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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노베이션
심윤섭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2월
평점 :
남편은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로 아침식사를 한다. 절반정도 식사가 진행 돼야 정신이 맑아지고, 과일 몇 쪽을 입에 넣는 동시에 출근 준비를 하고 6시 50분이면 집을 나선다. 그리고 별일이 없는 한 연장근무 3시간을 하고 귀가하는 시간이 9시 10분경이다. 2,30분에 걸쳐 간식을 먹으며 잠시 이야기 나누다 인터넷 검색이나 TV시청, 가끔 가까운 산으로 야간 등산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12시다.
토요휴무제가 도입된 지 몇 년 지났지만, 거의 대부분 특근을 하고 있으니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남편에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회사’다. 출퇴근 시간을 합쳐 평일 기준으로 평균 14시간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회사에서의 희비가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여자 특유의 직감으로 남편이 티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말을 해보면, 99% 내 추측이 맞다.
결혼 초와는 달리 즐겁지 않은 직장생활 얘기를 하면 뭐하냐며 거의 대답을 않는 남편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하다보면 고과나 복리, 불합리한 근무형태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한다. 생각이 많은 남편이 때때로 내놓는 제안이나 건의 사항이 결과만 놓고 보면 전부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변화의 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것을 아는 나는 남편에게 있어 가장 믿을만한 지지자이다. 하지만 그 문제들이 해결되기까지는 늘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그 스트레스를 제안자인 남편이 고스란히 받을 때가 많았기에 무턱대고 당신 생각이 옳으니 밀고 나가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왜? 남편은 평사원이고, 남편이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공장의 CEO나 관리자들이다. 나 역시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주부인 까닭에 윗사람들에게 밉보여 혹여나 낮은 고과를 받거나, 그로 인해 손상된 자존심이나 울분으로 인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에서 진정으로 일하는 기쁨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행복 이노베이션」을 읽다보면 그 일이 쉽지 않은 것 같다. 19세기 말, 미국 사회에서 생산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이 근로자의 태만에서 기인한다며 ‘과학적 관리이론’을 도입해 경영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19세기 말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했을 때에 맞는 이론이지 생산량 과잉인 21세기에는 맞지 않는 이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테일러리즘을 도입하면서 그나마 노사 양측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테일러의 이론을 그대로 도입하지 않고 왜곡시켜 직원의 열정과 헌신만 이끌어 내고 혜택과 보상은 최대한 늦추거나 그 자리에 머물게 하면서 건강한 조직 만들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것이 최고경영자나 능력 있는 한 사람의 역량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 전체의 열정과 헌신, 최고경영자의 변화의자와 솔선수범, 이노베이션 담당자의 책임의식과 노력이 함께 상호작용 했을 때(p.61) 가능한 것이며, 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익 창출의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고, 이노베이션이 깜짝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와 회사가 함께 행복해지는 46가지 방법이 수록된 「행복 이노베이션」을 읽다보니, 이 책을 읽다가 책을 던져버리는 최고경영자도 꽤 많겠다라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내 방식대로 하면 성공한다는 독단적인 최고경영자, 지나친 통제로 인해 신뢰기반을 무너지게 하는 최고경영자, 전문가만 초빙하면 만사가 해결되는 줄 알며 구성원을 무시하는 최고경영자등 이노베이션에 걸림돌이 되는 경영자의 잘못을 참 낱낱이 적어두고 있다. 리더를 위한 이노베이션과 직원을 위한 이노베이션까지 읽으면서 공감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지혜가 가득한 책이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이 책 또한 쓴 소리가 참 많다.
최고경영자의 변화와 실행의지가 먼저 선행되어야 가능한 혁신이기에, 이 책은 최고경영자가 먼저 읽고 관리자들에게 전하며,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쉽지 않겠지만,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끌어내고, ‘수 틀리면 관두지!’ 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년까지 몸담고 싶은 회사, 기업의 목표가 직원들의 꿈이 되는 그 날이 꼭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책 속에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은 “해 보기나 해 봤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행동하지 않고 미리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말로, 적극적인 실천의지와 행동 지향적 사고를 강조한 이 말 한 마디가 몇 권의 책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