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 말하고 쓰려면 문법부터 다시 하라
정재영 지음, Time E-Lab 기획 / 타임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영어책을 사서 공부해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정말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을 이럴 때 느낀다. 하다못해 대학 때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목적이 흐려지니 잘 안하게 되는 것이 영어공부인 듯 싶다. 이런 게으름을 타파하고자 멋들어지게 생긴 영어책을 골랐다. 학생 시절 그렇게도 따지던 아름다움을 앞세우고 고른 영어책이다. 학생시절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학생은 문제집이 많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저 그런 마음이 들 때 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 그리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집이 보기에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옛 성현들은 어찌나 현명하셨는지 비단 먹는 거에만 국한되는 말만 남기신 게 아닌듯 싶다.

 

그런 의미로 영어책을 사지 않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멋들어지게 아름다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을 보면 영어공부를 싫어해도 홀딱 반해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다. 오죽하면 난 표지만 보고도 반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생긴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마음씀씀이까지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온라인 연습장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연습장에 나온 것은 책에도 나와있는 연습문제이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것을 좋아하고 게임하듯이 하고 싶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발음을 들어가면서 공부하고 싶다면 온라인 연습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처음에는 못 써봤다. 온라인 연습장이라는 것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꼭 내가 공부하러 기어들어가는 시간이 저녁 늦게이거나 새벽녁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인 탓이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벌써 책으로 공부를 했기에 별 문제는 되지 않는데, 발음을 듣기 위해서 다시 처음부터 온라인 연습장으로 공부해봐야 할 듯 싶다. 그런데 역시나 온라인 연습장도 무척이나 깔끔하고 예쁘게 되어있다. 앙증맞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다.

 

영어와 관련된 산업만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10조 이상씩 든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조기유학이니 개인교습이니 어학원이니 영어캠프이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물론이요, 영화동화책에, 영어동요 CD에서부터 영어 애니메이션 DVD까지 나오니 그 정도는 훌쩍 넘으리라 생각되기도 한다. 게다가 조기교육이 강조되면서 미취학아동부터 시작했던 영어가 내 나이가 무색하게 중년이 훌쩍 넘긴 아저씨까지도 영어공부 열풍에 휩싸이게 만드니 정확히 10조가 아니더라도 대단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러니 영어에 관련된 스트레스 또한 오죽할까. 이 책을 보면서 같이 봤던 책 중에 김은정 씨가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중국 선전으로 이주한 이야기를 담은 『Leaving Living Loving』이란 책이 있었다. 그 책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그녀가 영어와 불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이때껏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는 이야기였었는데, 그녀 또한 중국으로 이주하면서 중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소위 엘리트라던 그녀가 나 같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이해해주지는 못할 거란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중국어로 동변상련을 느끼며 해소되었었는데, 사실 그녀는 중국에서 사니 중국어를 해야 하고, 중국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한국땅에 사는 우리는 왜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어쨌거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현실적으로 영어를 잘 하게 되면 취업이 유리해진다거나 성적에 영향을 준다거나 대학을 붙게 해주는 이익이 있으니 우리는 영어를 해야 한다. 가끔 우리말보다도 영어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진다거나 주객전도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지성인들은 우리말을 더 우선시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며 나도 영어의 바다에 들어가보았다. 첫 부분부터는 아주 쉬운 문법이 나온다. 사실 회화를 하라고 하고, 문법을 버리라고도 많이 들었었는데, 영어공부의 경향이 이제 다시 문법 쪽으로 기울어진 듯 하다. 우리말을 배울 때처럼 문법은 몰라도 "이거 어색해~"라고 꼬집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미 어른이 된 후라 그렇게 본능적인 반응은 할 수가 없을 것이고, 문법을 정확하게 익혀서 다른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게만 한다면 완벽할 것이다. 공부하다 보니, 내가 열심히 외웠던 부분도 있고, 한 번도 못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면서 느낀 건데,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과, 뭔가 하나를 더 배워가는 것은 보람된다는 사실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일만 했던 내 두뇌가 새로운 자극과 흥미를 느낀 듯해, 완전히 이 책을 정복하진 못했지만 소기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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