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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그리스 신화에 보면 만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땅을 인격화한 신 가이아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땅에서 나고 땅이 주는 혜택으로 살아가며 종국에는 땅으로 돌아가니, 땅의 중요성을 오랜 옛날부터 알고 신성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땅으로부터 얻고 있는 오늘날의 인간들은 땅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고 오히려 각자의 욕심만 챙기느라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은 왜일까?
사십여 년 전 처음으로 가이아 이론(지구는 역동적으로 자지조절을 하는 생리학 시스템이다)을 주장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펴낸 「가이아의 복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니다. 요즘 강도 높은 자연재해로 세계 곳곳이 폐허가 되고 사람과 생물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많이 듣고 보았다고 해서 ‘또 환경오염에 관한 책이야?’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체감하며 읽게 만든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각각 살아가기 적합한 형태로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처럼 가이아(지표면 아래로 약 160Km부터 시작해 우주와 접하는 상공인 약 160Km에 있는 열권으로 끝난다)도 수억 년 전부터 적응적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온도 조절이나 안정된 화학 조성의 유지 등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본다.
가이아의 이론으로만 보면 자기조절을 하는 지구가 후손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테니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토록 긴장하며 미래를 암울하게만 내다보는 것일까? 올해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수차례나 자연재해가 일어나 그 위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독한 음식을 먹으면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독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몸이 병드는 것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지구는 자지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거나, 스스로 자제할 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이 백여 년에 걸쳐 황폐화시킨 지구를 다시 되돌려 놓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에너지 사용을 중단한다고 해도 약 천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제논리나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늘 밀리고 마는 환경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합의나 명령이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제임스 러브록은 세계가 명분을 가지고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지 말고 각국이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장 시급한 일로 지구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안전하고 검증된 에너지원으로 ‘핵에너지’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발암 가능성(핵에너지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나라 성인의 4분의 1인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때문에 핵에너지 사용을 꺼리는데, 대규모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안전한 핵에너지가 프랑스의 주된 에너지원이 되었음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학에 문외한인 내게도 제임스 러브록의 주장이나 대안은 꽤 설득력 있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핵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의 부족과 지역이기주의라는 걸림돌 때문에 핵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과학이나 기후변화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자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이 이제는 경제논리 차원을 벗어나 가이아와 지구의 여행자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이들과 대체에너지에 대한 nie수업을 하면서 평소에 몰랐던 친환경 재생 에너지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재생에너지들이 일반화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적어도 내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데, 그렇지 못할까봐 정말 걱정된다.
사람들이 지구가 자기조절을 하는 생리학 시스템임을 믿지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황폐해지는 것을 손 놓고 볼 수 없는 때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내 주변을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