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직 부모나 권위를 가진 사람을 기본적으로 자신과 별개의 존재로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의 우주를 이루는 일부이고, 이 세계는 아직 아이의 일부다. 따라서 그들에게 복종하는 것은 일단 두 개인이 정말로 분리된 뒤에 존재하는 복종과는 성질이 다르다.
- P42

분리와 개체화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자아도 그만큼 성장한다면, 아이는 조화롭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일어나지 않는다. 개체화 과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자아의 성장은 수많은 개인적 · 사회적 이유로 방해를 받는다. 이 두 경향의 차이는 참을 수 없는 고립감과 무력감을 낳고, 이것은 나중에 ‘도피의 메커니즘‘으로 논할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이어진다.
- P46

인간은 태어났을 때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무력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적응은 본능의 결정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학습 과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본능은 … 고등동물, 특히 인간에게는 사라지는 범주는 아니라 해도 약해지는 범주다".  - P47

본능이 행동을 결정하지 않는 정도가 어떤 한계점을 넘어설 때, 자연에 대한 적응이 강압적인 성격을 잃을 때, 유전적으로 주어진 메커니즘이 더 이상 행동 방식을 결정하지 않을 때, 인간 존재는 시작된다. 

다시말하면 ‘인간 존재와 자유는 처음부터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여기서자유는 무엇을 위한 자유‘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라는 소극적인 의미, ‘자기 행동이 본능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라는 의미로 쓰였다.
- P47

동물은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인간은그런 장비 없이 태어난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오랫동안 부모에게의존하고, 주위 환경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본능적 행동보다 훨씬 느리고 덜 효과적이다. 본능적 장비가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은 온갖 위험과 두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인간의 무력함이야말로 인간의 비약적 발전의 발판이 된다. ‘인간의 생물학적 약점은 인간 문화의 조건이다.
- P47

권위의 명령에 거역하고 죄를 짓는 것은 긍정적인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최초의 자유 행동, 즉 최초의 ‘인간적인‘ 행동이다. 신화에서인간이 지은 죄는 형식적 측면에서는 선악과를 먹은 것이다. 자유 행동으로 신의 명령에 거역한 불복종 행위는 ‘이성‘의 시작이다.  - P49

인간의 자유가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가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본 것과 같은 변증법적 성격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힘과 통합이 증대되는 과정,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의 이성이 더욱 강해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가 강화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개체화는또 한편으로는 고독과 불안이 늘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심,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한 의심이 강해지고, 그와 함께 개인으로서의 자기가 너무 무력하고 하찮다는 느낌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P50

새로운 경제적·문화적 발달은 서유럽과 중유럽보다 이탈리아에서한층 더 격렬하게 일어났고, 철학과 예술 및 그 밖의 모든 생활양식에더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개인이 봉건 사회에서 출현하여, 그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를 속박하던 끈을 잘라버렸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인은,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근대 유럽의 아들들 가운데 맏아들인 최초의 개인이었다.
- P59

중유럽과 서유럽보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중세 사회가 무너진 데에는많은 경제적 · 정치적 원인이 있었는데, 지중해가 유럽의 중요한 교역로였던 시대에 이탈리아의 지리적 위치와 거기에서 비롯된 상업적 이익,
교황과 황제가 싸우는 바람에 독자적인 정치 단체가 많이 생긴 일, 동양과 가까웠기 때문에 견직물 같은 산업이 발달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먼저 이탈리아에 전해진 일 등이 그 원인이었다.
- P59

단테 "세계야말로 나의 조국"
- P60

고립된 개인이 적대적인 세계에 놓인 결과 생겨나는 이 근본적인 불안은 부르크하르트가 지적했듯이 르네상스 시대에 개인의 특징이었고, 중세 사회 체제의 구성원에게는 적어도 르네상스 시대만큼 강렬하게 존재하지는 않았던 성격 특징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성격 특징은 바로 명성에 대한 열망이다. 인생의 의미가 의심스러워지고, 타인이나 자신과의 관계가 안전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명성이 의심을 침묵시키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명성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영생에 대한 기독교 신앙과 비교할 만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것은 개인의 삶을 제약과 불안정에서 불멸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신의 이름이 동시대인에게 널리 알려지면, 그리고 그 명성이 앞으로 수세기 동안 지속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면, 그의 삶은 남들의 평가에 비추어진 바로 이 반영을 통해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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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니, 매그너스? 정보가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냐. 하지만 정보가 있으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어, 우린거북이와 같아. 집을 항상 등에 지고 다니지.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면 어디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조각가,
음악가, 화가에게 허가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머리만있으면 되지. 우리는 반드시 머릿속에 세상을 집어넣고다녀야 돼. 안전한 길은 그것뿐이야.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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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움직이는 최종적인, 또는 특히 유력한 요인으로서 사회경제적인 것을 생각한 사람은 마르크스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생각한 사람은 베버이고, 인간의 심층 깊숙한 곳에 있는 근원적 충동(여기서 개성이라는 개념과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이 생겨난다)을 생각한 사람은 프로이트일 것이다.  - P323

인간의 본성, 열정과 불안은 문화적 산물이다. 사실 인간 자체가 인류의 부단한노력이 낳은 가장 중요한 창조물이자 성취이고, 그 기록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 P29

인간의 본성은 역사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어떤 고유한 메커니즘과 법칙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심리학의 과제다.
- P31

어딘가에 ‘소속‘ 하고자 하는 욕구를 그토록 강력하게 만드는또 다른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주관적인 자의식, 다시 말하면 인간이 자신을 자연이나 타인과는 다른 별개의 실체로 의식하는 사고 능력이다. 

다음 장에서 지적하겠지만, 이 의식의 정도는 다양하다. 하지만그 자의식의 존재 때문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인간은 자신을 자연이나 타인과는 별개의 존재로 의식하고, 죽음과질병과 노화를 - 아주 막연하게나마 - 의식하면, ‘그‘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이나 우주와 비교하여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으면, 그의 삶이 어떤 의미와 방향도 갖지 않으면, 자신이 한낱 티끌처럼 느껴질 것이고, 개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느낌에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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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정의 기본적인 실체는 개인이고, 그의 욕망과 두려움, 열정과 이성, 선과 악에 대한 개인의 성향이다. 사회 과정의 역학을이해하려면, 개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심리적 과정의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개인을 이해하려면 그 개인을 형성하는 문화를 배경으로그를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16

많은 사람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마지막 전쟁으로 여겼고, 전쟁이끝난 것은 자유의 궁극적인 승리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화된 것처럼 보였으며, 새로운 민주정치는 낡은 군주정치를 대치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인간이 수백 년에 걸친 투쟁으로얻었다고 믿고 있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새로운 체제가 등장했다. 

인간의 사회적 · 개인적 생활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는 이 새로운 체제들의본질은 한 줌밖에 안 되는 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신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 P20

존 듀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해외에 있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
다. 우리 자신의 개인적 태도와 우리 자신의 제도 속에는 외적인 권위와 규율, 획일성, 외국의 지도자에 대한 의존이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준 조건들이 존재하고, 바로 그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따라서 싸움터는 이곳, 우리 자신과 우리 제도의 내부에도 존재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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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2-06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주말 날씨가 따뜻합니다.
편안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02-06 21:26   좋아요 2 | URL
오늘 정말 그러네요^^*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우리는 육체에 내려온 정신이라는 걸 에머슨은 확신했다. 우리 각자가 지극히 중요하고 무한한 존재라는 것도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거듭해서 보여주듯 이러한 확신은 우리를 정지 상태가 아닌 행위로 이끌고, 우유부단한 인간이 도덕적 인간으로 탄생할 수 있게 해준다. - P85

그의 야성은 머리에만 있었다. 야성이 자리하기에 너무도 좋은 장소에!  - P85

나는 가치 있는 일을 시작할 때마다 에머슨을 생각한다. - P85

나는 정의는 정의를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는 걸 믿는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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