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기염소 별이 ㅣ 봄봄 어린이 5
김일광 지음, 이상현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요즘 인터넷상에서 소통에 대한 문제로 심란한 나날을 보냈다.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상대를 깎아내리고, 다양성을 인정하자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하고 서글픈 마음에 여러 날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했다.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서 한 사람의 진심을 알아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서운한 것만 자꾸 내세우는데, 하물며 상대가 어떤 표정과 억양으로 말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인터넷에서는 오죽하랴 싶은 생각에 서운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문제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가 더 많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로 인해 심약한 사람들을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일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더러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기염소 별이」는 주변 사람들 눈에 그릇되게 비쳐진 후 어디에서도 그 진심을 알아주지 않아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며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덕이 아재의 이야기다. 무슨 사정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덕이 아재를 끌어안고 사람들에게 잡혀 배에 오른 후 소식을 알 수 없는 아버지를 그리다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이웃의 배를 허락 없이 사용해 도둑으로 몰린 덕이 아재. 이 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어디에도 마음 줄 곳 없었던 덕이 아재는 염소들에게 정을 주고 산다. 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미가 사나운 산짐승에게 잡혀가 덕이 아재 품에서 자란 아기 염소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말하자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외형적인 특징과 문자, 습관 등. 내가 여기에 하나 더하고 싶은 게 있다면, 사람은 때로 자신이 받은 은혜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잊거나 배신을 하는데 반해, 동물들은 한 번 정을 준 대상에게서 절대로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말을 주고받을 순 없지만, 상대를 한없이 믿고 따르는 마음만큼은 크고 아름답다는 것을 살면서 많이 보고 들었다. 별이 역시 덕이 아재의 사랑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법으로 덕이 아재를 기쁘게 하며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한다.
어느 날, 덕이 아재가 태풍을 대비해 염소우리를 고치려고 양철을 사러 내키지 않는 걸음을 읍내로 옮겼다. 아저씨 몰래 우리를 빠져나온 별이가 위험에 처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온 덕이 아재는 별이가 사라져 찾으러 다니다 소녀도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상태가 더욱더 위중해진 소녀를 들쳐 업고 마을로 향하는 모습에서 덕이 아재가 다시 사람들 속에 섞이게 되리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결말에 마음이 놓였다.
그저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얇은 책 속에서는 덕이 아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만한 소통의 문제, 분단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이산의 고통, 주변 사람들의 불신으로 인한 벽까지 더해서 남은 가족들이 당하게 되는 모멸감과 아픔까지 그려주고 있어 숙연한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