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마치 큐에 맞은 당구공이 다른 공에 가서 부딪히듯이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난 사람은 전혀상관없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신비로운 감정교차 원칙에 따라
나는 요치와 페렌츠가 아닌 케케스팔바 식구들에게 화를 냈다.  - P88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나면, 머릿속에서 가장 소중하고 낭만적인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게 마련이다. 

나는 케케스팔바가 설명한 천재적인 의사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영화 감독이나 분장사들이 연출하는 전형적인 ‘의사‘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지적 용모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눈, 거만한 태도, 재치 있는 입담을 상상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연이 특별한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 특징을 살려서 만들어낸다는 망상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심한 근시에 머리는 벗겨지고, 비뚤어진 넥타이에 구겨지고 먼지투성이인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와인사를 나누게 되자 나는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싸구려 금속테 안경 너머로는 내가 상상했던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이 아닌 평범하고심지어 졸린 듯한 눈빛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케케스팔바가 소개하기도 전에 콘도어는 내게 땀에 젖은 손을 내밀었다.  - P116

"흠......달라졌다는 것은 달라졌다는 뜻이죠. 내가 악화되었다고 말한 건 아니잖습니까! 위대한 괴테가 한 말처럼 내 말을 해석하지도 잘못 해석하지도 말아주세요. 

괴테우 <온건한 크세니엔>인용 - P119

눈처럼 반짝이는 자갈길을 걷자 우리는 갑자기 두 사람이 아닌 네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환한 달빛에 생겨난 두개의 그림자가 우리보다 앞장서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앞에서 보여주는 두 명의 검은 동반자를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사람은 때로는 이상할 정도로 유치한 면을 가지고있다) 뚱뚱하고 작은 콘도어의 그림자보다 내 그림자가 더 크고 더 날씬하고 어떻게 보면 더 멋지다는 생각에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와같은 우월감은 나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 P126

"잘 들으세요, 소위님, 일을 반쯤 하다 말거나 말을 반쯤 하다 마는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랍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반쯤 하다 마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죠.  - P132

내가 생각하기로는 당신이…… 이걸 어떻게 정중하게표현한담…… 실속을 차리려는 사람이거나, 만일 정말로 진심이라면, 내적으로 아주 어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극적이고 위험한 일에기이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린 사람들뿐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어린 사람들의 본능은 대체적으로 옳답니다. 당신도 정확하게 느낀 겁니다.  - P132

그는 겉으로 부자로 보이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마치 사람의 실재와 표상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읽어보기라도 한것처럼 말이죠.
- P139

성실하고 영리하고 검소하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머지않아 많은 돈을벌게 되리라는 것은 특별한 철학적 고찰 없이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별로 경탄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돈이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의사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처음부터 카니츠에게 감탄했던 것은 재산과 함께 지식을 늘리려고 하는 그의 초인적인 의지였습니다. 열차에서, 식당에서, 심지어 걸으면서까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 상법에서 영업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법전을 탐독했고,
전문적인 골동품상처럼 런던과 파리의 경매를 주의 깊게 지켜봤고, 은행가만큼이나 투자와 거래에 능통했습니다.  - P139

이미 치료법이 입증되고 치료 과정이 세세하게 기록된케이스만 다룬다면 얼마나 쉽고 편하겠습니까? 그런 걸 원한다면 그렇게하라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은 시인이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 말로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남이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철학자가 알려지지 않은 것, 알려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대신에 이미 오래전에 깨달은 것을 아흔아홉번째로 다시 탐구하는 것과 같은 거죠.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치료가불가능하다‘는 것은 그저 그 순간에만 적용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시공간과 우리의 과학기술 내에서만,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제한되고 편협한좁은 식견 내에서만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아니잖아요.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수백 가지 질병도 내일이나 모레면 그 치료법이 발견되거나 새로 개발될 수도 있는 겁니다. - P191

소란한 가운데 나 자신도 "우로", "좌로"를 외치고 있었지만 정신은 이미 다른곳에 가 있었다. 

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끊임없이 한 가지 생각만을, 내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서도 안 되는 그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 P306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4-10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밑줄 긋기 하면 북플 친구들 피드에는 안 나오나봐요!???
저는 밑줄 긋기하면 피드에 나올까봐 안 하고 있는데요...

미미 2021-04-10 22:1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안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좋아요가 몇개 이상 붙으면 ‘화제의 소식‘에
올라가더라구요!🤔 음..상단 우측 눌러서 비공개 전환하심 안올라갈듯 해요.

새파랑 2021-04-10 22:34   좋아요 2 | URL
북플 어플 독보적 미션에서 오늘 읽은 책 추가하고 거기에 밑줄 긋기 하면 피드에는 안나오더라구요. 서재로 찾아 들어가면 볼수 있고 ㅎㅎ
가끔 장시간 입력으로 에러나서 피드로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경험담..)

미미 2021-04-10 22:46   좋아요 2 | URL
이 시스템 넘 좋은것 같아요!😆

초딩 2021-04-11 16:36   좋아요 2 | URL
아항 미미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독보적 랭킹 결국 밑줄 긋기 해야 좀 올라갈 거 같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 그날의 밑줄 긋는 것을 저기 서재에 두는 것도 넘넘 좋은 것 같아요~~

초딩 2021-04-11 16:41   좋아요 2 | URL
방금 했는데, 피드에는 안 나오고 서재만 있으니 좋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11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긋기 대박. 근데 윗 대화들 못 알아듣는 중. 피드는 무엇인가?? ^^;;; 미미님, 저는 아무래도 츠바이크 이 책은 못 읽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랑 안 맞는 것 같은 ^^;;;

미미 2021-04-11 08:21   좋아요 1 | URL
새로운 글 올라오는 거 뉴스피드😆 아유 당연히 읽고 싶은 책을 읽으셔야죠!!
개개인마다 잘 맞는 문체나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도 밝힐 수 없는 유명 작가인데 안맞는 분이 있어요ㅋㅋㅋㅋ

scott 2021-04-11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로필 사진
깜찍 귀욥!!

∧_∧_∧
(*・ω・)ω<*)
/⌒ づ⊂⌒ヽ
해피 선데이 ~*

미미 2021-04-11 10:23   좋아요 1 | URL
헤헷~♡ 감솨해요!
♡(๑ゝᴗම๑) ৷ਕკ~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