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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 ing 1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이 만화책은 그 당시의 내 감수성을 여실히 흔들어놓았던 아주 달달한 만화였다.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는듯이, 그렇게 청소년의 마음을 잘 흔들어놓았다.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에 봤는지 대학시절에 봤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만화의 시대적 배경이 상당히 옛날(1980년대)이라는 점도 참 신선했다. 지금 또 보면 다를려나...?
어쨌든 이 만화의 주인공은 한 소녀이다. 모든 것을 억누르면 오로지 제 인생을 아버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살아가는 그런 소녀....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배구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자신을 뒤로 한 채 아버지가 가고싶어하셨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완전히 수험생 모드로 돌변했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그녀가 돌변하게 된 까닭은, 그녀가 입양아란 사실이 정말 크게 작용했다. 만약이 이것을 하지 않으면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불안감을 안고 있는 그녀.... 이 세상이,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더이상 당연해지지 않을 때의 공포심은 어떠할까.... 그래서 친구도 외면하고 동료도 외면하고 오로지 공부에 매진하게만 되는 그녀에게 일상의 변화가 생겼다.
친구의 독촉으로 나간 소개팅자리에서 한 눈에 봐도 훤칠한 미남자가 떡 하니 나온 것이 아닌가. 아마도 일반적인 순정만화였다면 그 이후론 승승장구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대쪽같은 그녀는, 소개팅 같은 작위적인 만남은 별로라며 쿨하게 나간다. 그리고 그에 지지 않는 우리의 그남은, 그렇다면 우연히 세 번째 만나게 되면 사귀는 것으로 하자며 먼저 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서, 버스 안에서, 서점인가? 하여튼 우연히 세 번을 만나게 되고 학교 교문 앞에서 그는 떡 하니 그녀를 찾아온다. 그러면서 남긴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지금의 연애와는 정말 다른 점이 바로 이 종이쪽지일 것이다. 폰이 없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요즘 시대에 쪽지를 잃어버려 애달파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아직은 힘들지 않았던지, 그녀는 쿨하게 쪽지를 버리고(남자에게 의존하진 않을거야!) 곧있어 후회하며 쪽지를 찾지만 못 찾는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버스에서 본 것을 기억해서 그의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기다려 번호를 받고 시작한 아주 우여곡절이 많은 만남이었다. 한눈에 봐도 훤칠한 것은 그가 혼혈이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현재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약간은 불량스럽고, 약간은 자유롭고 그렇게... 우리의 그녀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제 욕심, 제 마음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욕심과 마음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여주인공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죽어도 하지 않는 우리의 남주인공의 만남은 어쩌면 어색하기도 하고 안 맞을 것 같지만 은근히 서로에게 어울렸다. 한밤중에 커피를 뽑아 먹다가 나눈 첫키스의 기억은ㅡㅡ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그렇게 순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명장면이다.
이 둘의 사랑이 어떻게 되었을까. 진짜 궁금하다면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