고 하얀 치아. 에스에스 화이트 치약을 써 보세요!” 홉킨스가 치약 광고에 뛰어들기 수년 전부터 많은 광고인이 펩소던트와 똑같은 식으로 광고했다. 모든 광고가 치태 제거를 약속했고, 아름답고 하얀 치아를 보상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어떤 광고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나 홉킨스의 광고가 나가자마자 펩소던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펩소던트는 어떤 점에서 달랐던 것일까? 원숭이 홀리오가 손잡이를 당기고, 주부들이 침대를 정리한 후에 페브리즈를 뿌리도록 유인했던 것과 같은 요인들이 홉킨스의 광고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펩소던트는 바로 열망을 만들었던 것이다.

   

홉킨스는 자서전 어디에서도 펩소던트의 성분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특허 출원서에 언급된 제조법과 회사 기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당시의 다른 치약들과 달리, 펩소던트에는 구연산과 박하유를 비롯한 여러 화학 물질이 함유되어 있었다. 펩소던트 발명가는 이런 성분들을 이용해 치약 맛을 산뜻하게 만들었는데, 그 성분들이 혀와 잇몸에 시원하면서도 얼얼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 효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펩소던트가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하자 경쟁 회사 연구원들이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펩소던트를 분석했다. 그들이 알아낸 결과에 따르면 펩소던트를 사용하는 걸 깜빡 잊으면 입안에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이 없어서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대답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소비자들은 그 약간의 자극을 기대하고 열망했던 것이다. 그런 자극을 받지 않으면 입이 깨끗해지지 않은 기분이었던 것이다.

   

클로드 홉킨스는 아름다운 치아를 판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감각을 팔았다. 사람들은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을 열망하게 되었고 그런 느낌을 청결과 동일시하면서 양치질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홉킨스가 실제로 판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른 회사들도 펩소던트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 후에는 거의 모든 치약에 입안에 얼얼한 느낌을 주는 다양한 화학 물질이 첨가되었다. 그러자 펩소던트의 판매 곡선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치약에는 양치질 후 입안에 얼얼한 느낌을 주는 첨가물이 함유되어 있다.

   

P&G에서 오랄비 칫솔과 크레스트 어린이 치약의 브랜드 매니저를 지낸 트레이시 싱클레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에게는 그 제품이 효과가 있다는 어떤 신호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치약 맛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 맛이 나게 할 수도 있고 녹차 맛이 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맛이 나든지, 반드시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느낌이 나야 입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얼얼한 느낌이 치약의 효능을 더 좋게 해 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양치질을 한 후에는 그런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공식을 사용하면 누구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운동을 더 하고 싶은가? 눈을 뜨자마자 체육관으로 직행하는 등의 신호와, 운동을 끝낸 후에 마시는 스무디 같은 보상을 선택하라. 그리고 스무디에 대해서, 혹은 운동을 끝낸 후에 밀려오는 엔도르핀에 대해서 생각하라. 그런 보상을 기대하라. 결국에는 그 열망이 당신을 매일 체육관으로 끌어갈 테니까.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하고 싶은가? 미국 체중조절 연구회와 관련된 연구자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사해 보니 대상자의 78%가 매일 아침을 먹었다. 아침이 그들에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신호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다이어트를 충실히 따랐을 때 얻은 특별한 보상을 머릿속에 그렸다. 물론, 그 보상은 그들이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 유혹이 있을 때는 보상에 대한 열망에 집중하고, 그 열망을 가벼운 집착으로까지 승화시켰다. 그 보상에 대한 열망 덕분에 그들은 다이어트를 망쳐 버릴 유혹을 떨쳐 낼 수 있었다. 요컨대 열망이 습관 고리를 지배했던 것이다.

   

기업이 사람들의 열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적인 행위 중에 습관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우리는 음식을 조금 덜 짜게 먹고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채소 섭취를 늘리고 지방 섭취는 줄여야 한다. 비타민을 복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매일 아침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걸 습관화하면 피부암 발병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아침에 이를 닦지만,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은 10%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자외선 차단제를 일상적 습관으로 삼겠다는 열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 자외선 차단제에 얼얼한 느낌 혹은 피부에 뭔가를 발랐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을 첨가함으로써 자외선 차단제를 습관화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얼얼한 느낌에 대한 열망이 이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일깨워 주듯이 자외선 차단제가 그와 똑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미 수많은 제품에서 비슷한 전술을 사용해 왔다.

   

트레이시 싱클레어는 이렇게 말했다.

거품은 엄청난 보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샴푸에는 거품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거품을 만드는 화학 물질을 첨가한 이유는 사람들이 머리를 감을 때마다 거품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세탁용 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약도 똑같습니다. 요즘 보든 회사가 치약을 만들 때 거품을 잘 나게 하려고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라는 계면 활성제를 첨가합니다. 청결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입 주면에 거품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거든요. 소비자가 그런 거품을 기대하는 순간부터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열망은 습관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열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새로운 습관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점은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매일 밤, 무수한 사람들이 얼얼한 느낌을 얻고 싶어 이를 북북 문지른다. 매일 아침 수많은 사람들이 엔도르핀 분비를 느끼고 싶어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설거지를 끝낸 후에, 혹은 침실을 깔끔하게 정돈한 후에 페브리즈를 뿌린다. P.90~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