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내심 기대하면서 본 소설이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띠지의 광고가 조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니까 기대하면서 봤다.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 교수의 명콤비는 마치 천재적인 탐정 셜록 홈즈와 그를 잘 보좌해주는 왓슨을 연상하게 했다. 그러니까 유가와 교수가 셜록 홈즈인 거고, 구사나기 형사가 왓슨인건가...? 얼핏 보면 심령적인 기이한 현상으로 치부되어 미결로 남을 사건들이 사실은 교묘하게 얽히고 얽힌 인간들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인재라는 것을 착착 밝혀내는 유가와 교수는 정말 천재적이다. 그가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멋지지 않은가...? 첫 번째는 꿈 속에서 본 소녀란 이야기다. 17년 전 꿈속에서 레이미와 얼굴과 이름이 같은 소녀를 본 이후 그녀를 '미래의 연인'으로 생각했다던 한 남자가 16세 여고생 레이미의 침실에 침입하다가 들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 기이한 현상을 경찰 조서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던 구사나기 형사는 친구 유가와 교수에게 찾아가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 사건의 비밀은 바로 레이미의 엄마에게 있었다. 한없이 여성스러운 그녀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장총을 들고 딸의 방에 들어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애인이 위급할 때 혼령으로 나타나 도움을 요청한 이야기~ 호소다니는 연인 기요미와 헤어진 이후에 친구 집에서 그녀의 환영을 보고 왠지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해보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가 환영(유체이탈)을 본 시간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다급한 마음에 혼이 빠져나가 위험을 알릴 수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사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내 심금을 울렸다.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 같고, 피해자가 가해자 같으니... 이것 참~~ 세 번째 이야기는 간자키 야요이라는 여성이 자신이 남편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사건~ 남편이 정수기를 판매하면서 알게 된 아주머니 집을 마지막으로 실종되어버린 남편을 찾아달라는 아내는 그 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들어온 네 명의 남녀가 너무 이상하다고, 같이 미행해달라고 구사나기에게 부탁하는데... 왠걸? 이상한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잖아...? 이거 집이....울어? 어느 시간만 되면 집이 떨리는 폴더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오싹하던지~ 그 네 명의 신원과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 정말 읽기가 무서웠던 이야기이었다. 네 번째도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평소 사이가 좋던 부부에게 변이 생겼는데, 기울어져 가는 사업을 하던 남편 다다아키가 빌려간 돈을 받으러 나갔다가 그만 호텔에서 목이 졸려 죽었던 것~ 그의 아내 다카코는 나가지 말라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가 8시쯤 들어왔는데 그날 남편이 안 들어와서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 좀 더 기다리는데 경찰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그가 죽기 전에 딸이 도깨비불을 봤다고 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으나 이것은.... 역시나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이야기가 이 책의 표제인 '예지몽'에 관련된 이야기다. 이 이야기만큼은 스릴도 만점이지만 사건의 끝이 암울하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오싹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예지몽을 꾸는 아이는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나중에 나오는데 그것이 예지몽인지 아니면 실제로 한 연습인지가 분명치가 않다. 아마도 읽어가면서 추리해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내연의 여자가 있는 나오키는 그녀에게 이혼을 종용당했다. 그런데 신속한 반응을 하지 않는 나오키에게 실망해서 압력을 주려고 옆 집에 이사를 와 계속 괴롭히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아내에게 전화를 바꿔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위협을 하곤 머뭇거리는 사이에 실제로 죽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일련의 자살사건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웃집에 사는 여자의 딸이 자살로 오늘 죽은 그녀가 이틀 전에 자살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기 때문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묘한 소설이다. 하지만 결론은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은 자신도 똑같이 당한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오컬트적인 부분이 있어 묘하긴 했지만~~ 사람을 죽고 죽이는 이런 범죄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욕망과 미움과 질투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탐정 만화도 많이 보지만 정말 안타까운 사연을 앞두고, 혹은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것은 정말 궁극의 악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이 어떤 이유가 되었던 간에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살인하지 말라고 배웠으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길 바라는 내 마음은 도대체 무얼까...? 원칙이 없으면 사회 정의가 실현되지 않을 텐데 나부터도 살인이라는 큰 화두를 앞에 두고서도 옳다, 그르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어렵다니~~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다준 모처럼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