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우, 머리 아프다. 내게 있어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한씨였다. 진지한 세상을 좀 느슨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복잡한 심정이 될 줄이야... 

  어린 시절에 충분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거나 억눌리면 어른이 되었어도 그 부분만은 성인아이로 남는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해결되지 못한 부분을 맞닥뜨리게 되면 응당 어른으로서의 행동이 나오지 않고 어리석은 반응을 보여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하며,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일을 의학 서적이 아닌 재미있는 소설로 만나게 된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비틀즈의 리더인 존의 은둔기(아들을 낳은 후 4년간 주부로 살던 시기)에 초점을 맞추어 오쿠다 히데오의 기발한 상상력과 실제 했던 일들을 조화시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우한(? 부모님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헌신적으로 보살펴주신 이모와 이모부가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불우하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좀 과한 느낌이 든다.)어린 시절을 보낸 존. 그 영향으로 절제가 안 되는 난폭한 청소년기를 보내지만, 다행히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고 크게 성공한다.

  두 번째 결혼에서 아들을 낳고 많은 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존은 휴가지에서 우연히 어머니와 닮은 음성을 가진 여인을 만난 후, 갑자기 과거에 행했던 불온한 일들이 꿈에 나타나고 급기야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심한 변비에 걸린다. 변을 보지 못한 상황이 일주일을 넘기자 밤낮으로 괴로워하는 존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아내 게이코는 같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청해 진료를 받기 시작한다. 아네모네 병원, 신비한 미모의 간호사 아테네, 배설 따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상한 의사.. 처음부터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병원을 나서면 과거 자신과 좋지 않은 관계를 맺었던 혼령(이미 죽은 자들이었기에)과 만나 사죄하고 용서받으며 계속해서 진료를 받는다. 잠시 의사와의 만남이 아내의 계획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어 위기를 맞지만, 이를 통해 등장인물 모두가 마음속에 응어리진 부분을 단체로 해결 받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변비에 걸린 특이한 설정으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들며, 나를 용서하게 하고 나와 관계 맺고 사는 사람들의 배경을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함께 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읽는 내내 진지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해주는 책이었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가슴에 알게 모르게 못을 박았던 일이 있었던가를 되돌아보고, 내가 훌훌 털어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늘 책장을 덮고 나면,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 난폭한 잠꼬대로 자주 나를 놀라게 하는 남편을 아네모네 병원에 소개해주고 싶다. 어디로 예약해야하는지 좀 가르쳐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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