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가로질러갈 때, 아버지는하나뿐인 딸이 염려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 아버지처럼 무거운표정을 짓고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기억해." 아버지가 말했다. "결국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은, 처음에 단순해 보이는 사람들이야."
- P27

그해 여름의 저녁에는, 간혹 인근 언덕 지대에서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데이비드와 나가고 없을 때 나는걸핏하면 내 침실 창문 밖에 있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집 뒤쪽의 가파른 경사지에 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녀석들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이 되어 해가 거리 저편으로 떨어지고 나면, 멀리서 개들처럼 우짖었다. 뒤뜰의 잔디 너머로,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어두운 대양과 요트 정박지에 있는 자그마한 집들의 불빛들이 보였다. 나는 내 유년의 모든 때를그 지붕에서 보냈을 것이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충분히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뭔가 의미심장한발견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 P29

내가꾸는 꿈속에 아버지가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는 게 틀림없지 싶었다. 아니면 아버지가 꾸는 꿈속에 내가 들어가 돌아다니고 있거나. - P32

그날 저녁 늦게, 내가 로버트의 아파트에서 돌아왔을 때, 기숙사 방문 앞 복도에서 콜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소속수영 팀 운동복 차림이었고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문가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이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나는그의 눈빛에서 내가 어디 있었는지 염려하는 마음을 읽었고, 그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벽에 기댄 내게 키스했을 때, 나는나에 대한 그의 사랑과 그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밤새도록이라도 나를 기다렸을 터였다. 나는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를 안심시켰고 그것으로 인해 그가 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돌연 확인했음을 깨달았다. 뭔가 의심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는 내게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목에 얼굴을 묻었고 결국 나는그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 P103

호숫가에 있는 작은 집에 격리된 채,
나는 텔레비전을, 드라마와 게임쇼를 많이 보았고, 나보코프의소설을 죄다 읽는다거나 이어 발자크의 소설을 죄다 읽는다거나하는 식의 나만의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 P123

존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고 말한다. "지식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어떤깨달음을 줄 수도 있고, 음의 아름다움에만 사로잡혀서 음악을심미적 경험으로만 바라보지 않도록 도와줄 수도 있어."
음악에는 하나의 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두 세계 사이를 맴돈다." (쇼펜하우어가 동의한다는 의미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실제로들리는 것 같다.) 존은 설명을 이어간다. 음악의 종류가 다르면 듣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바그너는 쉽다. "바그너의 음악은 마약의 효과가 밀려드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감각적"이다. 베토벤과말러, 브람스는 좀 더 까다롭다. "저 사람이 내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바그너는 무언가에 관해서말을 해. 베토벤과 말러, 브람스는 그냥 말을 하고, 그게 차이점이야."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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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06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척 반갑네요. 표지가 다른 걸로 봐서 이 책이 개정판인가 봐요. 저는 구간으로 갖고 있어요.
목차를 보니 제가 완독한 게 맞음.
표제작은 예전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20번 이상 들었어요. 전체를 읽어 주었는데 들어도 또 들어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종이책을 사서 다른 단편들까지 읽게 되었어요. ^^**

청아 2021-08-06 14:26   좋아요 3 | URL
오 ~♡♡♡ 저 김영하 팟캐스트 좋아해요!!👍 오늘 해당 부분 읽다가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것 생각났어요ㅎㅎㅎ저는 종이책이 더 좋은데 이걸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닌듯해요. 모든 사람 목소리로 오디오북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해요!

독서괭 2021-08-06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라디오북클럽에서 소개하는 거 듣고 찜해 놨어요~ 문체가 다하는 책이라 하던데, 인용하신 부분 보니 좀 알 것 같네요^^

청아 2021-08-06 16:35   좋아요 2 | URL
오 그랬군요! 술술 읽히고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예요. 단편모음인데 각 이야기가 중간에 멈추기힘든 요소가 있어요.😉

scott 2021-08-06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8월이면 생각나서 항상 책장에서 뽑아 놓습니다

올 가을에 이 작가님 신간 출간 된다고 해서
기대 만빵! 👆

청아 2021-08-06 16:38   좋아요 2 | URL
저도 기대되네요!! 역시 스콧님의 정보력 👍 이 책 스콧님덕분에 제가 사게 된걸로 기억해요. 😊✌

새파랑 2021-08-07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첨보는 책인데 밑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드네요😆 언제 또 이런 책을 읽고 계셨다니~!!

청아 2021-08-07 10:54   좋아요 1 | URL
표지때문에 끌렸다가 스콧님 덕분에 결국 소장하게된 책이예요~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