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한 번쯤 절 여행을 떠난다면
김영택 지음 / 좋은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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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대흥사, 선암사, 부석사, 마곡사, 법주사, 봉정사

우리에게 절은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문화유산으로서 찾아가보게 되고 자연과 함께 있는 위치적 특성상 어느 정도의 힐링을 하고 오게 되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즐기진 않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의 그 유구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절 여행'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에겐 늘 관심이 가곤한다.

삼십여 년 넘는 세월 동안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하고 서예를 쓰고 불교 공부를 했다. (...) 불교 공부를 하며 절을 찾아다니고 싶었다. (...)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판 글씨가 보이고 오래된 옛 절에 배어 있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다. (p. 4) 개별 사찰에 전해오는 이야기나 전각과 관련된 불교 사상, 현판 및 주련에 대해 알고 싶어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떠오를 생각들을 덧붙였다. 이 책은 그 즐 거운 여정을 묶은 것이다. (p. 5) -시작하며 中-

이 책은 서예와 불교를 배우는 저자의 여행기인 셈인데, 내가 만약 절여행을 간다면 알아두고 가면 좋을 법한 절여행 상식들이 쏠쏠한 책이기도 하다. 일단 책속에 등장하는 절들이 대중에게 친숙한 큰절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영축산 통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두륜산 대흥사, 조계산 선암사, 태백산 부석사, 태화산 마곡사, 속리산 법주사, 천등산 봉정사 모두 한번쯤 들어봄 직한 절들이 아니던가.

절이라고 할 때에는 최소한 불·법·승의 삼보가 갖추어져 있는 곳을 말한다. 그러므로 절이란 불교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세 가지 보배를 모신 곳이다. 그래서 모든 절을 대표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봉안한 통도사는 불보를 상징하는 절,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는 법보를 상징하는 절, 고려 시대에서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를 상징하는 절로 지정하였다. (p. 11)

이 책의 챕터는 크게 두 개로, 삼보에 귀의하는 절 과 세계 유산으로 빛나는 절 로 나뉜다. 세 가지 보배를 모신 절들이었구나...통도사, 해인사, 송광사가... 그중에서도 통도사는 '큰 절이자 절 중의 종가집 (p. 12)' 이라고 한다. 아하 통도사가 종가집 같은 절이었구나~

그런데 의문이 좀 드는 구절이 있었다. '통도사는 선원, 강원, 율원을 갖춘 곳이기에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와 함께 맨 처음 총림으로 지정되었다. (p. 14)' 라는데, 통도사와 해인사는 보유한 보배가 물성 있는 것이라 그렇다 치자. 송광사의 보배는 결국 스님들이란 건데, 송광사가 비구 스님들의 대표 절이라면 수덕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대표 수행처로 알고 있기에, 총림으로 함께 지정될 정도의 인정을 받았음에도 세 가지 보배를 모신 곳으로 송광사와 함께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이 좀... 더구나 '비구에게는 250가지, 비구니에게는 348가지의 지켜야 할 계가 있으니 (p. 17)' 라면서 더 많은 계를 지며야 할 비구니 절은 왜 삼보사찰로 치지 않는가... 진신사리의 통도사, 팔만대장경의 해인사, 승보의 송광사와 수덕사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저자의 잘못은 아니다. 불교계에서 그렇게 정리한 것일 테니...

사찰에서 불보살을 모신 곳을 법당이라고 한다. 어떤 부처님을 봉안했느냐에 따라 법당의 이름을 달리 부른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법당을 대웅전, 비로자나불을 모신 곳을 대적광전으로 부르는 식이다. 그런데 부처님을 봉안하지 않은 법당이 있다. 그곳을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적멸보궁에는 불상 대신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 진신사리가 바로 부처님이기 때문이다. (p. 19)

적멸보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후에 나온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기에 열반을 의역한 '적멸'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이기에 '전'보다 격을 높여 '궁'이라고 하고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을 더해 '보궁'으로 불렀다. (p. 20)

책을 읽다보면 각 절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사찰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궁궐관련 책을 읽을 때 궁궐 안의 건물들에 나름의 '급'이 있어서 전당합각재헌루정 이라는 순서로 그 중요함을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고 했었는데 절에는 건물 최고금의 '전'보다 더 위인 '궁'이라는 새로운 건물명이 있었구나~

'여여'는 [금강경]의 '여여부동'에서 따왔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한결같이 여여하여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p. 40)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경전이 함께 중국에 들어오자 경전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체계화시키면서 경전을 단계적으로 구분하였다. 그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화엄경]이나 [법화경] 또는 [금강경]을 중심에 놓고 다른 것을 하위 개념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교상판석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서로 분별하여 해석한 것이다. 교상판석에 따라 경전을 해석하여 체계를 세우며 중심 경전을 무엇으로 세우느냐에 따라 화엄종·천태종·선종·정토종 등의 종파가 형성되었다. (p. 49)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보도 쏠쏠하고~

바람이 불어 풍랑이 거칠게 일던 바다에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잔잔해지면 달빛이나 산 등 삼라만상이 그대로 해면에 나타나 그 모습이 마치 바다(海)에 도장(印)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해인(海印)이라 한다. (p. 50)

뒷간을 해우소라고 최초로 이름을 붙인 사람은 통도사 극락암에 오랫동안 주석했던 경봉스님이다. 그는 6·25전쟁이 끝난 후 극락암의 변소 이름을 새롭게 지었다. 소변을 보는 곳을 휴급소(休急所), 대변을 보는 곳을 해우소(解憂所)라고 개명했다. (...) "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걱정을 버리면 그것이 바로 도를 닦는 거야" (p. 168)

절의 유래나 역사 혹은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현판과 주련은 대부분 읽기 어려운 한자로 쓰여 있다. 현판은 전각의 이름이기에 유추해서라도 읽을 수 있지만 주련은 행서체나 초서체로 이해는 고사하고 읽기조차 어렵다. 설사 읽었다 하더라도 뜻을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주련은 원래 궁궐이나 양반집 기둥에 걸려 있던 것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사찰 전각 기둥에도 걸어 놓기 시작했다. 불교가 전통 민간신앙을 흡수하면서 산신각, 칠성각이 생긴 것처럼 주련도 유교문화가 불교문화 속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아도 될 듯싶다. 사찰 주련은 나무판에 불교 시구인 게송을 새겨 사찰의 기둥에 걸어 놓은 것을 말한다. 주련의 내용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해당 전각과 관련 내용을 쓴다. (p. 70)

저자의 취미가 서예이니만큼 절 이야기 중에서도 현판과 주련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이다. 현판을 언제 누가 뭐라고 썼는지부터 관련 인물의 이야기 더불어 불교적 사연까지, 절에 가면 흔하게 보던 그 한자들이 알고보면 이런 이야깃거리들을 품고 있었구나 싶어져서 다음에 절에 가게 된다면 안내문을 좀더 세세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가 여행하듯 다닌 절 이야기들이니만큼 사진도 많았는데 송광사 불일암(p. 110) 사진을 보고 궁금점이 생겼다. 서울에 있는 길상사에 가도 똑같은 모습의 전각과 똑같은 (법정 스님이 앉곤 하셨다는) 나무 의자가 있는데 둘이 왜 똑같은 것인지 설명이 없어서;;; 나중에 송광사든 길상사든 다시 가게 되면 좀더 꼼꼼이 살펴봐야 겠다.

의아함이 생긴 사진도 있었다. 대흥사 일지암(p. 141) 사진을 보면 그냥 초가집처럼 보이는데, '<일지암>현판이 걸려 있는 초정(草亭)은 다인들이 뜻을 모아 복원했다. 옛모습을 살리기 위해 여수에 있던 고가의 목재를 가져와 지었다. (p. 140)' 라니... 초정, 결국 초가지붕 정자인건데... 고가의 목재를 가져와 복원했다라... 흠... 굳이?;;; 불교의 정신에도 그닥 적당하지 않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는;;;

여행기이니만큼 읽다보면 가고 싶은 장소들이 종종 생겼는데 그중에서도 부석사에 가보고 싶어졌다. 오래전에 다녀오긴 했었는데 그땐 문화유적지 관람삼아 그 유명한 무량수전만 보고 왔었더랬다. 그런데 부석사에 깃든 사랑이야기가 있었다니. 선묘각과 부석을 보고 싶어졌다. 부석이 '뜬 바위' (p. 197) 그 의미였다는 점도 새삼 재밌고.ㅎ

세계 유산에 등재된 사찰은 양산 영축산 통도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영주 태백산 부석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안동 천등산 봉정사다. (p. 114)

관세음보살이 있는 곳을 산스크리트어로 포탈라카라고 한다. 포탈라카는 인도 동남쪽 해안가에 있는 산이다. 포탈라카는 한자로 음역하여 보타락가라고 한다. 보타락가가 산이기 때문에 보타락가산으로 부른다. 줄여서 보타산, 낙가산, 낙산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 중 하나인 양양 낙산사 절 이름도 보타락가산을 줄인 낙산에서 따왔다. 보타락가산이 해안가에 있듯이 우리나라 관음성지인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강화 보문사도 해안가에 있다. (p. 162)

바닷가에 있어 그런가 관음성지들을 다 가보았네?! ㅋㅎㅎ 삼보사찰이라 불리는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까지는 알았는데 세계유산에 등재된 7개의 사찰 중엔 생소한 절 도 있었다.다른 절들은 가봤었는데... 대흥사, 마곡사, 봉정사 는 다음 기회에 가보는 걸로. ㅎㅎ. 그땐 이 책을 들고 가서 현판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절을 찾아다니며 절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책을 읽는 것 같다. 절에는 오랜 기간 이곳에서 수행하거나 드나들었던 사람들의 삶과 예술이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일주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절 순례는 절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p. 265)

여행하듯 가볍게 읽히는 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른 책들 사이에 쉬어가듯 읽기 좋은 역사이야기책이었다. 책에서 언급되는 절들이 워낙 크고 유명한 한국의 대표절들이다보니 책 제목 처럼 '내 생애 한 번쯤 절 여행을 떠난다면' 이 책속의 절들 중 한 곳이 될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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