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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 - 소돔과 고모라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7권>
-소돔과 고모라1
마르셀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프루스트는 소돔과 고모라로 명명되는 동성간의 사랑을 주인공 마르셀이 아닌 주변부 인물들에 적용시켜 자신의 성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7권에서 마르셀은 샤를뤼스의 특별한 성향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다.
P.22 샤를뤼스 씨는 쥐피앵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눈길에 어떤 말을 담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그 때문에 그 눈길은 평소에 그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과 지극히 다른 빛을 띠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려는 사람의 특별한 시선으로 쥐피앵을 응시했다. "나의 무례함을 용서하시오. 하지만 당신의 등에 기다란 하얀 실이 달려 있는 게 보이는군요." 혹은 "내가 잘못 보았을 리 없어요. 당신은 틀림없이 취리히 출신일 겁니다.골동품상에서 여러 번 만난 것 같아요."이렇게 이 분에 한 번씩 같은 질문이 샤를뤼스 씨의 눈짓에 담겨 쥐피앵을 향해 강렬하게 던져졌는데,이는 마치 동일한 간격을 두고 무한 반복되면서 새로운 모티프나 음조의 변화,주제의'반복'을 -지나치게 화려한 준비 부분과 더불어-가져오는 베토벤의 그 질문하는 듯한 악절과도 비슷했다.
프루스트의 이번 이야기 속 동성애 담론의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에 대해
어느정도 차이가 드러나는데, 주인공 마르셀은 샤를뤼스에 대해서는 비교적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관찰하며 호의적인 느낌인 반면 자신의 여자친구인 알베르틴의 동일한 성향을 발견했을 때는 경악하며 질투한다. 그녀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아직 느끼지 않은 상태였지만 오히려 그런 성향을 알게 된 뒤로는 알베르틴에 관한 감정이 과잉되며 집착하는 동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프루스트 입장에서 미지의 영역인 여성들간의 사랑에 대한 무지와 그로인한 황홀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일 수 있다. 당시 프랑스를 포함한 일부 유럽의 사교계에서는 어느정도 동성애에 대해 수용적인 입장이었지만 일반사회와 법률적 시각에서는 사회악으로 적대시되었다. 같은 입장이라도 남성들 보다는 여성들에게 더욱 올가미가 씌워지고 남성 동성애자들 에게도 타자화 되었던 현실을 소설 속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P.331 알베르틴이 내게 불어넣을 그 지속적이고 고통스러운 의혹 게다가 그 의혹이 띠게 될 특별한 성격, 특히 고모라적인 성격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면,내가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P.356 그녀를 보면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 만큼 나 역시 변했다.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든, 또는 그 말이 그녀에게 전해 질 수 있다면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라도 나는 가장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그녀 얘기를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르셀이 발베크의 호텔에 머물면서 대화를 나누는 지배인이다. 지배인은 단어를 자주 틀리게 말하곤 하는데 샤교계를 비롯해 마르셀이 마주 하는 여러 상황에서 이런 사건들이 마치 각각의 꽁트처럼 등장해 희극적 재미를 준다.
P.271 "방을 좀 밝게 하려고 선반에 오래된 커다란 중국 '가발'(꽃병)을 두었는데,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P.295 그 포도주가 '샤토 라피트'가 아니라는 것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거의 '모호한'(대등한)가치를 가진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소화가 잘 되니 작은 가자미 한 마리를 튀겨 드리죠." 나는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가자미(sole)란 생선 이름이 그토록 수없이 주문을 많이 한 남자의 입에서 버드나무(saule)라고 발음되는 걸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토 라피트:최고급 보르도 와인
프루스트는 마르셀의 사랑과 번민은 물론이고 드레퓌스 사건을 비롯한 당시 사회 정치적 상황, 역사, 인종,의학, 동성애,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인물간 대화속에 두루 배합시켜 각 에피소드가 방울방울 살아나서 이야기 전체에 활력을 준다. <잃.시.찾>은 방대한 분량 뿐 아니라 복잡하고 자세한 묘사과 넘치는 은유와 비유로 앙드레 지드에 의해서도 처음에 출판을 거절당한 만큼 아직까지도 많이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프루스트를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의 소설속 세계는 끝도 없는 아름다운 묘사와 자꾸만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섬세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이미지:https://m.blog.naver.com/min24si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