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전화 바우솔 작은 어린이 9
홍종의 지음, 심상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신이 날 것 같은 난다, 신난다. 하지만, 난다는 전혀 신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도 지시와 훈계 일색인 엄마의 전화에 답답하고 화가 난 난다. 엄마아빠가 이혼하고 일 년이나 지났는데, 보고 싶고 안기고 싶은 엄마는 없고 늘 휴대전화로 하루의 일정을 챙겨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학원을 오갈 때마다 엄마 휴대전화 메시지로 난다의 출입이 체크되기 때문에 꼼짝달싹 못하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숨통이 탁 트일 일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숲에 가셨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오셨거든요. 그래도 엄마는 공중전화로 난다의 스케쥴을 지시하시는데, 잃어버린 휴대폰의 메시지를 확인할 길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다는 일상을 탈출합니다. 그래봤자 무작정 걸어 다니며 전시된 옷이나 거리에서 파는 인형들을 구경하고 작은 공원을 산책했을 뿐이지만요.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난다의 허벅지가 휴대폰 진동으로 떨렸습니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엄마의 휴대폰입니다. 깜짝 놀란 난다가 내키지 않은 손길로 전화를 받았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마가 아닌 아기 뱀 꽃분이와 청설모 바람돌이입니다.

“난 아기 꽃뱀이야. 목에 패랭이꽃처럼 예쁜 꽃목걸이를 걸고 있지. 비늘은 햇빛을 받으면 초록빛이 나. 몸은 또 얼마나 날씬한데.”

  정말 믿기지 않지만, 난다는 아기 꽃뱀과 통화를 했습니다. 낮에 걸려온 전화에서는 난다의 의심으로 인해 성질 급한 청설모가 전화를 끊고 말았지만, 늦은 저녁 공원에서 난다가 무섭고 쓸쓸한 마음을 가득 안은 채 건 전화에서는 아기 꽃뱀에게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기 꽃뱀에게 엄마가 꼭 필요할거라 생각한 난다의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자연을 벗 삼아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기 꽃뱀의 이야기를 들으니, 여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엄마아빠를 원망만 해왔던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앞으로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럼. 난 혼자서도 잘해. 나무와 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과 달이 내 엄마야.”라고 말한 아기 꽃뱀의 말처럼..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물건 때문에 오히려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면서 쓸쓸한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전화도 그 중 하나지요. 옛날 같으면 그리운 사람이 있을 땐 달려가 얼굴을 보고 왔을 텐데, 지금은 전화기의 숫자 버튼만 누르면 쉽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만남의 횟수가 줄게 됩니다. 또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때론 전화기 저편에 있는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휴대전화가 없었더라면 난다의 엄마아빠가 이혼을 하셨더라도 난다를 보러 더 자주 오시고 더 많이 안아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테지요.

  「숲에서 온 전화」는 엄마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로 인해 동물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 속에서 용기를 얻는 소녀, 난다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공백과 늘 바쁘기만 한 아빠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음을 이끌어주는 이야기는 동화이기에 가능한 설정에서 맑은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씩씩한 난다의 앞날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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