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 - 명작 그 뒷이야기 2
토니 브래드먼 지음, 안민희 옮김, 사라 워버턴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욕조에 물을 받아 본격적인 목욕에 들어가기 전에 물놀이를 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천정을 보고 다급하게 외치는 말, “엄마, 거미!” 겁 많은 딸아이를 생각해서 얼른 잡아야 하는데, 이게 좀 커서 저도 손을 대기가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엄마, 샬롯이야!” 하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생각해보니, 요즘 끌어안고 사는 「샬롯의 거미줄」의 영향이었습니다. 이럴 땐, 엄마가 장단을 잘 맞춰줘야 하잖아요. “이야! 그럼 샬롯이 무슨 글씨를 쓰나 한 번 볼까? 대단한 가온? 눈부신 가온?” “겸허한 가온!”

  책을 읽고 나면 늘 수동적으로 책에 쓰여 진 글들을 이해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나와는 달리 이제 일곱 살 난 딸아이는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하는 게 사뭇 깊이도 있고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선함과 함께 부러움을 느낍니다. 아마도 다독을 하고 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전무했던 제가 자란 세대와 아이가 자라는 요즘 세대의 차이가 사고의 차이를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옛이야기를 읽든, 명작동화를 읽든 주인공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고 마음 졸이다가 해피엔딩에 대해 내 일처럼 기뻐할 줄만 알았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상조차 못 할 일입니다. 그런데,「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는 내 빈곤한 상상력을 여지없이 건드려주며 유쾌한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구박을 받다가 마법의 도움으로 왕궁의 잔치에 참여하고, 신데렐라의 미모에 반한 왕자는 신데렐라가 떨어뜨리고 간 유리 구두 한 짝을 들고 전국을 누비며 그 주인공을 찾아 드디어 행복한 결혼에 이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동화 「신데렐라」의 전반적인 내용과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부모들이라도 자신의 아들에게 예쁘고 총명하며 집안까지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기 바라는데, 하물며 일국의 왕자가 결혼할 때 왕과 왕비의 바람은 오죽했을까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웃나라의 참한 공주를 왕자의 배우자로 점찍고 있었을 부모님에겐 왕자의 신데렐라를 향한 사랑은 배신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히 해피엔딩을 그려내기에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문제점이 다분합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그나마 시아버지는 사랑스런 신데렐라에게 다정하지만, 왕비인 시어머니는 다릅니다. 늘 예쁘장한 얼굴 말고는 볼 것이 없다고 무시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만 일삼는 시어머니에게 신데렐라는 자신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결심하고 취직을 합니다. 하지만 첫 직장에선 신데렐라의 재능을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라 명성만을 원했기 때문에 실망하고 맙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이참에 자신이 진정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한 신데렐라는 ‘그것’을 찾게 되죠. 바로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재능 말이죠. 신데렐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고, 시어머니인 왕비까지도 자신을 맡기게 해 10년은 젊어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하며 간절히 소원하던 사랑을 얻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장점 하나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햇살과 공기뿐일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증에 걸리기 딱 십상이었던 신데렐라는 자신에게 온 행운을 잠시 머물다 가게 하지 않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노력해서 행복을 자신의 손으로 빚었습니다.

  짧지만 만화 같은 삽화와 재미있고 신선한 「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 아이와 함께 엉뚱하고 재미난 뒷이야기 꾸미기를 같이 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 책을 읽고 나면 늘 그 뒷이야기를 상상할 제 모습을 상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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