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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김경화 지음, 정우열 그림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태어나서 처음 영화라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과 쓸쓸함은 지금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 나이는 여덟 살. 언니는 열 살이었고 동생은 여섯 살이었다. 어려운 살림에 큰 맘 먹고 언니에게 동생 둘을 맡기며 ‘보물섬’이라는 어린이 만화영화 티켓을 손에 쥐어 주신 엄마의 모습은 기쁨으로 인해 직접 영화를 보시는 것 같은 환한 얼굴이었다.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손에 손을 잡고 빈자리를 찾아 신기하고 재미있는 화면에 푹 빠져 두근거리는 심장이 제 페이스를 찾기도 전에 영화는 끝이 나고 자막이 올라갔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었고, 어리둥절한 우리 삼남매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영화 상영에도 시간표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엄마는 표만 사서 들여보내면 되는 줄 알았고, 지정좌석제가 없던 그 옛날, 늦게 들어갔으면 다음 상영까지 보아도 된다는 것을 몰랐던 철없고 순진한 시절의 영화 관람은 이렇게 10분도 채 안되어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로 내 기억에 남는 영화는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단체 관람했던 ‘지옥의 묵시록’과 ‘간디’, ‘죽은 시인의 사회’ 정도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누리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많은 영화들을 보러 다녔었는데, 이젠 영화라는 것이 캠코더 하나 들고 다니면서 청소년들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약 때문에 극장을 기피하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나 아닌 타인의 생각이나 생활을 당당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영화만 한 게 또 있을까? 만드는 사람은 만드는 사람의 삶과 철학을 표현하고, 보는 사람은 넘치게 많은 영화중에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젠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하는데 있어 영화를 이용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영화의 시작이나 영화를 볼 수 있기까지의 모든 기술적인 부분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관심이 가는 것을 만났을 때, 그 관심이 금방 사라지면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관심이 지속되면 장인의 길로 들어선다고 봐야할테지? 여기 영화를 좋아하고 관심이 지속되어 영화의 이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이다.
발명가 에디슨에 의해 등장한 카메라가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시네마토그라프로 업그레이드되어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영화로 탄생하는 것부터 소리가 합해지고 색깔이 입혀지며, 특수효과로 인해 상상에서만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주기까지 영화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들이 가득 차 있다.
또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떤 이야기를 영화로 찍을 것인지 생각하고 그려야 한다. 이야깃거리를 찾아 주변 곳곳을 살펴보고,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도 될 것이다.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장소를 찾고 셋트를 만들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영화를 찍을지, 필요한 장비와 돈은 어떻게 구할지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야한다. 여기에 배역을 맡은 사람들은 실감나는 연기를 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호흡을 맞춘다. 촬영 도구인 캠코더와도 미리 친해져서 카메라를 움직이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촬영이 끝나면 촬영시 소리가 너무 작거나 부족한 부분의 대사를 다시 녹음하고 장면에 따라 배경 음악을 넣어주기도 한다. 그리고는 드디어 영화상영 시작.. 흰 벽이나 흰 스크린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위와 같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직접 만드는 과정에 대해 재미있는 그림과 때론 사진을 곁들여 실감나게 구성된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를 읽다보면 나도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영화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드는 움직이는 그림’, ‘환등기’등을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영화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 직접 영화를 만들 때 전반적인 순서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영화 만들기 활동 책 ‘영화, 너를 만들어 주마!’가 부록으로 들어 있다.
영화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를 감상할 때도 무심코 보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노고, 기법, 각 요소들의 어울림 등을 생각하며 볼 수 있어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