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는 부인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부인이 한 말을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인용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말을, 사도 요한이 예수의 말을 왜곡한 것 못지않게 그 말을 왜곡하고 있었다.  - P100

며칠 후 해변에서 열리는 교향곡 연주회가끝나고 나오는 길에 우리는 빌파리지 부인을 만났다. 거기서들은 작품(「로엔그린」의 전주곡과 「탄호이저의 서곡」등)이 가장높은 진리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확신한 나는 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가능한 한 나를 높이려고 노력했고, 그 진리를 이해하기 위해 내 안에 감춰진 가장 훌륭하고 가장 심오한 것을 꺼내 모두 그 진리에 맡겼다.

- P102

내가 산책을 가려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기에 앞서 잠시 지나는 방은, 바깥 광선의 다양한 빛깔을 분해하는 프리즘 같기도 하고, 또는 내가 맛보려 하는 낮의 꿀물이 분리되고 흩어지면서 취하게 하는 모습이 뚜렷한 꿀벌 통 같기도 하고, 또는 은빛 광선과 장미꽃잎의 파닥거림 속에 녹아든 희망의 정원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날 아침 네레이드마냥 해변을 뛰노는 ‘바다‘의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은 마음에초조함을 못 이기고 커튼을 열었다. ‘바다들‘은 매번 하루도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으니까. 다음 날이면 다른 바다가 나타나고, 이따금 전날 바다와 비슷할 때도 있었지만, 같은 바다를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112

우리 외부에 있는 현실에 욕망이부합되는 걸 알게 되면, 비록 실현이 불가능할지라도 그 욕망은 보다 아름답게 보이고, 또 우리는 이전보다 신뢰감을 가지고 욕망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ㅡ 한순간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그런 우발적이고도 특별한 작은 장애물들을 우리가 개별적으로 생각 속에서 지우기만 하면 ㅡ우리는 삶에서 욕망의 충족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면서삶에 대해 보다 즐겁게 생각할 수 있다.  - P124

어느 무더운 오후, 햇빛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내려 노랗게물든 커튼 틈 사이로 바다의 푸르름이 윙크하게 내버려 두는반쯤 어둠에 잠긴 호텔 식당에 앉아 있을 때, 나는 해변에서도로로 이어지는 길 한가운데 키가 크고 날씬하며 목을 드러내고 머리를 자랑스럽게 높이 쳐들고는 예리한 눈에 마치 태양 광선을 모두 흡수한 듯 살갖이나 머리칼이 온통 금빛으로빛나는 젊은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생루?) - P151

* 생루는 이 시대 다른 젊은이들처럼 니체를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블로크에게 있어 니체는 허무주의보다는 초인과 의지의 인간으로 자리매김한다. 프루스트와 니체의 관계는 양면적인데, 프루스트 역시 니체를 유럽의천재로 여겼지만, 니체의 바그너 해석에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프루동(Proudhon, 1806~1865)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이며 무정부주의의선구자로서 프티부르주아를 격렬히 비판했다.
- P157

* 콩브레의 사회학에 따르면, 사람은 각자 자신이 태어난 카스트나 사회적 계급에 충실해야 하며, 그것을 벗어나는 사람은 사회적인 낙오자로 간주된다. 이낙오자가 바로 부르주아이면서도 귀족 계급을 넘나든 이방인 스완이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47쪽 참조.) - P166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집 안에 들어가 보면 보물이나 자물쇠를 열 때 쓰는 지렛대와 시체로 가득한 집을 발견하면서 느끼는 놀라움이 눈에 보이는 세계 아래서 다른 사람의 진정한삶과 실제 세계를 발견할 때의 놀라움 못지않다면, 사람들이우리가 없는 데서 지껄이는 말로 우리가 자신에 대해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사람들이 우리나 우리 삶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지를 알 때의 놀라움도 이에 못지않다.  - P174

이처럼 우리는 항상 타인의 결점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자신에 대해 우회적으로 말하는 방법으로서, 죄를 용서받는 기쁨과 죄를 고백하는 기쁨이 합쳐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성격을 특징짓는 데만 늘 관심있는 우리 주의력은 타인에게서도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특징에 주목한다. 눈이 나쁜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그분은 겨우 눈만 뜰 수 있을걸요."라고 말하고, 폐결핵 환자는 건강한사람의 온전한 폐에 대해 의심을 품으며, 더러운 사람은 다른사람이 목욕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냄새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악취를 풍긴다고 우기며, 배신당한 남편은 도처에서 배신당한 남편만 보고, 바람기 많은 아내는 바람기 많은 아내만을 보며, 속물은 속물만을 본다. 게다가 각각의 악덕은 각각의직업처럼 전문 지식을 요하고 발전시키는 법이어서 사람들은 그 지식을 과시하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P175

식당 책임자 이름 ‘에메(Aimé)‘는 프랑스어로 ‘사랑하다‘를 의미하는 동사 ‘에메(aimer)‘의 과거분사로, 사랑받는 자‘란 뜻이다.
- P214

바닷가에서 아침 나절 수영을 하는데, 샤를뤼스 씨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물에서 나와 할머니에게로 가 보라는 말을, 내 목을 꼬집고 천박하게 웃으며 친숙한 말투로 해서 난 그만 깜짝 놀랐다.
"늙은 할머니가 무슨 상관이야, 안 그래? 이 악동아!"
"어떻게 그런 말씀을, 저는 할머니를 정말 좋아합니다!"
- P214

필시 이런 말을 한 것이 후회되었는지 잠시 후 그는 — 모로코 가죽으로 장정한 책 표지에 네모만 테두리를 두르고 그안에 가죽으로 엷게 돋을새김한 물망초 한 가지를 끼워 넣은 — 책 한 권을 보내왔는데, 그가 내게 빌려 준 이 책을 나는
‘외출 중‘인 에메 대신 엘리베이터 보이를 통해 돌려보냈다.

(ㅋㅋㅋㅋㅋㅋ물망초 뜻:나를 잊지 마세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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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6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100! 저 오늘부터 6권 읽을겁니다 ^^

미미 2021-06-16 11:09   좋아요 2 | URL
네!ㅋㅋㅋ 다시 프루스트! ^^*

scott 2021-06-16 16:03   좋아요 2 | URL
전 11권 들고 출근 함요
(。•̀ᴗ-)✧₊˚

미미 2021-06-16 16:11   좋아요 2 | URL
저도 짬날때마다 붙들고 있습니당ㅋㅋㅋ😆

새파랑 2021-06-16 16:27   좋아요 2 | URL
전 아직 시작 못했는데 ㅜㅜ 하루에 100페이디 이상 읽기 금지가 필요합니다~! (저 빼고 ㅎㅎ)

미미 2021-06-16 16:48   좋아요 2 | URL
앗ㅋㅋㅋㅋ새파랑님 초고속읽기 하시잖아요ㅋㅋ

scott 2021-06-16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
쁘디 마르셀옹 ㅎㅎㅎㅎ
앙드레 지드가
첫만남에서
반하게 만든 미모 ◟(ꉺᴗꉺ๑◝)

미미 2021-06-16 16:10   좋아요 2 | URL
♡.♡쁘띠쁘띠ㅋㅋㅋㅋ우측에 있는 친구도 너무 귀여워요!!

새파랑 2021-06-16 16:25   좋아요 2 | URL
어느새 추가된 사진이네요~!! 미미님 인터넷 검색의 AI 같아요😊

미미 2021-06-16 16:47   좋아요 2 | URL
관련 책에서 찾았지요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16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언제고 읽어야지 하면서도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미미 2021-06-16 19:29   좋아요 3 | URL
한번쯤 (사실 그 이상)읽어볼만해요!
대단한건 보물같은 책을 꾸준히 찾아내고 계신 레삭매냐님입니다^^*👍

페크pek0501 2021-06-17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돌풍이네요. 열독하시는 분들 부럽습니다.^^

미미 2021-06-17 12:08   좋아요 1 | URL
페크님도 두 권으로된 책 읽으셨죠?(그 책 궁금) 제 느낌상 1권이 고비인것 같아요ㅋㅋ관련 연구서도 많아 다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