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현대어로 기술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원전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탈리아어조차 버거웠던 저자에게는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집필을 끝냈을 당시에는 르네상스가 끝나가던 시기였기에 라틴어로 저술했을 것이라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대 저명한 사상가들이나 저술가들이 라틴어로 글을 쓰고, 저서들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p. 10) 그럼에도 <군주론>이 보다 널리 읽히게 된 계기는 라틴어 판본보다는 코스카나어로 쓰인 판본이라고 추정된다. (...) 이 책에서 사용된 원본은 토스카나어로 작성된 판본이며,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위해서 국가편집본을 참조했다. (p. 11)
토스카나어 원전 번역의 어려움과 누구나 느끼는 한국어 용어 선택의 문제는 저자에게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번역 과정에서 저자는 몇 가지 원칙과 기준에 의해 번역을 진행했다.
첫째, 이탈리아어 판본이 아닌 토스카나어 판본으로 번역을 진행한다는 원칙이었다.
둘째, 기존 번역서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탈리아에서의 연구 경향과 해석을 중심으로 해설 부분을 덧붙이고자 했다. (...) 기존 번역서들이 주로 취하고 있는 영미 계열의 마키아벨리 번역과 해석에 연연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다.
셋째, 토스카나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문맥과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한국적인 사고에 더욱 적합할 수 있는 윤문 번역을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용어 선택의 문제였다. 이 문제는 여전히 기존 번역서에서 지속해서 논란과 논쟁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자질이나 역량 등으로 번역되는 비르투virtu나 행운, 운명, 여신 등으로 번역되는 포르투나fortuna등의 용어는 한국어로 번역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오류 가능성으로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았다. (p. 12, 13 에서 일부 발췌) -서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