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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 - 치료는 빠르게, 비용은 저렴하게, 권리는 당당하게! ㅣ 똑똑한 헬스북 2
백태선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6월
평점 :
누구나 병원 한 번 이용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태어나고 죽는 것도 병원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이처럼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겪게 되거나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하다못해 행정적인 일처리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할 때가 정말 많다. 엄연히 환자로서, 환자의 가족으로서 누려야할 권리가 있는데도 그간 너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던 병원에 대해 일침을 가하면서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주고자 한는 양․한방 복수 면허의사 백태선님의 「양․한방 똑똑한 병원이용」을 만났다. 식당이나 금융상품, 정수기 같은 물건을 살 때도 깐깐하게 따져보고 사용하면서 가장 소중한 건강을 위해 바른 의료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의료소비자들에게 시간과 공을 들이라는 충고가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양․한방 복수 면허의사답게 먼저 양방과 한방의 장단점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세상의 모든 의학이 질병을 퇴치하고 건강을 도모한다는 궁극적 목표는 같으나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는 시각이 다르고,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접근방법과 시술방법에 차이가 있기에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23쪽)
먼저 양방은 서양의학에 뿌리를 둔 현대의학이다. 장점을 보면 질병의 진단기술이 뛰어나고 응급 및 급성질환, 수술에 능하며 치료효과가 빠르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인공요법이 다양하고 과학적으로 검증을 거친 임상 정보가 제공된다. 단점은 병든 부분에만 집중해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등한시하거나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의 완화에만 주력하는 치료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같은 병을 가졌더라도 유전, 연령, 환경, 심리상태, 면역력 등이 모두 다른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한방은 동아시아 지역의 전통 의학이다. 병든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몸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도모해 건강을 되찾으려는 건강 중심 의학이다. 국소부위의 질환도 내부의 생리 변화와 연계해 치료하고, 모든 것을 전체 속에서 생각하는 종합 치료의학이다.(34쪽) 음양오행의 상호작용을 파악해 인체의 본질과 현상을 이해하는 한방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상태인지, 조화가 깨진 불건강한 상태인지로 나눈다. 장점으로는 우리 몸 전체를 보면서 병든 부위를 바라보며,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약물과 치료법으로 부작용이 적다. 병이 나기 직전이나 원인 불명 질환, 만성병에 효과적이고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그러나 한방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양방으로 정밀한 진단을 받는 게 좋고 응급, 만성질환은 양방으로 신속히 처리하는 게 좋다. 명현현상(몸이 호전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이상증세)과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대체의학은 환자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환정적인 면까지 균형을 이루게 하며 심신을 치료하는 의학이다. 향기요법, 요가, 단전호흡 명상, 최면요법, 미술요법, 음악요법 등이 그것인데, 자연적인 치료 방식을 이용하기에 부작용이 적고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장점과 질병의 진단과 급성질환에 대한 대처가 취약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대체의학을 선택할 때는 먼저 현대의학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응급, 급성 질환자의 이용은 모험과도 같기에 신중해야 한다. 치료사의 전문성, 효과와 부작용을 미리 숙지하고 만병통치라고 주장하는 곳은 경계해야 한다.
의료기관으로 보건소와 의원, 병원, 종합병원, 종합전문요양기관에 대한 개념과 이용에 따른 좋은 점을 소개해준다. 병원 역시 의료소비자의 적극적인 정보 수집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 평가 결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세히 소개해 준다. 감기 등 단순 질환은 생활치료나 작은 의원을 이용하고, 만성병 역시 생활 상담을 잘 해주는 작은 병원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복잡한 수술은 해당 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을 이용하고 응급일 때는 가장 가까운 곳을 이용하며 작은 광고에 노출된 병원이나 병원의 규모에 얽매여 병원을 선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좋은 의사는 경험이 풍부하고 꼭 필요한 치료만 해주며 환자의 의견을 존중한다. 치료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생활처방에 적극적이며 솔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환자를 대한다.
이 이에도 의료기관 이용의 절차, 의사를 만나기 전에 준비할 일, 입원 시, 수술시, 응급상황, 병원을 옮길 때 등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준비하거나 유의해야 할 점을 꼼꼼히 기록했다. 한방병원의 현명한 이용법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실속까지 챙겨주는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저자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풀어놓을 보따리가 큰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딸아이 얼굴이 갑자기 심각하게 붓고 열이 나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 주사를 맞고 처방해준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이 계속되고 부위가 커져 걱정했는데, 잠자는 아이를 지켜보며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얼굴의 붓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붉은 기운도 사라져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미있는 것은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을 평소와 다르게 유심히 지켜본 점이다. 얼굴 표정과 어투, 손길 하나까지 신경 쓰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한동안 정보수집에 바쁠 나의 모습도 그려지니 8시간 가까이 지속된 긴장감이 싹 사라진다. 오랜만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