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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할아버지의 6.25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14
이규희 지음, 시은경 그림 / 바우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9살 아이들을 책과 함께 만나는 날이다. ‘책날개’라는 책 읽어주는 학부모 모임에 가입해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 2학년의 한 반에서 10여 분간 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처음엔 담임선생님이 아닌 누구누구의 엄마가 책을 읽어준다고 할 때 얼마나 호응을 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첫 날 읽어주고 난 이후에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이가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다!’ 하면서 반갑게 아는 체를 해서 정말 기뻤다.
오늘은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날이라 전쟁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마음먹고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이라는 책을 들고 갔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파구만 마을이 책장마다 가득한데 마지막 장에 쓰인 단 두 줄의 글로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는 책이다. ‘그해 겨울, 마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천천히 읽어주고, 아이들에게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가 있고, 아프리카 대륙의 한 나라에서는 5살이 채 안된 어린 아이도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 일이 있다고 하니 아이들은 대부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이예요?” 하고 놀란 목소리로 묻는 아이에게 전쟁은 이렇게 힘없는 아이까지도 이용하는 무서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 친구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실을 나와 눈부신 햇살 아래로 걸어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6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전쟁의 상처로 아파하는 분들은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아내셨을까 하는... 지금 이렇게 햇살을 받으며 평화로운 교정을 걷을 수 있는 것도 결국 그분들의 ‘피 값’이라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서늘해졌다.
그리고 오늘 「조지 할아버지의 6.25」라는 6.25 관련 동화책을 또 한 권 읽게 되었다. 재미교포 3세인 영후(영어이름은 피터)는 친한 친구 마이클의 할아버지 조지를 만나면서 한국전쟁과, 이 전쟁에 미국을 비롯한 16개 국가가 유엔군으로 참전해 많은 군인들이 전사하고 불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후가 다니는 학교에 조지 할아버지가 6.25에 대한 특강을 하는 것을 계기로 모국인 한국과 한국전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한국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3년간의 길고 끔찍한 전쟁을 마친 날을 기념해 매년 7월 27일에 ‘기억하자(Remember) 7.27’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며 휴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하루 빨리 남북이 평화롭게 살기를 기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모두에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피해가 온다는 것을 조지 할아버지의 경험담으로 알게 된 아이들은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평화가 결코 공짜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책 속에 나오는 이 말처럼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위해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있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리 한 쪽을 잃었는데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분단 상태를 조국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종전기념일을 기쁘게 생각하는 조지 할아버지는 한국 정부로부터 한국을 위해 싸운 유엔군과 그 후손을 초청에 응하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남의 나라를 떠나 모두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지향하고 꿈꾸는 것도 결국은 행복한 삶일 거라 생각하는데, 왜 화합할 수 없는지 정말 답답하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총을 들고 나가 싸우는 소년병들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소리에도 철없이 ‘재밌겠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개념 없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크나큰 고민도 생긴다.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한국전 종전기념일을 국경일로 정하려는 법안을 만들려는 노력까지 기울이는데, 먼저 지키고 행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는지도 의문이다.
종전기념일 행사에 참여한 탈북병사를 보는 순간 증오심이 들끓었지만, 결국은 모두가 똑같은 아픔을 겪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안아주는 조지 할아버지와 그곳에 함께 있던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이해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알리고, 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의무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