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6월 10일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페스트>가 출간되었을 때 서른네 살의 작가 카뮈는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는 광범하게 알려지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여러 면에서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p. 445)
첫 구상에서부터 마지막 결정고의 마무리까지 7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소요된 작품이 <페스트>다. (p. 447)
사실상 <페스트> 착상의 기폭제가 된 것은 이듬해 9월에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볼 수 있다. (...) 작품의 1부에서 페스트 상황임이 공식적으로 선포되기까지 아무도 그것이 페스트임을 단언하지 못한 채 그 '부조리한 사건'을 불신하거나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분위기는 전쟁 발발 초기의 그것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p. 449)
카뮈는 장차 이 소설을 구상하는 과정에 있어서 톨스토이, 다니엘 디포, 세르반테스와 더불어 현실 경험의 신화적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주요한 모범으로 삼게 될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정독하고 노트를 한다. 멜빌은 카뮈의 창조를 상징과 신화의 차원으로 승격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p. 453)
'연대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페스트라는 질병의 육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고통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산출해낼 수 있는 작품의 '상징적'의미는 훨씬 광범위하고 다양한 동시에 보편적인 것에까지 확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체 5막으로 이루어진 고전 비극처럼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단 하나의 장으로 된 짧은 3부를 중심으로 해서 비교적 길이가 긴 앞의 1, 2부와 뒤의 4, 5부가 대칭을 이루는 균형 잡힌 형식을 갖추고 있다. (p. 461)
같은 아파트에 사는 그랑과 코타르의 관계는 <이방인> 속에서 역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뫼르소와 레몽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빛과 어둠처럼 서로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p. 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