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저문강 지음 / 천권의책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안데스 음악이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예회에서 들었던 '람바다'의 멜로디가 안데스 음악에서 차용해서 나온 것이라니 그럼 비슷하게나마 들어본 적이 있구나 싶었다. '저문강'이란 닉넴을 가지고 있는 조영대 씨는 1989년 휘경동 경희대 근처를 지나던 길에 길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온 안데스 음악에 반해 안데스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조심스레 품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여러 차례에 걸쳐 안데스에 다녀온 기행기이자 안데스 음악의 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을 쓰는 지금 로스 차꼬스의 '환상의 폴로네이즈'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여러 안데스 음악을 들었는데, 저자가 안데스의 레스토랑에서 폴클로레 그룹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춤을 쳤던 것이 이해가 될 만큼 흥겨운 곡이었다. 특히 께냐라고 하는 피리는 그 소리가 처량맞고 구슬픈데 리듬은 흥겨우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렸다. 처음에는 많이 등장하는 안데스 악기 이름과 리듬이 이해가 안되고, 어색했는데 한 권을 끝까지 다 보고 대충 알아들을 만하니까 뒤에 악기와 리듬 소개가 되어 있었다. 친절하게도 들어볼 만한 음악과 그룹도 소개해주었는데 참 괜찮았다. 그러니까 이 책을 볼 땐 먼저 맨 뒷부분에 나온 소개를 훑어보고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대학 시절에 인류문화사 교수님이 내준 숙제를 하느라고 '잉까(잉카) 제국'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띠띠까까(티티카카) 호수와 거기에서 유래된 전설들을 보며 여기에도 홍수 전설이 있구나 하며 굉장히 신기하게 여겼더랬다. 또 마추삐추(마추픽추)나 꾸스꼬(쿠스코)이야기를 들으면 그 당시 조사했던 내용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정말 그리웠다. 저자도 안데스 음악의 근원지로 가기 위해 띠띠까까 호수에 갔는데, 먼저 잉까 트레일을 통해 마추삐추를 지나 띠띠까까 호수에 도착했다. 잉까 트레일은 잉까인들이 꾸스꼬(쿠스코)에서 마추삐추까지 걸어간 그 길을 따라가는 3박 4일 동안에 4,000km가 넘는 산 몇 개를 넘는 것이다. 몇 날동안 산을 타면서 도착한 마추삐추는 완전 감동이다!! '오래된 산' 혹은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삐추는 워낙 깊은 산중이고 또 도시의 한쪽은 절벽이라 공중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여 '공중도시'라고 불린다는데 정말 고대 세계의 일면을 볼 수 있을 듯한 그곳을 한 번 가보고 싶다.

 

뻬루와 볼리비아와 에꽈도르를 넘나들며 안데스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악기 레슨을 위해 선생님을 구하기도 하고, 여러 유적지를 돌아보기도 하는 그의 기행은 정말 뭐 하나에 미치는 사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처음엔 안데스 땅을 밟아보기만 하는 것이 소원이었었는데 점차로 꿈이 커지면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꿈으로, 뉴깐치 냔이라는 그룹의 매니저가 되고, 결국 '로스 안데스'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의 행로가 왜 이리 멋져보이는지, 음악이라는 분야에 별로 꽂히는 바가 없기에 안데스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만큼은 정말 부러웠다.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드는 그의 그런 결단력이 그의 영혼을 빗질해주는 것은 아닌지... 단순히 안데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안데스 음악을 추구하려는 그의 행동이 바로 그의 영혼을 빗질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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