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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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을 살리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희생을 할 수 있는가?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찾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세시대만 해도 영주들에게 예속되었던 '자유'없는 농노들 뿐이었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유"라고 하는 화두는 의식이 조금씩 개혁되어왔던 르네상스가 도래할 무렵부터 몇백 년 전부터 천천히 바뀌어온 역사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 산물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려졌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절대 값없이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의식의 개혁과 많은 선현들의 애끓는 의지와 열정 덕분에 후세에 태어난 우리는 그저 그 권리를 주워서 쓰기만 하면 될 정도로 인권은 너무나 당연한 요소가 되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인권이 없어서 억울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드러난 곳에서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더하다. 몇백 년동안의 쌓아져 내려온 의식의 개혁없이 외세의 침략, 그리고 외세의 도움을 받아 한 해방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얻어진 권리에다가 한창 경제개발을 한다고 노동자들에게 사정없이 가해졌던 폭력 덕분에 우리는 이름도 위대한 전태일 님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분의 희생을 통해 노동자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도 숨겨진 많은 곳에서는 소리없이 신음하는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 드러난 곳에서는 개인의 인권을 사사로이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남자들이. 혹은 그들이. 혹은 정부가.

 

그런데 21세기인 요즘에도 사사로이 한 개인의 인권을 취하려고 하는 존재가 있다. 그 취함을 당하는 쪽은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나오는 난민들이 될 것이고, 그것을 취하려는 쪽은 무정한,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란 존재, 그 남자들이 될 것이다. 가만 보면,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 사악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죽이지 못해, 이용하지 못해 안달났으니-. 저기 하늘 위에 신이 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얼마나 어이없을까. 서로 "쟤, 뭐니?" 하고 놀리지 않을까. 우리가 동물원에서 사슴 무리들이 한 사슴을 죽이거나 팔아먹거나 강탈하는 꼴을 구경하는 것 같은 양상이니. 어쨌든 정부가 없는, 바로서지 못하는 나라의 국민은, 즉 난민은, 보호해줄 정부가 없기 때문에 양육강식의 원칙에 따라 강한 자들이 약한 자를 마음대로 한다. 정말 자기 마음대로. 제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한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니...

 

이 소설은 곧 영화화된다고 한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내정되었다는데, 솔직히 이 내용을 알고 있는 내가 그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안타깝고도 멋진 이상야릇한 내용을 말이다. 일단 간략 소개를 하자면, 나이지리아의 난민인 리틀 비가 화자로 등장한다. 꿀벌의 이름에서 딴 이름을 안전하게 영국으로 왔는데도 버리지 않는 리틀 비는 새로운 장소에 가면 항상 금방 자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놓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난민 소녀이다. 나이지리아말고도 자메이카 같은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들과 같이 생활했지만, 그녀들 모두 영국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 끔찍한 일을 겪었다. 신체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고 해서, 돈이 없다고 해서, 무기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죽으리란 법은 없을진대, 한 나라가 무정부 상태가 되면 왜 아이들과 여자들이 먼저 약탈당해야 하나? 왜? 인간은 이성과 마음이라는 게 있어서 약한 자를 돕는 것을 배우지 않던가? 그들은 정신병자인가? 그들은 뭐하는 놈들인가?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지구 땅에 있는 남자들은 모조리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면 조금은 더 살기가 편해지지 않았을까. 전쟁도 없고, 싸움도 없고, 성범죄도 없을 테니...

 

나는 묻고 싶다. 아무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도 못하다고 하지만, 그 남이 아이라면, 그 남이 갈곳 하나 없는 난민이라면, 그 남이 내가 없으면 곧 죽을 목숨이라면 도와주지 않겠냐고. 그것이 내게도 어떤 대가를 치르게는 하지만, 그래도 목숨 부지하는데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정도의 대가라면, 아니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인 불구가 되는 대가라도 목숨 값으로는 싼 거 아니냐고 말이다. 이렇게 묻는 나도 그 상황에서 서슴없이 긍정의 대답을 하진 못할 수도 있을 거다. 그것은 그 상황에 있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조금은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 내 일이 힘들고, 내 짜증이 도가 넘치고, 내가 아프고, 내가 급하더라도 그 정도가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그런 상황이라면 역지사지해보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선한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끄집어내는데 드는 노력에 차이가 있는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런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 노력으로 한 사람의 생명이 구해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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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ing, Living, Loving - 중국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그녀의 열정어린 러브레터
김은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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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까?
 

이 의문은 약 2년 반 동안 서평을 쓰게 되면서 매일 하게 된 난감한 고민이다. 세상은 넓고, 읽은 책은 많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책이 내 눈과 내 손과 내 가슴을 두드리고 갔는데, 딱 이거다 하고 범주에 넣기가 묘한 책은 항상 난감하다. 그나마 이 책은 처음엔 "인생기록"이라고 제멋대로 명명했다가 참 단순하게 "에세이"로 금방 낙찰할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 패션을 사랑해 십여 년 간 패션 분야에 정신없이 열정을 쏟아놓았던 그녀가 남편의 발령 덕분에 인생을 즐길 여유를 가졌다. 그것도 바로 중국의 경제특구 선전에서. 단순히 생각해봐도 자신의 일을 금방 놓고 떠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결정은 용감하고도 아름다워보였다.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남편의 일을 위해 새롭고 낯선 중국이란 나라를 가슴에 품다니... 그나마 그녀는 어린시절을  베트남, 스위스, 프랑스에서 보냈고 그녀의 남편은 일본, 홍콩, 스리랑카, 미국에서 지내보았던 경험이 선전에서의 새출발을 좀더 쉽게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생각은 해본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른 쪽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다른 나라를 경험했던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어떻게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이어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그렇게 초등학생인 아들 영기와 월마트 차이나 개발상무인 남편을 따라 선전으로 가서의 인생이 시작된 이야기를 아주 꼼꼼하게 풀어내주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목차를 꼭 보는데 그 목차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예 한국을 뜨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두려움과 정신없음,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Leaving」), 그 다음에는 선전에서의 첫 인상과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들, 남편과 아들 영기의 적응기와 더불어 거기에서 만난 친구들과 집 꾸미기 등이 나오고(「Living」), 마지막에는 중국 선전을 만나면서 달라졌던 습관들, 중국에 가볼만한 여행지와 먹을거리들이 소개된다(「Loving」). 이러니 415페이지나 되는 분량에 필요한 얘기가 빡빡하게 채워져 있을 수 밖에. 이 안에는 정말 잡다하고도 소소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집 꾸미기에서부터 중국어 정복기까지, 음식이야기에서부터 여행갈 명소나 지역까지도 세세하게 등장하고 있으니 여행기가 읽고 싶거나 중국어 공부기를 보고 싶다면 그 부분만 펼쳐서 봐도 참 유용할 것이다. 사실 선전에 여행하는데 이 책을 가져갈 필요까지는 없다. 너무 무겁기도 하거니와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체에서 1/3도 안 되니~. 그러니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어딘가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들면 딱 일듯 싶다.

 

그녀는 분명 패션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이다. 본인의 입으로도 그랬듯이, 패션업계에서 나와있으니 당연히 패션과는 멀어질 수 밖에는 없지만 그녀 안에 살아있는 미적인 감각은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그랬기에 선전이라는 삭막한 도시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그녀가 아직 중국어를 정복하기도 전에 아티스트 저우웨이를 만난 것 때문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는 거장의 작품전이 시도때도 없이 열릴 정도로 문화적으로 큰 도시이지만, 아직 경제만 발전했지 문화적인 성장은 턱없이 더딘 선전에서 저우웨이라는 아티스트를 만난 것은 정말 횡재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극찬을 하는 것은 그의 그림이 내 마음도 울려서라고나 할까. 연한 파스텔빛 상공을 나는 학생이나 인민군, 노동자, 정치인들의 귀여운 그림이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게 만든다. 보물 같은 아티스트를 발견한 경험이 선전에 정을 붙이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는 그의 작품을 사기도 했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행복한 시간이었음에 틀림 없다. 그렇게나 아끼던 패션과는 멀어지고 있지만 집을 안정감있게 꾸미고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이 40대에 들어선 그녀에겐 또다른 도약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젠 선전이란 곳이 어딘지조차 몰랐던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약간 소개를 해보자. 원래 광둥성 남부 연해의 깡어촌이었던 선전은 1980년 덩샤오핑에 의해 경제특구로 선택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한 도시다. 아직 20년 정도밖에 안되니 도시에 아직은 깊이도 없고 운치도 없지만 야심차게 계획되었던 탓에 아름다운 유럽스타일의 집도 많고, 녹림과 건물이 균등하게 분포가 되어 있다. 처음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에 가장 먼저 진출한 이들은 영국과 미국인들이라 아직까지도 선전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중국 같지 않은 중국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외국의 자본과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세금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국제적 수준의 투자 환경을 조성한 중국 제1의 경제특구 선전은 자본주의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데, 그런 이유로 남한 사람도 선전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수단으로 가든 1시간 안에 홍콩을 갈 수 있다는 것도 선전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요소이다. 선전에 거주하면서 아이들 학교를 홍콩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고, 홍콩에서 선전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 본토 부자들이 쇼핑하러 홍콩에 가는 등 선전과 홍콩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도시들이다. 선전에서 가봐야 할 명소는 상당히 많다. 이 책에 나온 것이 반만 사실이여도 관심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먼저 【금수중화】는 베이징의 만리장성, 러산의 대불, 티베트의 포탈라궁, 시안의 병마용 등의 중국을 대표하는 명승고적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놓은 곳이란다. 정말 정교하고 대단하다니, 정말 보고 싶을 뿐이다. 【중국민속문화촌】은 중국 안에 있는 55개의 소수민족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곳이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꼭 가야할 곳이다. 【세계의 창】은 세계 각국의 미니어처들을 모아놓은 곳인데, 상상 외로 흡족함을 느낄 수 있다니 꼭 가보고 싶다. 각국의 요리를 접할 수 있는 【해상세계】는 주말마다 가서 밥도 먹고, 편리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포트로피노】는 호주 건축가 피터 드워르젠이 만든 테라코타 톤의 빌라풍 아파트단지다. 중국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니, 한 번쯤 가볼만 한 일이다.

 

갑작스레 발전하는 곳이지만, 무질서하고 덤벙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지향하면서 성장하려는 선전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꼭 내가 가서 살아본 것처럼 말이다. 아직 나는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을 그리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일상기록을 보니까 외국도 가슴에 품으면 고국과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시, 선전을 소개해준 그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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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 말하고 쓰려면 문법부터 다시 하라
정재영 지음, Time E-Lab 기획 / 타임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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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영어책을 사서 공부해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정말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을 이럴 때 느낀다. 하다못해 대학 때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목적이 흐려지니 잘 안하게 되는 것이 영어공부인 듯 싶다. 이런 게으름을 타파하고자 멋들어지게 생긴 영어책을 골랐다. 학생 시절 그렇게도 따지던 아름다움을 앞세우고 고른 영어책이다. 학생시절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학생은 문제집이 많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저 그런 마음이 들 때 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 그리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집이 보기에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옛 성현들은 어찌나 현명하셨는지 비단 먹는 거에만 국한되는 말만 남기신 게 아닌듯 싶다.

 

그런 의미로 영어책을 사지 않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멋들어지게 아름다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을 보면 영어공부를 싫어해도 홀딱 반해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다. 오죽하면 난 표지만 보고도 반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생긴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마음씀씀이까지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온라인 연습장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연습장에 나온 것은 책에도 나와있는 연습문제이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것을 좋아하고 게임하듯이 하고 싶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발음을 들어가면서 공부하고 싶다면 온라인 연습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처음에는 못 써봤다. 온라인 연습장이라는 것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꼭 내가 공부하러 기어들어가는 시간이 저녁 늦게이거나 새벽녁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인 탓이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벌써 책으로 공부를 했기에 별 문제는 되지 않는데, 발음을 듣기 위해서 다시 처음부터 온라인 연습장으로 공부해봐야 할 듯 싶다. 그런데 역시나 온라인 연습장도 무척이나 깔끔하고 예쁘게 되어있다. 앙증맞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다.

 

영어와 관련된 산업만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10조 이상씩 든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조기유학이니 개인교습이니 어학원이니 영어캠프이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물론이요, 영화동화책에, 영어동요 CD에서부터 영어 애니메이션 DVD까지 나오니 그 정도는 훌쩍 넘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게다가 조기교육이 강조되면서 미취학아동부터 시작했던 영어가 내 나이가 무색하게 중년이 훌쩍 넘긴 아저씨까지도 영어공부 열풍에 휩싸이게 만드니 정확히 10조가 아니더라도 대단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러니 영어에 관련된 스트레스 또한 오죽할까. 이 책을 보면서 같이 봤던 책 중에 김은정 씨가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중국 선전으로 이주한 이야기를 담은 『Leaving Living Loving』이란 책이 있었다. 그 책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그녀가 영어와 불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이때껏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는 이야기였었는데, 그녀 또한 중국으로 이주하면서 중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소위 엘리트라던 그녀가 나 같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이해해주지는 못할 거란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중국어로 동변상련을 느끼며 해소되었었는데, 사실 그녀는 중국에서 사니 중국어를 해야 하고, 중국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한국땅에 사는 우리는 왜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어쨌거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현실적으로 영어를 잘 하게 되면 취업이 유리해진다거나 성적에 영향을 준다거나 대학을 붙게 해주는 이익이 있으니 우리는 영어를 해야 한다. 가끔 우리말보다도 영어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진다거나 주객전도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지성인들은 우리말을 더 우선시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며 나도 영어의 바다에 들어가보았다. 첫 부분부터는 아주 쉬운 문법이 나온다. 사실 회화를 하라고 하고, 문법을 버리라고도 많이 들었었는데, 영어공부의 경향이 이제 다시 문법 쪽으로 기울어진 듯 하다. 우리말을 배울 때처럼 문법은 몰라도 "이거 어색해~"라고 꼬집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미 어른이 된 후라 그렇게 본능적인 반응은 할 수가 없을 것이고, 문법을 정확하게 익혀서 다른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게만 한다면 완벽할 것이다. 공부하다 보니, 내가 열심히 외웠던 부분도 있고, 한 번도 못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면서 느낀 건데,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과, 뭔가 하나를 더 배워가는 것은 보람된다는 사실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일만 했던 내 두뇌가 새로운 자극과 흥미를 느낀 듯해, 완전히 이 책을 정복하진 못했지만 소기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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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 세계 10대 장수마을에서 찾은 건강 비결
이원종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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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원종 박사가 세계10대 장수마을을 직접 찾아가보고 알게 된 사실과 느낀 감상을 정리한 책이다. 건강 관련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오지를 찾아떠나는 간략한 여행기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을 소개해주는 안내서 같기도, 아니면 평생에 바쁘게만 보냈던 성질 급한 어떤 아저씨의 참회가 담겨있는 책 같기도 하다. 그만큼 여행은 새로운 사실과 풍경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다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장수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음식에 더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선 세계10대 장수마을에서는 무얼 먹고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리고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당면한 사실이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가슴 깊이 배우려는 자세로 이 책을 보진 않게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을 고를 때도 "장수"라는 내용보다는 저기 귀여운 고양이를 안고 계시는 106세의 아고스틴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선해보여서, 너무 아름다워보여서 고른 이유 탓에 책을 아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아주 장난이 아니다.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에 사는 노인이신데, 얼굴에 검버섯 하나 없단다. 먼저 할머니를 보내시고 혼자서 가난하게 살아가시지만, 우울증조차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니 이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뒤에 나오는 다른 장수하시는 노인들은 대부분 여성분들이 많은데, 아고스틴 할아버지는 남성이면서도 혼자 살아가는데도 우울증 없이, 병 없이 장수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일단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장수의 비결은 "모든 일을 즐기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란다. 할아버지는 혼자 텃밭을 가꾸고 텃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해 먹고 마당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레몬, 오렌지, 아보카도 등을 따 드시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도리어 할아버지에게 장수로 이어지게 한 것이라니, 정말 세상은 공평하다. 게다가 혼자 사시는데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일하면서 지나가는 친구들과 끊임없이 인사를 하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그의 마음가짐과 일요일에는 성당에도 가서 말끔한 모습으로 미사를 드리니 그의 사교활동은 여느 청년들과도 못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장수하는 비결이 과연 그것 뿐일까.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5세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평균 68세밖에 되지 않는다. 죽기 전에 10년 정도 병을 앓기 때문인데, 이것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아고스틴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여기에 나온 여러 장수마을의 노인들은 90~100세에도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니 이 비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고스틴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와 그루지야의 캅카스는 아열대 기후로 생활하기에 아주 이상적인 온도를 가진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장수하기에 유리한 곳이다. 경제적으로는 그리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고기도 거의 먹을 수 없이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런 천혜의 자연환경이 장수마을을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계10대 장수마을의 모든 곳이 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지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장수마을이 산골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서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중국의 바마는 절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곳도 따스한 기후를 가지기는 했지만, 인구 23만 8000명을 가진 대도시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두면 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 싶다. 중국의 바마는 100세 이상의 노인이 86명이이나 되는 세계적인 장수마을인데다가 산업화/현대화가 되면 장수노인이 줄어드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아주 독특하다. 일단 바마에서는 산차나무 열매를 짜내서 산차유를 먹는다는 게 신기한 점이고,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많이 움직이고 소식하는 것! 그런데 농경사회다 보니 어른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뿌리박혀있어서 노인들은 존경받으며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와인을 소량 마신다는지, 유산균이 많이 들어간 우유나 마초니를 마신다는지, 매일 레몬이나 올리브를 먹는다든지 상당히 다양한데 여기서 공통적인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나 본인이 스스로 경작했다면 농약을 치는지 안 치는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으니 운동도 되고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까 자신이 있는 환경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고, 가장 제철이고 신선한 것으로 먹으며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장수란 고지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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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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