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대부분 양력 생일인데 나는 엄마가 귀찮아서 혹은 엄마도 음력이니까 똑같이 신고하는 바람에 음력 생일, 양력 생일,음력 생일 때문에 덧붙은 가짜 생일까지 총 3번의 생일을 맞이한다. 며칠 전 나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 생일이 많은 건 어쨌든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책을 살 핑계가 되니까. 이번에도 핑계 삼아 이 책들을 나에게 선물했다. 가방도 덤!
내 생일은 특이해서 기억하기에 좋지만 꼭 한마디씩 듣는다. 한동안 허리가 아파서 동네 한의원에 다녔었는데 대기실에 들어서면 할머님들이 최소 서너 분 앉아계셨다. 접수할 때 생일을 말하면 다들 쳐다보시곤 '생일이 특이하다', '챙겨 먹기 힘들겠다' 등등 내가 요청하지 않은 여러 의견을 내놓아 주신다. 이런저런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접수대에서 되도록 작게 말하는데도 접수원조차 놀라 되묻는 상황이 발생, 결국 대기자들에게 나의 기록이 알려지곤 한다. 이젠 익숙해졌지만 한때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냥 태어난 날짜로 등록하지 왜 그랬냐고. 그럼 엄마는 귀찮다는 듯이 누가 그걸 신경이나 쓰겠니? 하고 대답하신다. 생각보다 더 신경 쓰던걸? 하고 대꾸하고 싶지만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삼켰다. 서러움도 같이. 결혼 직후 시댁에 들어가 2년 정도 살았다. 그때도 나의 특이한 생일은 때마다 이슈였고 문제거리였다. 어머님은 따로 챙겨주시려고 다른 날로 하자고 하셨는데 난 굳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하며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다. 그때는 괜히 신경 쓰이고 문제처럼 되어버리던 생일이란 게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생일이 아니라서 서글펐다. 그런 식으로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론 활달하지만 내성적이기도 한 내 성격을 잘 나타내는 문제였다. 지금처럼 책을 좋아했다면 달랐을텐데. 아 그때 왜 난 알라딘을,북플의 재미를 몰랐던걸까. 아무튼 책 때문에 생일이 다시 반가운 날로 바뀌었다. 그 말이 하고 싶었다.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를 쓴 이주혜의 에세이다. 전에「자두」도 사두었는데 일단 이 책을 먼저 읽게될듯싶다. 제목부터 마음이 애틋해진다. 눈물을 심어본 적있냐니...프로파일러 박지선 교수가 「씨네마인드」에서 '눈물은 그걸 보지 말라는,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몸의 솔직함은 이렇듯 적나라하다. 감정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경우들이 있다.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격언들,사회화가 그걸 성숙의 표상으로 만든다. 참아낸 눈물 쏟아낸 눈물들은 차곡차곡 쌓여 내면의 저장고에 쌓인다. 저자는 그 눈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다.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라니 너무 궁금하지 않나? 실존주의 철학이란 뭘까. 철학은 늘 내게 어렵지만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분야다. 읽을 때만 이해되는 분야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 중에서도 실존주의는 이미 과거의 철학이고 유행지난 사상이지만 고전이 그렇듯 얻고자 열망하는 이에게는 메시지가 열려있다. 전부터 읽고 싶고 갖고 싶었는데 이번에 장만했다. 든든해...읽는 건 언제가 될지 장담못함. 그래도 사두었으니 언젠가 읽을 가능성 높아짐. 그거면 됐어.
얼마전 「하류지향」을 아주 재미나게 읽어서 우치다 타츠루의 책을 두 권 주문했다.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은 제목으로 그건 착각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지만 궁금하다. 「하류지향」도 제목이 다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용은 예상외였으므로. 그리고 두 번째 책. 하류지향에서 읽은 걸로 기억하는데 (같이 읽고 있던 다른 책일 수도 있음.)우치다 타츠루는 마르크스에 대해 이론과 삶이 달랐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루고 있는「하류지향」 독후감을 쓸 때 이부분을 찾아 담아야지. 자신의 이상 혹은 주장과 현실을 일치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거겠지. 그런 면에서 내가 소인배고 위선자라는 생각에 한번씩 뜨끔하고 괴롭다. 그럼 어떻게 살면 되는지 계속 읽고 쓰면서 생각하고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다. 올해는 정말.
실존하지 않는 현수동에 대해 장강명이 쓴 에세이.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는 현수동! 자신이 살고 싶은 곳 '현수동'에 대해 장강명은 뭐라고 했을까? 장강명은「책 이게 뭐라고」한 권 읽었는데 호불호가 갈리지만 인간미가 글에 담긴 작가라고 생각한다.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또 에세이를 사버렸네? 이것도 괜찮으면 다음은 소설을 읽어보는 것으로.
자신이 사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또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인류애 없이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p.143
원서가 보이길래 번역서랑 같이 구입했다. 원서가 6400원. 요즘 책 값이 올라 이런 착한 책은 품절되기 전에 얼른 사두어야겠다는 다급함에 담았다. 원서로 읽기에 쉬울것 같지 않지만 뭐 100프로 이해하는걸 목표로 읽는 건 아니니까. 요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