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레슨 - 느끼고, 사랑하고, 충추라!
화이 지음 / 오푸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땅고라는 춤은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즐겨봤던 《여인의 향기》란 영화에서 나오는 춤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 세련된 맛은 없어도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두 남녀가 어우러지는 춤사위, 그것이 땅고의 아름다움이다. 사실 땅고라는 춤의 세계의 입문하게 되면 문외한이었을 때는 아름다워 보였던 《여인의 향기》의 춤이 그리 아름답지 않고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단다. 하지만 어느 정도 깊이가 있어지면서 땅고의 기교를 닦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땅고의 숨결과 그 열정에 반하게 되는 경지에 오르면 다시금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그 촌스러운 춤이 다시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머릿속에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라곤 두 남녀와 장미꽃 한 송이뿐이다. 《여인의 향기》는 태곳적에 봤던가 기억이 가물거리기에 바쁘고 “딴따딴따단 따라라따딴” 하는 멜로디만 남아있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입에 장미꽃을 물고 두 남녀가 도전적인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을 땅고라고 오해하는 것인데, 그것은 땅고가 아니란다. 춤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면서 여러 유형으로 나뉘기 마련인데, 왈츠를 추는 영국에서 변형시킨 것을 우리가 흔히 땅고라고 오해하는 것이라니 주의하고 볼 일이다.
 
명칭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흔히 ‘탱고’라고 알고 있었던 것을 ‘땅고’라고 발음하니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오타인 줄 알았다. 남아메리카 쪽의 발음이 워낙에 그래서 모조리 된소리를 내야 한단다. 그래서 읽을 때부터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그러니 더욱 더 땅고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나만의 탓일까. 아르헨티나란 나라를 가려고만 해도 비용은 둘째치고 그 거리와 문화적 이질감이 얼마나 크던가. 그러니 잘못 전해진 명칭이며 춤의 모양새도 분명 나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그저 거리가 멀어 잘 알지 못해 비롯된 헤프닝일 뿐.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소중했던 것이다. 눈으로 봐야할 춤 이야기를 활자로 전달받으려니 뜬 구름 잡는 식이었긴 했지만 내가 몰랐단 많은 문화적인 요소들을 전달받을 수 있었으니까. 예전에 안데스의 음악에 대해 풀어놨던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란 책을 읽었을 때도 그런 식의 발음이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두 번째 책을 소장하게 되었다. 물론 그 책을 봤을 때 소리를 들어보고 싶단 아쉬움이 남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눈으로 춤을 느끼고 싶단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말이다. 뭐, 찾아보려고만 하면 세계적인 땅고 선수들의 동영상 쯤이야 찾아볼 수 있으니까 상관없긴 하다.
 
그런데 처음 접한 땅고의 문화는 정말 놀라웠다. 일단 사람을 안을 수 있어야, 혹은 안길 수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특히 남성에게 의지하지 못하는 여성은 결코 출 수 없다는 것이 말이다. 설마 안길 수 없겠어~란 생각도 했지만 실제 사례를 들어 전달해준 저자의 말에 토달 순 없었다. 솔직히 처음 본 사람에게 덥썩 안기기엔 우리나라에 뿌리 박힌 정서가 도움 안되긴 할 게다. 그 부분을 읽고선 내가 낯선 남자에게 안긴다는 상상을 - 그것도 찰싹 붙어서 안긴다는 상상을 - 해보니 낯간지럽긴 했다. 춤을 잘 춘다 못 춘다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안길 수 있을까 의아하기도 한다. 그런데 얼굴이 붙을 정도로 가까이 안기긴 하지만 서로 눈을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서 안긴 상태로 다른 사람을 상상하며 혼자 꿈나라로 떠날 수도 있다니 여러 모로 놀라운 춤이다. 특히 남녀의 다리를 꼬아서 부비대는 춤이라 에로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지만 3분 정도의 시간에 춤에 빠지고 나면 그런 에로틱보단 감동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땅고란 춤은 스텝의 기교를 부리는 데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과 춤에 얼마나 깊게 빠지며 그것을 얼마나 깊게 향유하는지에 따라 우열을 가리기에 감성이 가장 중요시된다. 게다가 이 춤이 나온 문화 자체가 유교의 문화랑은 전혀 상반되니 그 부분은 정말 부러웠다.
 
여자가 성추행이라도 당하면 그것은 벗고 다니는 여자의 책임이라고 횡포를 부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땅고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자에게 모든 남자들이 찬사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여자들도 그것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풍토를 가지고 있어 음흉하게 본다거나 추행을 하는 짓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지~ 우리나라도 그렇게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인정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런 문화 속에서 탄생한 땅고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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