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중학생이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
라는 질문을 해서 그 자리에 있던 평론가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잃는 게 당연하고 또 그것이 올바른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질문은 상상도 못했다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인 질문도 세상에는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할 말을 잃은 걸 보고도그 중학생이 납득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그 중학생의 목을 조르면서
"자, 그럼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해볼래?" 하고 부탁하는 수도 있다. (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는 전쟁과 재해로 배울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아이들이 무수히 많다. 다른 어떤 것보다 교육 받을 기회를 절실히 원하는 수억 명의또래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만이 "왜 공부를 해야 하나요? 이 공부는 어디에 필요하죠?" 같은 질문을 입에 올릴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런 질문을 한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사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라고 물은 중학생은 '자신이 죽임을당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왜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묻는 초등학생은 '자신이 배움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특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만이 의외의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대해 지금의 어른들은 그런 질문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한다. 말문이 막혀서 허둥대거나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실용적인 이유를 들어서라도 아이들을 공부시키려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한 질문이 어른들을 아연실색케하거나 또는 유아적인 지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무의미한 답변을 끌어내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을 일찍부터 배우게 된다. 이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이 아이들에게 일종의 성취감을 주기때문이다. 그렇게 성공한 기억으로 인해 아이들은 일찍부터 사사건건 "이게 어디에 쓸모가 있나요? 이것을 하면 나한테 어떻게 좋아요?"라고 묻는다. 당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면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한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인생을 막 시작한 즈음부터 몸에 새기게 된다. 이렇게 '등가교환하는 아이들'이 탄생한다. -48
앞쪽은 일본의 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런 대목들이 초반부터 여러군데에 걸쳐 나온다. 글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일본 청소년들이 공부를 하려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 현상,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의문과 원인규명으로 나아간다.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올때마다 '와 진짜 이정도야?'하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일본의 상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출판년도가 2013년도인데 사실 그보다 앞선 시기에 출간되었다가 절판을 거쳐 재출간되었다는 사정이 있다.) '등가교환'역시 사회가 교육의 근본적인 취지를 외면하고 실용주의,자본주의의 목적으로 전락한데 따른 결과라고 느껴진다.
日 학력 저하 문제, 실제로 가르쳐 보니:JPNews 일본이 보인다! 일본뉴스포털!
http://www.jpnews.kr/630 (2009년 기사)
일본의 사회 문제들을 일부지만 유행처럼 답습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때 강건너 불구경할 일만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