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오은숙 그림 / 별이온(파인트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쫑알쫑알 거리는 딸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가끔 ‘너 같은 아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라는 뜻으로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엄마 ; 넌 어느 별에서 온 아이니?
가온 ; 토성에서 놀다가 미끄럼 타고 지구에 왔는데...
엄마 ; 그렇게 커다란 행성에서 혼자 놀려면 심심하겠다.
가온 ; 혼자가 아니고, 내 꿈 속 나라 친구 태륙이랑.
아빠 ; 너, 태륙이가 멋있냐? 아빠가 멋있냐?
가온 ; 태륙이!

아빠 ; 어디 한 번 보여줘 봐.
가온 ; 오늘 밤에 제 손을 잡고 함께 잠들면 ‘얄라꾸리’ 나라에 갈 수 있어요.

  수시로 ‘신기신기’ 나라와 ‘얄라꾸리’ 나라를 오가며, 보이지 않는 왕오색나비가 낳은 알을 소중히 품고, 역시 보이지 않는 거미 샬롯을 위해 아이용 미니 텐트에 실로 거미줄을 매달아주며, 삐삐의 친구 닐슨씨와 같은 종류인 원숭이 닐는씨(이름도 어쩜..)에게 자신이 먹던 밥과 반찬을 덜어줍니다. 네 살 때, 할아버지와 함께 심은 대추나무에게도 일곱 살 인생살이를 쉬지 않고 이야기해 주는 딸아이를 보노라면 어이없고 우스워서 웃음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내게도 어린 딸과 같이 엉뚱하고 즐거운 상상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은하철도 999’와 ‘미래소년 코난’, ‘아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 생각납니다. 거의가 80년대 초에 방영되었던 만화라 30여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외부적인 자극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은 책과 미디어 등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방대한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특히 좋은 책은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중 하나가 출판사 이름도 예쁜 ‘별이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들고 다니기 딱 좋은 문고판 책처럼 아담한 사이즈에 풍성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어른과 아이의 시선을 붙잡아 맵니다.

  나른한 오후, 언니와 함께 언덕위에서 놀던 앨리스가 무료함에 지쳐 잠이 들면서 떠나는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로의 모험. 종일 시계를 꺼내보며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 토끼와 먹기만 하면 몸이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신기한 음료와 과자들, 3월의 토끼와 모자 장수와 함께 한 엉망진창 티 파티, 하얀 장미에 빨간 페인트칠을 하는 정원사들, 크로케 경주에서 일분에 한 번씩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리는 여왕, 엉터리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 앨리스에게 날아드는 카드를 향해 두 팔을 휘저으며 깊은 낮잠에서 깨어나는 앨리스는 언니에게 자신이 꾼 꿈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앨리스의 꿈 이야기를 전해들은 언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앨리스이기 때문에 이토록 신기하고 재미난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앨리스가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쁨으로 빛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금의 나는 그 어떤 엉뚱한 상상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딸아이 덕분에 유쾌한 상상 속에서 함께 즐거워하는데, 우리 딸이 조금 천천히 자라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상상 속의 보물을 많이 캐내며 행복해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앨리스의 언니가 그런 아름다운 여인이 된 앨리스를 마음속으로 그리듯 가온이가 그런 아름다운 여인이 된 모습을...

  책이 도착하자마자 예쁜 모습에 반해 딸아이는 두 번이나 읽었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는 동화책으로 손색이 없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