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라미스 파이어스톤 같은 일부페미니스트는 여성이 이제까지 남성지배에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는 "생물학의 손아귀에서 끊임없이 놀아나기" 때문이라며콕 집어 말했다. 하지만 파이어스톤이 그 글을 쓴 1970년은 과학과 기술이 발달해 그러한 환경이 바뀌던 때였다. 이에 파이어스톤은 미래에 인공 생식이 발달하면 여성이 생물학적 부담을완전히 벗을 수 있다고 봤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파이어스톤의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자기 신체에 대한 소유권을 여성에게 돌려주자" 라는 요구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남성이나 남성지배적 제도(국가, 교회, 의료계 등)가 아니라, 여성 스스로출산 여부와 출산 시기를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해방이도래한다. - P36
여성은 임금과 지위가 낮은 일자리에 대거 포진해 있다. 직장에서 여성은 성차별에 시달리고, 가정을 돌보는 무급 노동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 - P34
여성 또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권리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당당하게 표명하는 지도자와 정부를 지지하거나 그에 투표한다. 여성 또한 남성처럼 전통적인 (예를 들면, 가부장적인)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는 사회운동이나 종교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는 이처럼 여성이여성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줄곧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 대답은 주로 두 가지로 제시된다. 첫 번째 대답은 여성이 남성과 맺는 관계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은 자신의 하인이나 노예, 제국 신민, 소작농, 일꾼의호의를 얻으려 노력할 수도 있지만(그런 시도는 더러 성공하기도한다), 예속 집단의 구성원이 지배 집단의 구성원과 평생 친밀한 유대를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불평등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다. - P38
두 번째 대답은 여성이 예속 상태를 자연적이고, 불가피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사회화를 담당하는 중요한 주체 중 하나는 가족이며, 종교나 교육, 혹은 교육의 부재도 해당한다(사실상 전 세계의주요 종교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예속을 신성한 명령으로 취급한다). 거다 러너가 지적한 대로, 인류사 대부분 동안 여성은 고등교육에서 배제됐고, 따라서 지식 생성이라는 면에서 여성의 역할은미미했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에 들어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남성이 수천 년간 지배해온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수십 년은 족히 걸릴 테다. 현재에도 여전히 걸출한 지식과 과학은 남성이 독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종교적 설명만큼이나 가부장제유지에 이바지한다. 하지만 예전에 종교가 그랬던 것처럼, 과학또한 여성에게 남성지배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지식을 깨부술기반이 되어줄 수도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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