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는 떠날 것이다. 슬픔에 잠겨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시선이 드레스에 장식된 시든 꽃들의 한층 더 생기 없는 시선과 마주쳤다. 그 꽃들의 시선은 힘없는 눈꺼풀 아래에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 - P18
"오늘이야말로 제가 그 꽃들을 진정으로 좋아하는것 같아요." 마들렌은 이렇게 답하려다 그만두었다. 왜그런지 설명하는 것도 번거로웠고,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실재와는 전혀 다른 실재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이해시킬 수 없음을 느꼈다. - P19
토요일 저녁 8시 15분에 르프레가 마들렌의 집 거실에 들어왔을 때, 그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가장상냥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민첩한 적을 마주하게되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를 정복하기 위해서 무장한 상태였으며 그녀의 정신은 그를 판단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단단히 준비되어 있었다. 가시 돋친 꽃을 따는것처럼 그녀는 그에 대한 자신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비정상적인 사랑에 그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 P22
그녀는 그의세심한 선함에서, 그의 공평한 정신에서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사랑을 어느 정도 정당화하는 이유를 보았다. 그 안에는 실재에 상응하는 무엇이, 그 뿌리를 뻗고 삶을 지탱시키는 무엇이 있었다. - P23
어느 날 아침, 마들렌은 튈르리 정원의 물가 옆 야외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이 드넓은지평선 위를 더욱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확장되고, 휴식을 취하고, 꽃을 따러 가고, 접시꽃과 분수와 기둥들과 함께 놀고, 오르세 구역을 떠나는 기병대 소속 군인들의 뒤를 쫓고, 센강의 물결을 따라가고, 창백한 하늘을 제비들과 함께 날아오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의상냥한 편지가 그녀를 슬프게 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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