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치 해독제와 같다. 기존의 통념을 깨부순다. 빙산의 일각처럼 임신중지에 관한 감정정치의 모순. 그 이상을 보게끔 돕는다.




‘애통한 임신중지‘와 ‘즐거운 모성‘이라는 감정경제는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을 ‘아이 없는childless‘ 여성으로 부르는 식의담론을 통해 힘을 얻는다. ‘아이로부터 자유로운childfree‘이라는대안적 명칭과 비교했을 때, ‘아이 없는‘이라는 말에는 아이 없이사는 삶이 상실과 불완전에 가깝고, 아이가 있어야 완전함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 없는‘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붙는 형용사인데, 완전함에 관한 전제가 특별히 젠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형용사는 양육할 때 생기는 시간. 돈의 제약 조건을 인지하면서,
모성을 (이를테면 이전의 독립성에 대한) 상실로 다시 상상할 여지를 준다. 단언컨대 모성에 대한 후회나 상실은 사실상 입 밖에낼 수 없는 감정이다.  - P168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대상에게 돌리는 일은 단순히 특정 감정상태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좋은가 해로운가 하는 판단이 들어 있다.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공리주의적 윤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일상의 주문이 되었다. 사라 아메드는 이 모든 ‘감정 단어‘ 가운데 행복이 윤리와 가장 가깝게 붙어 있다고 보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이다. 선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최고의 사회는 가장 행복한사회다." 따라서 행복의 논리 안에는 ‘불행의 원인이라는 말로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모성을 행복으로 재현할 때 모성은 여성에게 좋은 것이 되고, 임신중지를 불행으로 가정할 때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나쁜 것이 된다. 모성적 행복과 임신중지의 애통함은 임신중지 여성을 모성적 주체로 만드는 일로 수렴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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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24 2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페미니즘 포스팅도 알라딘 서재의 해독제!
깨어있는 독서, 깨어 있는 글쓰기의 모!범!생!
미미님 ^^
( ͡ಥ‿ ಥ)━☆゚.*・。゚

청아 2022-08-25 00:00   좋아요 3 | URL
헤헷(>.<)v
늘 명품페이퍼로
이곳을 빛내주시는 스콧님의 칭찬!!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5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독제!!!
딱 들어맞는 단어입니다.
해독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청아 2022-08-25 11:05   좋아요 4 | URL
다른 제목을 붙였다가 그건 최종리뷰에 쓰려고 바꿨는데 나무님이 칭찬해주시니 ‘이게 더 나은가?‘ 싶습니다ㅎㅎ
모든 여성들이 해독되길!!*^^*

mini74 2022-08-25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짧고 강한 리뷰 ! 👍 미미님의 최종리뷰 기다립니다 ~

청아 2022-08-25 13:11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함께 해독하고 계셔서 너무 좋아요!!ㅎㅎ 이부분 읽으며 공감하고 감탄많이 했어요.*^^*

새파랑 2022-08-26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독제 같은 책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 미미님은 북플의 해독제 이십니다~!!
저는 그냥 독 😅

청아 2022-08-26 17:53   좋아요 3 | URL
이 책 읽으면서 기존의 편견을 많이 바로잡았습니다😁
새파랑님의 독은 한자의 ‘읽을 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