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저문강 지음 / 천권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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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데스 음악이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예회에서 들었던 '람바다'의 멜로디가 안데스 음악에서 차용해서 나온 것이라니 그럼 비슷하게나마 들어본 적이 있구나 싶었다. '저문강'이란 닉넴을 가지고 있는 조영대 씨는 1989년 휘경동 경희대 근처를 지나던 길에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온 안데스 음악에 반해 안데스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조심스레 품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여러 차례에 걸쳐 안데스에 다녀온 기행기이자 안데스 음악의 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을 쓰는 지금 로스 차꼬스의 '환상의 폴로네이즈'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여러 안데스 음악을 들었는데, 저자가 안데스의 레스토랑에서 폴클로레 그룹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춤을 쳤던 것이 이해가 될 만큼 흥겨운 곡이었다. 특히 께냐라고 하는 피리는 그 소리가 처량맞고 구슬픈데 리듬은 흥겨우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렸다. 처음에는 많이 등장하는 안데스 악기 이름과 리듬이 이해가 안되고, 어색했는데 한 권을 끝까지 다 보고 대충 알아들을 만하니까 뒤에 악기와 리듬 소개가 되어 있었다. 친절하게도 들어볼 만한 음악과 그룹도 소개해주었는데 참 괜찮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볼 땐 먼저 맨 뒷부분에 나온 소개를 훑어보고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대학 시절에 인류문화사 교수님이 내준 숙제를 하느라고 '잉까(잉카) 제국'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띠띠까까(티티카카) 호수와 거기에서 유래된 전설들을 보며 여기에도 홍수 전설이 있구나 하며 굉장히 신기하게 여겼더랬다. 또 마추삐추(마추픽추)나 꾸스꼬(쿠스코)이야기를 들으면 그 당시 조사했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정말 그리웠다. 저자도 안데스 음악의 근원지로 가기 위해 띠띠까까 호수에 갔는데, 먼저 잉까 트레일을 통해 마추삐추를 지나 띠띠까까 호수에 도착했다. 잉까 트레일은 잉까인들이 꾸스꼬(쿠스코)에서 마추삐추까지 걸어간 그 길을 따라가는 3박 4일 동안에 4,000km가 넘는 산 몇 개를 넘는 것이다. 몇 날동안 산을 타면서 도착한 마추삐추는 완전 감동이다!! '오래된 산' 혹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삐추는 워낙 깊은 산중이고 또 도시의 한쪽은 절벽이라 공중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여 '공중도시'라고 불린다는데 정말 고대 세계의 일면을 볼 수 있을 듯한 그곳을 한 번 가보고 싶다.

 

뻬루와 볼리비아와 에꽈도르를 넘나들며 안데스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악기 레슨을 위해 선생님을 구하기도 하고, 여러 유적지를 돌아보기도 하는 그의 기행은 정말 뭐 하나에 미치는 사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처음엔 안데스 땅을 밟아보기만 하는 것이 소원이었었는데 점차로 꿈이 커지면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꿈으로, 뉴깐치 냔이라는 그룹의 매니저가 되고, 결국 '로스 안데스'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의 행로가 왜 이리 멋져보이는지, 음악이라는 분야에 별로 꽂히는 바가 없기에 안데스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만큼은 정말 부러웠다.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드는 그의 그런 결단력이 그의 영혼을 빗질해주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안데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안데스 음악을 추구하려는 그의 행동이 바로 그의 영혼을 빗질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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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 : 영추편 만화로 읽는 중국전통문화총서 3
주춘재 글 그림, 백유상.정창현 옮김 / 청홍(지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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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을 안 읽은 일반 한의사는 있을지 몰라도 <황제내경>을 안 읽은 명의는 없다고 확언할 정도로 중국 의학서 중 으뜸이 되는 책이 바로 <황제내경>이다. 이 책은 중국 의학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고 나아가 인류의 지혜가 낳은 산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전통문화에 있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간여하고 호응한다는 이론체계를 구체적인 모형으로 통해 사실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국의 한의학 실무자나 양생법을 사용한 치료 시술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뿐만 아니라 고대의 과학을 탐구하거나 나아가 일반 과학 기술사를 연구하는 사람, 단순히 개인적인 교양을 쌓으려는 사람이나 민족적 자주성을 증대시키려는 사람들 또한 이 책을 한 번쯤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그런 책을 이렇게 만화로 접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지금 당장 이 책을 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읽으면서 많이 배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제내경>은 '소문편'과 '영추편'으로 나뉘는데, '소문편'이 음양오행의 기본 이론을 바탕으로 장부 경락의 학설과 진단 치료의 원칙을 골고루 제시하고 있다면, '영추편'은 경락의 실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임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의문점들과 그에 대한 다양한 학설들을 담고 있다. 내가 본 '영추편'은 황제와 기백 또는 소유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줄줄 읽어내려갈 수는 있다. 다만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한자어들이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전을 끼고 봐야하긴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면 대략 무슨 뜻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소문편'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영추편'에서는 임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의문점을 알려주는 것 같기는 하다. 처음엔 그저 학설이려니 하고 그저 수박 겉 핥듯이 봤는데 가만 보니까 '어리석은 의사'와 '뛰어난 의사'의 경우로 나누어서 설명해주는 것이 그런 듯도 했다. 사실은 다 봤어도 책을 볼 땐 이해가 되는데 책을 덮고 나면 머릿속에 있었던 지식이 휘리릭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읽고 또 읽고 하니까 그 의미가 대충 눈에 잡혔다.

 

그런데 이제껏 배워왔던 교육 내용이 형식적인 논리와 환원론이 토대가 된 실증과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철학 체계가 너무 어색하고 심지어는 당치도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78페이지부터 92페이지까지 하품, 딱꾹질, 운 후에 훌쩍이는 것, 트림, 재채기, 눈물, 한숨, 이명 등등의 여러 생리적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는데 '횡격막'이나 '산소 부족'이라는 설명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람이 밤에 막 잠들려고 할 때면 음기는 아래에 쌓이고 위기는 조금씩 음분을 들어갑니다. 그러나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하여 양기는 기를 끌고 상승하려고 하고 음기는 기를 끌고 하강하려고 하여 음기와 양기가 서로 잡아당기므로 연달아 하품을 하게 됩니다' 로 표현되는 하품의 원인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양의학에서도 하품이나 재채기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생리적 현상을 자로 잰듯이 설명하기란 너무도 어려우니까. 그렇다면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한 현상에 대해서 중국 의학이 가지고 있는 설명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인체를 유기적으로, 자연과 한 몸으로 생각하는 중국 의학의 사상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게 접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도 한의학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활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황제내경>을 통해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부터 찬찬히 이해하고 실생활에 이용한다면 좋지 않을까. 기계가 고장나면 부품을 고치는 것처럼 몸이 아프면 단순히 병원에 가서 그 부위만 치료하면 된다고 손쉽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생활 속에서 <황제내경>을 통해 얻은 의학상식으로 미리 병을 예방하거나 병에 걸렸을지라도 그 병을 자연스레 치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는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이 아니고 뭘까. 애국하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이런 작은 일 하나에서부터 성실하게 따르는 것, 우선 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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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경혈 십사경 만화로 읽는 중국전통문화총서 4
주춘차이 지음, 정창현.백유상 옮김 / 청홍(지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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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아프고 무섭다는 인식이 강하지만(저번에 발목 접질렀을 때 맞은 침이 무지 아팠다!) 그래도 우리 몸에 침 한 방이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은 왠일인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아마도 이 생각은 내가 서방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가질 수 없었을 막연한 혹은 근거없는, 맹목적인 생각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한 번쯤 맞아보고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널리 보급된 침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객관적인 사실이다. 맞다,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고서야 대학에서 '한의학과'라고 하는 정규과정이 생길리 없고, 한의원이 지금 우후죽순처럼 생겨날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난 침술이나 한의학이 그 연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렴풋한 그 옛날에나 영험한 효험이 있었을 것처럼, 그래서 꼭 그것이 과학적으로는 딱 정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내가 가진 침술에 대한 지식이 얕았던 것이 그 이유는 아닐까.

 

그래서 보게 된 이 책에서는 석기시대만큼이나 오랜 옛날에 우연히 돌에 찔리면서 알게 된 통증 완화 작용에서 비롯된 돌침과, 우연히 따뜻하게 데워진 돌을 아픈 부위에 가져가니 통증이 완화되었던 것에서 비롯된 뜸법은 우리 인간의 역사 속에서 침술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니까 우연히 발견된 원리를 좀 더 체계화시켜 전해 내려왔던 것이 지금의 침술, 즉 경락경혈이라고 할 수 있단다. 사람의 건강은 인체 내 원기가 음양운동의 리듬과 자연의 변화에 의지하여 끊임없이 순환함으로써 유지된다. 그런데 어떤 혈에 침을 놓으면 시큰하고, 저리고, 묵직하고, 팽팽한 느낌이 일정한 노선을 따라 전달되는 것을 발견해 그 전달되는 경로 상에 있는 혈을 선으로 연결하였는데, 이들 노선이 바로 경락이라고 할 수 있다. 경락은 하나의 객관적인 현상이며 다른 민족들도 아주 오랜 옛날에는 마찬가지의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문화 선택기제의 작용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상을 갖춘 구조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기능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사실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동양에서만 침술이 발달한 것이다.

 

침술의 체계를 살펴보자니, 우선 침을 놓는 수혈(인체 상에 구멍이 난 지점) 자리를 명명하는 데도 체계가 있었다. 비의법(수혈 자리의 모양을 보고 지리-산이나 바다 등을 본뜬 경우-, 천문, 인사에 빗대는 방법), 상형법(다른 사물을 빗대는 방법), 회의법(해부학적 특징과 의미를 병합해서 기억하기 쉽게 하는 방법), 사실법(치료 기능을 있는 그대로 쓰는 방법)이 있는데, 인체의 수많은 수혈 자리에 이름을 붙이려니까 골치아플 법도 한데, 용케 다 정리한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해보인다. 그리고 십사경이라고 하는 것은 십이경맥과 임맥, 독맥의 합칭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해하기론 수혈 자리를 하나의 선으로 이은 경락을 알아보기 쉽게 14가지의 방법으로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충 알아듣자 이거야~ 내가 어디가서 침을 놔줄 것도 아닌데.... 수태음폐경, 수양명대장경, 족양명위경, 족태음비경, 수소음심경, 수태양소장경, 족태양방광경, 족소음신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양삼초경, 족소양담경, 족궐음간경, 독맥, 임맥까지 해서 총 14가지이다. 이런 각각의 경락에서 어디어디에 좋다더라 하는 효능을 중점으로 설명해주는데, 정말 솔깃한 부분이 많다. 내가 두통이 심해서 아예 두통에만 좋은 수혈 자리를 적어놓기까지 했는데 뒤로 갈수록 두통을 관장하는 수혈 자리가 너무 많아서 일곱 번째까지만 하고 그만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수태양소장경 부분을 보다가 진짜 좋은 수혈 자리를 알아냈다. 엄마가 팔꿈치를 너무 많이 쓰셔서 통증이 심하신데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주사도 맞아보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후계"자리가 바로 팔뚝이 오랜시간 동안 아픈 것에 대해서 좋은 자리란다. 오호~ 희재라~!! 가서 선무당이 사람 좀 잡아볼까나~~

 

사실 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머릿속에 집어넣기란 무리다. 아암~ 그러나 만화로 되어 있어서 한문만 까마득하게 메워진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읽히고 그 묘미를 알려주었다. 지금에와서 다시 한의학 공부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경락 자리를 알아둔다고 해서 나쁠 것 뭐 있겠는가. 그저 침이 아닌 손으로 그 부분을 눌러주기만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크크크~ 집에 가서 쑥뜸 잔치를 벌여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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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식 - 약식동원 만화로 읽는 중국전통문화총서 5
주춘차이 지음, 김혜일.백유상.정창현 옮김 / 청홍(지상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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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서양의학보다는 친근함이 들고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는 한의원도 많이 세련되어서 수염 허옇게 센 할아버지가 침을 놔주는 모습을 기대할 순 없지만 그래도 뜸을 뜨고,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할 수 있는 한의원이 나는 훨씬 좋다. 그래서 감기 같이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은 절대 의사를 찾아가지 않고(한 번도 이비인후과를 못가봤다, 단지 무섭기 때문에~~) 발목을 접지르거나 팔꿈치에 타박상이 난 경우에만 한의원을 찾는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본격적인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저~얼대 먹을 걸 좋아해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겠지?

 

한의약식학설은 약물과 음식의 관계에 대한 학설이다. 한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약식호보(藥食互補 ; 약과 음식은 서로 돕는다), 약식호용(藥食互用 ; 약과 음식은 서로 이용한다)이라 하여 약과 음식 사이에 엄격한 경계가 없다. 약과 음식을 서로 배합해서 병을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뚜렷한 특징인데, 이래서 난 한의학이 좋다. 맛있는 음식이 바로 내 몸을 보호하는 약이 되는 것이니 어찌 이렇게 효율적일 수가 있을까! 내가 동양인이여서가 아니라 동양, 그 자체의 철학이 정말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첫장을 넘기면 본문이 나오기 전에 먼저 표로 알아보기 쉽게 <오행속성표>가 나와있는데 정말 한자를 모르면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온 천지가 한자투성이다. 그 표에는 자연계와 인체에서 연관된 것이 다섯 가지씩 대응되는 게 있는데 그것을 알면 몸의 장기 중에 안좋은 부분이 있을 때 그에 따라 먹기가 쉽게 만들어 준다. 오미(五味)와 오장(五臟), 오행(五行) 등이 서로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찾아가면 된다. 처음엔 이 표만 달랑 나와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몰랐는데 이 표와 함께 뒤에(p. 148) 나온 것을 보니 정말 딱 감이 왔다.

 



 오미(五味)


 오행(五行)


 오장(五臟)


 산 (酸 ; 시다)


 목 (木 ; 나무)


   간 (肝 ; 간)


 고 (苦 ; 쓰다)


 화 (火 ; 불)


   심 (心 ; 심장)


 감 (甘 ; 달다)


 토 (土 ; 흙)


  비 (脾 ; 비장, 지라)


 신 (辛 ; 맵다)


 금 ( ; 쇠)


   폐 (肺 ; 허파)


 함 (鹹 ; 짜다)


 수 (水 ; 물)

   신 (腎 ; 콩팥)


 

오미(五味)에는 산(酸 ; 시다), 고(苦 ; 쓰다), 감(甘 ; 달다), 신(辛 ; 맵다), 함(鹹 ; 짜다)가 있고, 오곡(五穀)에는 깨(산미), 밀(고미), 멥쌀(감미), 조(신미), 콩(함미)가 있고, 오과(五果)로는 자두(산미), 살구(고미), 대추(감미), 복숭아(신미), 밤(함미)가 있으며, 오육(五肉)으로는 개고기(산미), 양고기(고미), 쇠고기(감미), 닭고기(신미), 돼지고기(함미)가, 오채(五菜)로는 부추(산미), 염교(고미), 아욱(감미), 파(신미), 콩잎(함미)가 있다. 이것을 모두 알았다면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을 표로 만들어보면,

 



 오미 (五味)


 오곡 (五穀)


 오과 (五果)


 오육 (五肉)


 오채 (五菜)


(酸 ; 시다)


 


 자두


 개고기


 부추


(苦 ; 쓰다)


 밀


 살구


 양고기


 염교


(甘 ; 달다)


 멥쌀


 대추


 쇠고기


 아욱


(辛 ; 맵다)


 조


 복숭아


 닭고기


 파


(鹹 ; 짜다)


 콩


 밤


 돼지고기


 콩잎



 

예를 들어, 비장이 약해졌다면 토(土)의 성질을 지닌 감미(甘味)에 속하는 멥쌀, 대추, 쇠고기, 아욱을 먹게 되는 것이고, 폐병이 생기면 금()의 성질을 지닌 신미(辛味)에 속하는 좁쌀, 닭고기, 복숭아, 파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오장의 병에는 금기도 있다. 쇠가 나무를 이기므로 간이 아플 때는 일반적으로 매운 맛을 꺼리고, 물과 불은 상극이므로 심장병에는 짠맛을 꺼리고, 나무가 흙을 이기므로 비장이 아플 땐 신맛을 꺼리며, 흙이 물을 이기므로 콩팥이 아플 땐 단맛을 꺼리며, 불이 쇠를 이기므로 폐병에는 일반적으로 쓴맛을 꺼려야 한다. 이렇게 보면 정말 한의약식은 전혀 어렵지가 않아 보인다. 그저 자연의 이치대로 생각하고 그대로 먹으면 되니까. 이래서 음식과 약을 구별하지 않는가 보다. 그런데 확실히 먹는 거라서 그런지 아주 수월하게 읽히는 것 같다. 다른 책은 안 그렇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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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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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내심 기대하면서 본 소설이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띠지의 광고가 조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니까 기대하면서 봤다.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 교수의 명콤비는 마치 천재적인 탐정 셜록 홈즈와 그를 잘 보좌해주는 왓슨을 연상하게 했다. 그러니까 유가와 교수가 셜록 홈즈인 거고, 구사나기 형사가 왓슨인건가...? 얼핏 보면 심령적인 기이한 현상으로 치부되어 미결로 남을 사건들이 사실은 교묘하게 얽히고 얽힌 인간들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인재라는 것을 착착 밝혀내는 유가와 교수는 정말 천재적이다. 그가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멋지지 않은가...?

 

첫 번째는 꿈 속에서 본 소녀란 이야기다. 17년 전 꿈속에서 레이미와 얼굴과 이름이 같은 소녀를 본 이후 그녀를 '미래의 연인'으로 생각했다던 한 남자가 16세 여고생 레이미의 침실에 침입하다가 들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 기이한 현상을 경찰 조서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던 구사나기 형사는 친구 유가와 교수에게 찾아가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 사건의 비밀은 바로 레이미의 엄마에게 있었다. 한없이 여성스러운 그녀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장총을 들고 딸의 방에 들어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애인이 위급할 때 혼령으로 나타나 도움을 요청한 이야기~ 호소다니는 연인 기요미와 헤어진 이후에 친구 집에서 그녀의 환영을 보고 왠지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해보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가 환영(유체이탈)을 본 시간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다급한 마음에 혼이 빠져나가 위험을 알릴 수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사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내 심금을 울렸다.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 같고, 피해자가 가해자 같으니... 이것 참~~

 

세 번째 이야기는 간자키 야요이라는 여성이 자신이 남편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사건~ 남편이 정수기를 판매하면서 알게 된 아주머니 집을 마지막으로 실종되어버린 남편을 찾아달라는 아내는 그 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들어온 네 명의 남녀가 너무 이상하다고, 같이 미행해달라고 구사나기에게 부탁하는데... 왠걸? 이상한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잖아...? 이거 집이....울어? 어느 시간만 되면 집이 떨리는 폴더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오싹하던지~ 그 네 명의 신원과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 정말 읽기가 무서웠던 이야기이었다.

 

네 번째도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평소 사이가 좋던 부부에게 변이 생겼는데, 기울어져 가는 사업을 하던 남편 다다아키가 빌려간 돈을 받으러 나갔다가 그만 호텔에서 목이 졸려 죽었던 것~ 그의 아내 다카코는 나가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가 8시쯤 들어왔는데 그날 남편이 안 들어와서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 좀 더 기다리는데 경찰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그가 죽기 전에 딸이 도깨비불을 봤다고 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으나 이것은.... 역시나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이야기가 이 책의 표제인 '예지몽'에 관련된 이야기다. 이 이야기만큼은 스릴도 만점이지만 사건의 끝이 암울하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오싹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예지몽을 꾸는 아이는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나중에 나오는데 그것이 예지몽인지 아니면 실제로 한 연습인지가 분명치가 않다. 아마도 읽어가면서 추리해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내연의 여자가 있는 나오키는 그녀에게 이혼을 종용당했다. 그런데 신속한 반응을 하지 않는 나오키에게 실망해서 압력을 주려고 옆 집에 이사를 와 계속 괴롭히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아내에게 전화를 바꿔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위협을 하곤 머뭇거리는 사이에 실제로 죽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일련의 자살사건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웃집에 사는 여자의 딸이 자살로 오늘 죽은 그녀가 이틀 전에 자살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기 때문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묘한 소설이다. 하지만 결론은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은 자신도 똑같이 당한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오컬트적인 부분이 있어 묘하긴 했지만~~

 

사람을 죽고 죽이는 이런 범죄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욕망과 미움과 질투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탐정 만화도 많이 보지만 정말 안타까운 사연을 앞두고, 혹은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것은 정말 궁극의 악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이 어떤 이유가 되었던 간에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살인하지 말라고 배웠으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길 바라는 내 마음은 도대체 무얼까...? 원칙이 없으면 사회 정의가 실현되지 않을 텐데 나부터도 살인이라는 큰 화두를 앞에 두고서도 옳다, 그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어렵다니~~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다준 모처럼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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