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비테의 자녀교육법 - 올바른 교육이념과 철학을 제시한 가정교육의 바이블
칼 비테 지음, 김락준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세계 성인 남성의 공공의 적 출현... 출현 시기는 약 2세기전이며 국적은 독일, 직업은 목사였다. 그의 이름은 칼 비테 Karl Witte. 교육에 의한 인류구제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독자적인 교육방법을 실천하였던 대교육자 ‘페스탈로치’의 권유로 집필한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을 읽고 있노라면, ‘이런 남자, 세상에 또 없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에서는 평범한 지능지수를 타고 난  Jr. 칼 비테가 부모님의 특별한 양육 방식과 교육 방법으로 비범한 능력을 지닌 천재로 거듭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가 풀어낸 이야기들이 200여 년이 지난 현대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8년 전, 임신으로 출산준비 산모교실을 다니면서 배웠던 태교의 내용과 비교해 보았을 때, 더 세세하고 현실감 있다.

  칼 비테는 2세를 생각하기 이전에 배우자 선택부터 남다른 선택 기준을 가지고 있어 아내로 미인은 아니지만 착하고 부지런하며 똑똑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여자들 택했다. 임신 3개월 전부터 금주를 하며, 임신 기간 동안에는 아내가 우울하지 않도록 자주 이야기 나누고 산책하며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재능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에 대한 논란은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칼 비테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적절한 교육이 평범한 아이도 훌륭하게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이 믿음에 기초한 정교한(?) 양육방법은 Jr. 칼 비테에게 맞춤인 듯 잘 맞았다.

  어떤 교육을 하든 억지로 따라오게 하지 않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공부를 공부라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여기며 즐겁게 익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수많은 일화들을 읽으면서, 현재 지향하는 교육의 흐름과 상당히 유사함을 느꼈고 좋은 부모 되기가 쉽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이를 비범한 인물로 키우기 위해 좋은 교육방법을 물색하는 부모에게 탁월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추천사도 수긍이 가지만, 어른인 부모는 세상에서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이 없다는 듯 행동하며, 그 무엇도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겐 끊임없이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팍팍 심어주는 그릇된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들 역시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교육법에 관한 책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이 가정교육과 맞물려 있고 부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가 미리 읽는다면 ‘부부학교’를 따로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조금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칼 비테 스스로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과 역량을 겸비한 사람이었기에 아들을 키우면서 공급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나와 같은 엄마는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다 다시 이 책이 전해주는 강점(아이의 건강, 믿음, 아름다운 본성, 자신감을 주는 칭찬, 실패를 대하는 법 등)에 주목하며 지식적으로 전해줄 수 있는 게 부족하다 하더라도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면서 격려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이러한 다짐이 늘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일주일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다시 한 번 양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부분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계기를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상 혁명 - 녹색마을 자연학교의 참살이 건강 비법
이태근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급한 볼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라디오에서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가운데, 중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해 도움을 주는 것 같았는데, 이 날의 주인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건장한 체구의 젊은 남성이 갑자기 체중이 10kg 가량 빠져서 부인이 보기에 딱 좋은 체격이 되었다 싶었단다. 그런데, 계속해서 체중이 내려가 검사를 해보니 ‘급성OOO’란다. 이 남성은 평소에 몸에 좋지 않다는 담배나 술은 멀리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줄담배를 피우고 술독에 빠져 살며 밤낮이 바뀐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할만한데,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 좀 아픈 것도 아니고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하니,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이 실감났다.

  한동안 이 일로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로 고민했었는데, 녹색마을 자연학교 이장님의「밥상혁명」을 읽고서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지만, 스스로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자연인을 택한다. 전북 임실에 황토 집을 짓고 자연식을 하며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이태근 이장님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참살이 건강 비법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뭐든 지식으로만 알고 전하는 것보다 스스로 체험한 일을 전하는 것은 더 큰 설득력을 가지는 것 같다.

  모든 병의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에 있다고 하는데, 골고루 먹는 음식은 개밥이다, 탄 고구마 탄 밥은 보약이다, 하루 세 끼를 다 먹을 필요 없다 등등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을 여지없이 뒤엎는(그래서 혁명인가?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뒤엎는 것과 같은..) 말들은 여태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지식이나 신념과 너무 거리가 멀어 이유 없이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처음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중에 점차 수긍하게 되었다. 질병의 원인이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 음식에서 비롯되며, 먹을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숯의 주요성분인 탄소와 미네랄은 인체에 흡수되기 쉬운 것으로 탄고구마나 찬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먹는 것은 숯의 성질을 이용한 보양식이라고 한다. 단식은 성직자와 투쟁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인줄 알았고 한 끼만 안 먹어도 큰일 날 것 같은데, 몸을 비우는 단식은 위장을 수축시키고 소화와 흡수 기능이 회복되어 먹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게 한다니 책에 나온 것처럼 단식할 할 때 유의할 점을 익히고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날것으로 먹으며 육류 섭취를 줄이고, 정제된 음식을 멀리하며 조미료를 쓰지 않는 식습관과 각종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의 이로움과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올려 자연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밥상혁명」은 말 그대로 우리 식생활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크게 아프지 않지만 늘 만성적인 두통과 피곤함을 달고 사는 나는 문득문득 ‘내가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종합검진을 받아봐야 하는 거 아냐?’ 하면서 불안해 할 때가 많아 가끔 혈액검사나 뇌 MRI 촬영도 해 본다. 그런데, 걱정도 내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 요인임을 알았다.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바꾸자. 조금씩 바꾸지 말고 확 바꾸자. 전투적으로..

  ‘애초에 질병이란 없다. 질병이란 우리 몸과 마음에 있는 해로운 요인을 정화하기 위해 자연이 취하는 방법이다. 이는 치유되는 과정이며, 대책일 뿐 문제의 요인이고 없애야 하는 악마가 아니다. 질병은 우리 몸의 해결사다. 질병은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조정하려는 자연스런 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질병은 요법이고 오히려 크게 기뻐해야 할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신속히 대처해야만 한다. 약이나 건강보조식품, 침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말고 먼저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연식, 채소, 소식을 시작하자. 그리고 꾸준한 운동과 더불어 주변 환경을 바꾸고, 정신적인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 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그리스 신화에 보면 만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땅을 인격화한 신 가이아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땅에서 나고 땅이 주는 혜택으로 살아가며 종국에는 땅으로 돌아가니, 땅의 중요성을 오랜 옛날부터 알고 신성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땅으로부터 얻고 있는 오늘날의 인간들은 땅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고 오히려 각자의 욕심만 챙기느라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은 왜일까?

  사십여 년 전 처음으로 가이아 이론(지구는 역동적으로 자지조절을 하는 생리학 시스템이다)을 주장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펴낸 「가이아의 복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니다. 요즘 강도 높은 자연재해로 세계 곳곳이 폐허가 되고 사람과 생물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많이 듣고 보았다고 해서 ‘또 환경오염에 관한 책이야?’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체감하며 읽게 만든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각각 살아가기 적합한 형태로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처럼 가이아(지표면 아래로 약 160Km부터 시작해 우주와 접하는 상공인 약 160Km에 있는 열권으로 끝난다)도 수억 년 전부터 적응적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온도 조절이나 안정된 화학 조성의 유지 등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본다.

  가이아의 이론으로만 보면 자기조절을 하는 지구가 후손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테니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토록 긴장하며 미래를 암울하게만 내다보는 것일까? 올해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수차례나 자연재해가 일어나 그 위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독한 음식을 먹으면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독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몸이 병드는 것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지구는 자지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거나, 스스로 자제할 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이 백여 년에 걸쳐 황폐화시킨 지구를 다시 되돌려 놓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에너지 사용을 중단한다고 해도 약 천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제논리나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늘 밀리고 마는 환경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합의나 명령이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제임스 러브록은 세계가 명분을 가지고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지 말고 각국이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장 시급한 일로 지구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안전하고 검증된 에너지원으로 ‘핵에너지’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발암 가능성(핵에너지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나라 성인의 4분의 1인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때문에 핵에너지 사용을 꺼리는데, 대규모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안전한 핵에너지가 프랑스의 주된 에너지원이 되었음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학에 문외한인 내게도 제임스 러브록의 주장이나 대안은 꽤 설득력 있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핵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의 부족과 지역이기주의라는 걸림돌 때문에 핵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과학이나 기후변화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자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이 이제는 경제논리 차원을 벗어나 가이아와 지구의 여행자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이들과 대체에너지에 대한 nie수업을 하면서 평소에 몰랐던 친환경 재생 에너지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재생에너지들이 일반화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적어도 내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데, 그렇지 못할까봐 정말 걱정된다.

  사람들이 지구가 자기조절을 하는 생리학 시스템임을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황폐해지는 것을 손 놓고 볼 수 없는 때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내 주변을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우, 머리 아프다. 내게 있어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한씨였다. 진지한 세상을 좀 느슨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복잡한 심정이 될 줄이야... 

  어린 시절에 충분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거나 억눌리면 어른이 되었어도 그 부분만은 성인아이로 남는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해결되지 못한 부분을 맞닥뜨리게 되면 응당 어른으로서의 행동이 나오지 않고 어리석은 반응을 보여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하며,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일을 의학 서적이 아닌 재미있는 소설로 만나게 된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비틀즈의 리더인 존의 은둔기(아들을 낳은 후 4년간 주부로 살던 시기)에 초점을 맞추어 오쿠다 히데오의 기발한 상상력과 실제 했던 일들을 조화시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우한(? 부모님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헌신적으로 보살펴주신 이모와 이모부가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불우하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좀 과한 느낌이 든다.)어린 시절을 보낸 존. 그 영향으로 절제가 안 되는 난폭한 청소년기를 보내지만, 다행히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고 크게 성공한다.

  두 번째 결혼에서 아들을 낳고 많은 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존은 휴가지에서 우연히 어머니와 닮은 음성을 가진 여인을 만난 후, 갑자기 과거에 행했던 불온한 일들이 꿈에 나타나고 급기야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심한 변비에 걸린다. 변을 보지 못한 상황이 일주일을 넘기자 밤낮으로 괴로워하는 존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아내 게이코는 같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청해 진료를 받기 시작한다. 아네모네 병원, 신비한 미모의 간호사 아테네, 배설 따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상한 의사.. 처음부터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병원을 나서면 과거 자신과 좋지 않은 관계를 맺었던 혼령(이미 죽은 자들이었기에)과 만나 사죄하고 용서받으며 계속해서 진료를 받는다. 잠시 의사와의 만남이 아내의 계획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어 위기를 맞지만, 이를 통해 등장인물 모두가 마음속에 응어리진 부분을 단체로 해결 받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변비에 걸린 특이한 설정으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들며, 나를 용서하게 하고 나와 관계 맺고 사는 사람들의 배경을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함께 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읽는 내내 진지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해주는 책이었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가슴에 알게 모르게 못을 박았던 일이 있었던가를 되돌아보고, 내가 훌훌 털어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늘 책장을 덮고 나면,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 난폭한 잠꼬대로 자주 나를 놀라게 하는 남편을 아네모네 병원에 소개해주고 싶다. 어디로 예약해야하는지 좀 가르쳐 주실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다섯에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싶은데, 아마도 그때 한 참 심취해서 보던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꼭 한 번 책 속에 소개된 우리 유산을 찾아다녀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혼자만의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인공을 가미해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소쇄원과 바람이 쉬어간다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내 더위를 말끔히 식혀주었던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등 담양의 정자를 답사하고 남원의 실상사에 들려 솔잎차를 만들어보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던 ‘나 홀로 여행’은 지금도 나에게 여유로움이란 귀한 선물을 주고 있다.

  이 여행으로 예기치도 않았던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광주 시내에 있는 대학가의 헌책방 거리를 돌아보았던 것이다. 둘째 딸인 내게 많은 자유를 주셨던 아빠께서 여행을 허락하시며 단 하나 붙인 단서가 잠자리만은 안전한 곳에 잡아야 한다며, 먼 친척분의 집을 연결시켜 주셨는데, 그곳이 광주였다. 버스로 다니기에 내가 계획한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다행이다 생각하며 2박을 하며 저녁마다 들렸던 헌책방은 말 그대로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시내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서 책 방 두 곳이 있는 데서 살다가 다닥다닥 책방이 붙어있는 그곳의 풍경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군침이 가득 도는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여행 경비가 많지 않아 책을 몇 권 사지도 못하고 그나마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깜빡 졸다가 책 보따리를 놓고 내리며 통곡할 것 같았던 느낌도 새록새록 난다.

  헌책방에 관한 내 기억을 이렇게 장황하게 떠벌인 것은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라는 아주 특별한 책을 만나서이다. 세계 최초 ‘유럽의 책 마을’ 순례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스위스와 프랑스, 베네룩스 3국(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영국과 아일랜드를 두루 다니며 선진 독서문화의 현장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해준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아름다운 책방도 있고 소박하며 따뜻한 분위기의 책방도 있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서 벼룩시장도 있고 온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성채가 책방인 곳도 있다. 뜻하지 않게 책 마을을 찾아다니다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속의 아픔(6.25전쟁)을 만나기도 하고 진정으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 마을을 만들고 지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도 만난다.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엔 이미 우리나라 그 어딘가에 이렇듯 아름다운 책 마을을 만드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나만 그럴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이런 꿈 한 번은 꾸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파주에 출판 단지와 인사동에도 몇 안 되는 고서점, 내가 다녀온 광주의 헌책방 거리 등이 있긴 한데, 이러한 곳들이 독서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책 마을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책과 만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해 보며, 뜻 있는 분들이 이러한 일을 시도한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