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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다섯에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싶은데, 아마도 그때 한 참 심취해서 보던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꼭 한 번 책 속에 소개된 우리 유산을 찾아다녀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혼자만의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인공을 가미해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소쇄원과 바람이 쉬어간다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내 더위를 말끔히 식혀주었던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등 담양의 정자를 답사하고 남원의 실상사에 들려 솔잎차를 만들어보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던 ‘나 홀로 여행’은 지금도 나에게 여유로움이란 귀한 선물을 주고 있다.
이 여행으로 예기치도 않았던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광주 시내에 있는 대학가의 헌책방 거리를 돌아보았던 것이다. 둘째 딸인 내게 많은 자유를 주셨던 아빠께서 여행을 허락하시며 단 하나 붙인 단서가 잠자리만은 안전한 곳에 잡아야 한다며, 먼 친척분의 집을 연결시켜 주셨는데, 그곳이 광주였다. 버스로 다니기에 내가 계획한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다행이다 생각하며 2박을 하며 저녁마다 들렸던 헌책방은 말 그대로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시내에, 그것도 멀리 떨어져서 책 방 두 곳이 있는 데서 살다가 다닥다닥 책방이 붙어있는 그곳의 풍경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군침이 가득 도는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여행 경비가 많지 않아 책을 몇 권 사지도 못하고 그나마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깜빡 졸다가 책 보따리를 놓고 내리며 통곡할 것 같았던 느낌도 새록새록 난다.
헌책방에 관한 내 기억을 이렇게 장황하게 떠벌인 것은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라는 아주 특별한 책을 만나서이다. 세계 최초 ‘유럽의 책 마을’ 순례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스위스와 프랑스, 베네룩스 3국(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영국과 아일랜드를 두루 다니며 선진 독서문화의 현장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해준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아름다운 책방도 있고 소박하며 따뜻한 분위기의 책방도 있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서 벼룩시장도 있고 온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성채가 책방인 곳도 있다. 뜻하지 않게 책 마을을 찾아다니다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속의 아픔(6.25전쟁)을 만나기도 하고 진정으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 마을을 만들고 지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도 만난다.
책을 읽다보면 머릿속엔 이미 우리나라 그 어딘가에 이렇듯 아름다운 책 마을을 만드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나만 그럴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이런 꿈 한 번은 꾸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파주에 출판 단지와 인사동에도 몇 안 되는 고서점, 내가 다녀온 광주의 헌책방 거리 등이 있긴 한데, 이러한 곳들이 독서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책 마을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책과 만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해 보며, 뜻 있는 분들이 이러한 일을 시도한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