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실천이성비판 -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박정하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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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 철학의 완성자, 칸트

근대 철학의 기초를 닦은 저작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내가 참 좋아하는 시리즈다.

제목을 들으면 알법한 철학고전들, 하지만 완독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 철학고전들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철학고전에 대한 입문서로 아주 제격인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읽을때마다 저자들에게 어찌나 감사한 마음이 들던지. ㅎㅎ

그렇게 거치고거쳐 칸트까지 왔다. wow 내가 (비록 입문서이긴 하나) 칸트 철학에 대한 책을 읽게 될 줄이야!

흔히들 하는 말을 빌리자면 칸트의 철학은 서양 철학사의 중앙에 자리잡은 가장 큰 저수지이다. 칸트 이전의 철학은 모두 칸트로 흘러들어갔고 칸트 이후의 철학은 모두 칸트로부터 흘러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약간의 과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정하기도 힘든 평가이다. 여하튼 칸트가 철학의 전 영역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최초의 '프로'철학자이며 철학 사상의 한 시대를 연 위대한 철학자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실천이성비판]은 칸트의 책 중에서도 계몽주의적 완성자이며 철학의 모더니티를 성숙시킨 칸트 철학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칸트 윤리학의 내용이 집약된 책이다. (p. 4)

칸트 철학서의 대표작은 [순수이성비판] 과 [실천이성비판] 이다. 원작도 마치 소설의 상,하권 느낌처럼 순수이성비판이 상권이라면 실천이성비판이 하권 같은 느낌인데, 소설도 두껍고 어려운 책은 앞에 권만 읽고 뒤에 권은 손도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칸트의 책도 순수이성비판에 비해 실천이성비판은 약간 홀대받는 느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칸트 본인이 하고자 했던 일, 즉 새로운 형이상학, 요즘 말로 하자면 새로운 철학을 확립하는 일에서 보면, [순수이성비판]은 예비 작업이자 중간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고 [실천이성비판]이 자신의 새로운 철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여기서 얻은 내용을 디딤돌로 하여 칸트는 자신의 실천 철학을 더 본격적이고 구체적으로 넓혀나갔기 때문이다. (p. 5)' 따라서 칸트의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실천이성비판]에 꼭 입문해야 한달까. ㅎㅎㅎ

책의 구성은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동일하다.

학자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장과 인생 배경을 알아야 할 터 1부는 칸트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고, 2부에서는 [실천이성비판]이라는 이 책의 주요 화두에 대해 요약 설명한 다음 3부에서 곁들여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나는 늘 그랬듯 1부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는다.

[순수이성비판]의 진정한 의도는 철학을 올바르고 확실한 길에 올려놓으려는 것이었다. (...)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진정한 도덕의 체계를 제시하려고 했다. (...) [판단력비판]을 통해 미의 문제와 자연의 목적론을 다루면서 비판철학의 체계를 완결한다. (p. 17)

칸트의 비판철학은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비판하여, 오랫동안 계속된 근대 철학의 논쟁과 대립을 종합함으로써 근대 자연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밝혔다. 그리고 유럽 사상계는 칸트의 출현으로 일대 혁명기를 맞아 피히테, 셸링, 헤겔에 이르는 독일 관념론을 낳았고 이후 신칸트학파를 거쳐 현대에 이르도록 철학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p. 20)

칸트의 대표저작은 위 3비판서 라고 한다. 이 3비판서로 칸트는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라고 불리게 되었다. 칸트는 평생동안 학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지만 그는 태어난 곳 쾨니히스베르크(현재의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를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다른 곳에서 초빙의 기회가 왔어도 거절했다. '그는 고향에서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내면서 자신의 철학을 발전시키고 완성해가기를 더 원했다. (p. 16)' 고는 하지만 글쎄... 세계적 사상들을 아우르는 철학을 세우고자 한 사람이 평생 한곳에서만 지냈다는 것이 약간 우물안개구리 처럼 느껴지는 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칸트는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라고 불리는데...흐음...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이렇게 두 개의 이성이 등장해서 칸트가 이성을 왜 둘로 나눈 것인지 궁금해진다. 둘은 다른 것인지 같은 것인지, 같다면 왜 이름을 달리 쓰는지 등이 궁금해진다. 결론적으로 말해 두 이성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름을 둘로 나누어 달리 부를까?하나의 이성이 서로 다른 관심과 영역에서 사용되면서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성은 이론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실천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 하나의 이성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앎의 가장 근본적 틀과 원리를 제공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의지가 선을 추구하도록 규정해주는 전혀 다른 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이성의 두 기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탐구할 수밖에 없다. 이 중 첫째 과제를 [순수이성비판]에서 탐구했고, [실천이성비판]에서는 둘째 과제를 탐구한 것이다. (p. 28,29,30)

이성이란 단어에 대해 쉽게 생각하자면 사고력, 판단력, 인식력 뭐 이런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아주 초보적으로 이해하자면 순수이성비판은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과 주체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실천이성비판은 그런 이성이란 능력이 인간을 어떻게 행동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행동하게 만드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지 등의 행동력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려나...

'[순수이성비판]은 형이상학을 튼튼하게 성립시킬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의 인식 능력, 앎의 능력, 다시 말해 이성의 이론적 능력 자체를 비판해본 작업이었다. (p. 31)'

'[실천이성비판]은 이성의 실천적 사용에 접근함으로써 어떻게 실천 이성이 의지를 규정하여 우리가 의무를 지키게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p. 37)'

칸트는 이러한 이성비판들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윤리학에 대해 고민한 것 같다. 그런데 '칸트는 도덕 법칙을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것으로 본다. (p. 79)' 이러한 측면에서 '실천이성'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되고 그렇게 '자율적으로 도덕법칙을 지킬 때 정말 인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p. 80)' 고 자신의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성적 비판을 완성하지만 문제는 그런 '인간다운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인간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남는 것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더욱 큰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이러한 철학의 종착역이 칸트에게는 종교인것 같다는 점이...

종교는 바로 순수한 실천적 이성 신앙이다. 최고선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의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이 선택에서 순수 실천 이성의 자유로운 관심은 현명한 세계 창조자를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 판단을 규정하는 원리는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객관적으로 실천의 차원에서 최고선을 추구하기 위핸 수단으로 도덕적 의무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실천적 이성 신상이다. 이 순수한 실천적 이성 신앙을 명령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 의지에 의한 것으로서, 신의 실존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성 사용의 기초에 두도록 하는 도덕적 마음씨에서 저절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성 신앙과 관련해서 건전한 사람도 가끔은 동요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무신앙에 빠질 수는 없다고 칸트는 생각한다. (p. 178)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무종교자로서 칸트의 위와 같은 결론은 조금 당혹스럽다. 나는 스스로 건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신앙자에 가깝다보니 나의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 할꼬... ㅎㅎㅎ

하지만 칸트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철학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 겠다고 깨달은 점이 있었으니, 철학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의문이 생기고 답답해지고 이제 어떡해야 하나 싶어지는 그럴때 철학을 찾게 되지 않나? 하지만 막상 철학서를 읽어보면 철학은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을 줄 뿐 미래에 대해선 한마디도 해주지 않는다. 칸트만 해도 그동안의 철학들을 아우르며 그시대가 왜 그렇게 됐는지 그시대의 인간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려고 탐구하고 그 탐구결과로 이해완료! 하고 끝냈을 뿐... 앞으로 이렇게 해야한다라느니 미래는 이렇게 될 것이라느니 하는 전망같은 건 없다. 그러니 삶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하여 성급한 마음으로 철학서를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철학이란 지금,여기,나 에 대해 좀더 학문적으로 분석해줄 수는 있으나 답을 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 역시 좋았다.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는 역시 <EBS 오늘 읽는 클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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