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철학 입문 -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2
토마스 렌취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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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철학, 그 경계를 넓히다

짧지만 강력한 20세기 철학 안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 말을 바꿔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철학을 논하지 않는 시대에 희망은 없다 라고.

역사란게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온 이력이고 그 시간들엔 인간들의 판단이 있었다. 역사를 만든 그 판단들의 근본에는 무엇이 있었나? 철학이 아니었을까? 격변하던 시대마다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었고 그 시대정신은 철학의 산물이었다. 철학을 말하지 않는 이 시대에 <20세기 철학 입문>은 어떤 의미를 줄지 궁금했다.

현대는 기술, 사회, 과학의 획기적 혁신과 유례없는 파괴를 동시에 경험하며 발전했다. 이 책은 20세기를 거치며 한편으로 치우치고 세분화된 비판적 성찰들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생산적으로 서로 결합하여 상호 보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p. 5) 이를 통해 우리는 극단적 상대주의나 합리성의 자기 파괴적 형식에 매몰되는 대신 특정 학파의 강제에서 벗어나 모든 비판적 성찰과 접근법을 구성적으로 배울 수 있다. (p. 6) -서문 中-

철학은 어렵다. 특히나 현대철학은 철학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나름 심플했던 고대철학에서 시대를 거쳐 점점 세분화되고 고도화되어 이제 갈래를 다 잡을 수도 없어 보이는 현대철학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이 책은 일단 작고 얇다. 그래서 감히 용기를 내어 현대철학책을 손에 들 수 있었다. 이렇게 작고 얇은데 책속에서 20세기 철학자들을 대부분 거론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 어려운걸 저자가 해냈다. 현대철학에 대한 제대로 된 겉핥기?!

20세기 철학의 출현과 발전을 이해하려면 먼저 철학의 밖을 살펴야 한다. 19~20세기에 철학 외적으로 어떤 중요한 모색과 성과들이 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야 한다. 근본적 변혁과 급진성은 이 시기 사유의 특징이다. 사회와 문화, 기술, 과학, 개인의 자기 이해가 때로는 극단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p. 9)

앞서 잠깐 말했듯이 그래서 역사와 철학은 따로 떼어 말할 수 없다. 역사적 사건이 시대적 철학을 논쟁시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사와 철학은 서로 문답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20세기 철학은 실존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 프래그머티즘의 언어분석과 논리적 개념 분석 없이, 문명 비판이나 도덕 비판, 저인분석, 상대성 이론 없이 이해될 수 없다. (p. 9)

20세기 철학에서 과학사의 과정은 특히 중요하다. 철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출현한 이래로 꾸준히 개별 과학들, 예컨대 물리학이나 정치학, 경제학, 동물학 등이 철학에서 분리되어 나왔는데,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분리된 것이 심리학과 사회학이다. 두 개별 과학의 분리는 현대의 이행에서 심오한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우선 인간은 스스로 실증적 탐구 가능성과 함께 점점 더 사유와 과학의 중심에 선다. (p. 26) 철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이 분리되면서 현대 철학은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 철학은 심리학과 사회학의 연구로 그 위상이 바뀔 때마다 자기 성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p. 29)

역사가 발전하면서 학문의 갈래로 다양해졌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을때 그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철학적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철학은 인간의 삶과 늘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다. 그 철학이 아무리 분화되고 다양해져도 중요한건 어쨌든 여전히 철학은 '인간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아주 크게.

에드문트 후설(1859~1938)이 창시한 현상학은 오늘날 까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20세기 철학 사조 중 하나다. (p. 43) 현상학은 세계의 모든 현상을 그것이 무엇이든 그 본질을 제한 없이 분석하는 새로운 철학 방법론이다. (p. 44)

실존철학과 실존주의는 20세기 철학에서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p. 77)

해석학은 이해의 학설이다. (...) 이해하는 기술로서 해석학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묻고 대답하는 대화 구조를 갖는다. 질문을 통해 항상 새롭게 전승되며 이는 우리가 전통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p. 92)

20세기 세계 정치의 발전은 마르크스의 분석과 비판적 마르크스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형식으로 동유럽의 정당화 이데올로기가 된 역사결정주의의 정통적 형태로 변모한다. (p. 104)

20세기 후반 실천철학과 정치철학, 법철학, 사회철학에서 상당한 진보와 혁신적 기획이 이루어진다. (p. 151)

구조주의는 사회철학적 그리고 타당성 추구의 해석학적 차원에서 당시의 의식철학과 인식론적 주관주의를 배제한다. (p. 169)

프랑스에서는 들뢰즈, 리오타르, 데리다와 같은 철학자들이 현대성의 전통을 의심하고 곧바로 강령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통고함으로써 상대주의와 보편적 진리 주장의 철회를 추구한다. 이 새로운 시대는 방법적으로 현대에서 성공적이었던 방법론, 특히 프랑스에서 지배적이었던 구조주의와 결별을 요구한다. 그 결과 후기구조주의가 뒤따르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문화적 유행으로 번지는 동안 거의 모든 고전적 패러다임은 종말이나 몰락, 죽음을 고하게 된다. (p. 179)

20세기 후반 철학 학파의 방향은 국내 및 국제 차원에서 세분화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고대 철학, 형이상학, 초월철학, 변증법적 전통의 고전적 사유는 체계적으로 다시 이어지며 재구성되고 변형된다. 현상학, 해석학, 언어철학은 서로 관련을 맺으며 전통 철학적 계획의 생산적·혁신적 해석과 습득에서 입증되는 새로운 사유를 형성한다. (p. 186)

부제인 '후설에서 데리다까지'에서 알수 있듯이 저자는 20세기 철학을 후설에서 데리다까지의 흐름으로 간략하게 소개한다.

간략하긴 하지만, 중심적 학자들과 그 학자들 사이사이에 있었던 크고작은 굴곡들을 빠짐없이 소개한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은 때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던건 나름대로 현대철학의 흐름에 대한 개요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철학 입문>은 이런 의미에서 우선 19세기의 몇몇 중요한 철학자 및 학파(키르케고르와 니체, 신칸트학파와 마르크스)와 철학 외적인 새로운 개별 학문(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아인슈타인의 이론, 사회과학)의 출현과 함께 20세기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 러시아혁명과 냉전시대, 소비에트 붕괴와 세계화 등 여러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은 철학적 사유와 다양한 학파의 생성을 중심으로 20ㅅ기 철학을 기술한다. 그리고 저자는 20세기 철학에 관한 새로운 의미 연관의 제시로 앞으로의 철학을 생산적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p. 203) -옮긴이의 말 中-

역자는 '저자의 의도와 기대가 타당하다면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20세기 철학 입문>은 철학적 지식을 다양하게 '빌드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여 흥미 있는 지적 모험의 길에 들어서게 할 것이다. (p. 205)'라며 저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철학이 논의되지 않는 시대에 그 희망과 기대가 어느정도 현실성을 가지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철학이 없는 시대에 사는 인간은 불행하다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늘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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