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는 개입니까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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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희한한 「나는 개입니까」는 식탁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던 용감한 수평아리의 성장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졌던 ‘열혈수탉 분투기’의 작가 창신강이 쓴 작품이다. 열혈수탉 분투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딸아이에게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하니 무척 반기면서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나 역시 기대를 하며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식탁 위에서였다. 비위가 약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을 하는 내게 하수도 밑에서 사는 개들과 그들이 싸우면서 살점이 뜯겨나가고 피가 흐르는 장면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책을 밀어놓고 한 달여를 그냥 보내버렸다. 
 

온전히 수탉의 입장에서 글이 진행되던 전작과는 달리 성장통을 겪으며 의지적으로 지하도 맨홀뚜껑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 개의 이야기는 참 낯설다. 일본요괴 텐구가 등장했던 ‘유정천 가족’처럼 처음엔 낯선 등장인물의 변화가 영 마음에 와 닿지 않아 재미있게 몰입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지만, 개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의 생활과 습관에 따라 살아가며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점차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위탁가정에 맡겨져 ‘큰 또즈’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지하도에서 살 때 만났던 연분홍 지렁이의 환생인 ‘류웨’를 만나 ‘홍메이 아젠’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주인공은 어리고 정이 많은 ‘또즈’와 ‘샤오샤오’를 통해 인간으로서 처음 갖게 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형과 똑같이 난폭하고 이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후셩’을 보며 지하도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기도 한다.

안타까운 건, 사람으로 변한 개는 일 년치 삶이 한 달로 바뀌게 되어 오래 살 수 없다는 것. 학교를 들어가서 만난 우다오 선생님이 작은 형임을 죽기 직전에서야 눈치 채고, 류웨를 통해 누나까지 만나게 되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정말 녹록치 않다. 지렁이일 때 외투를 남겨 홍메이 아젠에게 예지력을 선물했던 류웨는 인간 세상에서의 청춘을 보낼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다시 홍메이 아젠에게 남기고 떠나간다.

위탁가정에서 만난 엄마와 후셩형, 동생 또즈와 샤오샤오가 진정한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마음을 나누지만, 류웨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는 홍메이 아젠은 류웨를 찾아 길을 떠난다.

지하도에 비해 아름답고 화려해보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홍메이 아젠은 세상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의 것까지 포용하고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가 인간이 되어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맨홀 뚜껑 밖에서 만난 세상과 기꺼이 하나가 되려고 했던 홍메이 아젠에게서 보통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들이 아니라 해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성장의 일부이고 바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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