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역사 -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윌리엄 바이넘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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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인간과 자연세계를 통찰하고 방대한 과학의 발전과정을 읽는다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나오는 역사교양서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더 좋다라는 말처럼 이 시리즈는 일단 보기에 좋다. 일관된 디자인과 단단한 하드커버가 역사교양서로서의 중후함을 그야말로 멋드러지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술술 읽히는 가독성 높은 역사교양서로서의 매력도 충분했다. 그래서 세계종교의 역사를 시작으로 철학의 역사, 고고학의 역사, 언어의 역사, 시의 역사 까지 나오는데로 매번 찾아 읽었고 이어서 최근작인 <과학의 역사>까지 당연스럽게 읽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냈겠지만 3,000년 전에 세계를 깊이 탐구한 사람들도 우리만큼이나 현명했다. 대부분 '과학'이라고 하면 실험실의 현미경이나 시험관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 그런 내용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과학은 마법, 종교, 기술과 함께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과학은 매일 아침 일출을 보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화학 원소를 발견하는 것만큼 복잡한 일이기도 하다. 마법은 별을 보며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기도 하고, 검은 고양이가 지나간 길을 피하는 것처럼 미신이라고 부르는 일이기도 하다. 종교는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일이기도 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술은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컴퓨터를 발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학, 마법, 종교, 기술은 인도나 중국, 중동 전역에 걸쳐 강 유역에 정착한 고대 사회에서 활용되었다. (p. 9~10)

고대의 모든 학문은 강유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의 모든 삶이 강유역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당연히 삶에서 탐구된다. 따라서 과학은 당연히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새로운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과학은 좋아도 역사는 싫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학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달까.

고대의 사람들은 당연히 지금의 '우리만큼이나 현명했다.' 고대문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남겨진 기록에 의해서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권력자였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다. (p. 15)' 는 점을 모든 역사읽기에서 늘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역사읽기는 '관점'이 중요하다. 누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지극히 영국중심적인 과학사였다.

'과학의 역사'이지만 이 책은 과학사를 세계사적으로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는 것으론 보이진 않았다. 특히나 고대의 과학사에 대한 입장은 서양 이외의 지역에서 발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소략하면서 서양 특히 영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세세하달까. 그리고 과학사 치고는 의학관련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아마도 저자의 주전공이 의학이어서 그런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연관성이겠지만. 어쨌든, '인도와 중국의 전통 의학은 지금까지도 서양 의학과 서로 경쟁 관계이지만, 과학은 다르다. 인도와 중국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동료들과 동일한 아이디어와 도구, 목표를 갖고 연구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이제 '과학'이라고 하면 서양에서 발전한 보편적인 과학을 의미한다. (p. 25)' 라는 문장에서 읽혀지듯이, 저자에게 세계사적 과학사는 서양사적 과학사이다. 저자에게는 이또한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히포크라테스에 이어 로마의 갈레노스에 대한 이야기를 꽤 집중적으로 풀어놓은 것은 아마도 '갈레노스는 인간의 생명에서 혈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약 1500년 후에 윌리엄 하비가 발견한 것처럼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p. 55)' 라는 한 문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연히 눈치챘겠지만 윌리엄 하비는 영국 사람이다. 이러한 서술태도는 이 책 내내 유지된다. 대부분 영국의 과학사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가끔 다른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면 그건 모두 뒤에 나올 영국과학자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가 전부 알려졌다고 생각한다면 과학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다른 사람이 발견한 사실을 이해하기만 해도 최고의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76년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에서는 이처럼 시대에 뒤쳐진 관점이 일반적이었다. (p. 62) 700년 전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이 항상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된 완벽한 체계를 선호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른 고대 대가들의 저서를 취합하여 거대한 완전체로 통합하면서 지금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만한 책을 집필했다. '모든 것에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말은 이 시대의 신조와도 같았다. 그러나 각자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 67)

그렇게 새로운 수수께끼를 푼 주역들이 이렇게 영국에 몰려있었는 줄 몰랐네;;;

앞서 언급한 윌리엄 하비는 의학사에 금자탑을 세웠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과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사고체계인 과학관을 성립했다. 1662년 런던왕립학회 설립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영국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세계사적?! 과학사가 펼쳐진다. '뉴턴 혁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해주었다. (p. 144)' 본격적인 (영국적 과학사의) 시작은 뉴턴이었는데 그의 과학이 '혁명'이기까지 했었던가...;;;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p. 129)' 라는 뉴턴의 말처럼 모든 새로운 발견과 발명에는 앞선이들의 무수한 포석들이 다져놓은 결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턴만큼 기분 나쁜 사람 (p. 126)' 이라고 돌려까는 척 하면서 '뉴턴혁명'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낸 저자는 초지일관 영국적이다. 린네는 다윈을 위해서 패러데이는 맥스웰을 위해서 언급하는 듯 하고 딱히 마땅한 영국과학자가 없으면 새로운 과학적 발명과 발견을 과학사적으로 뭉뚱그려 풀어낸다. 그러다가 적당한 영국과학자다싶으면 '찰스 라이엘은 현대 지질학의 창시자와 같았다. (p. 203)' '물리학에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있다면, 생물학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있었다. (p. 214)' '러더퍼드는 오늘날 핵물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p. 258)'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만들어져 사용된 원자폭탄은 이 연구의 결과였고, 채드윅은 프로젝트의 영국 측 책임자였다. (p. 262)' 라며 잘 알건 모르건 영국과학자를 강조한다.

아무리 영국과학자 중심적으로 과학사를 풀어낸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중요하게 등장해야 할 인물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이야기해야 할때면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계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성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p. 278)' 라며 부족했던 부분을 강조한 후 '폴 디랙, 이 종잡을 수 없는 영국인은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나 다름없었다. 디랙이 집필한 책은 30년간 양자역학 분야를 이끌었다. (p. 280)' 라고 기어이 영국과학자로 끝맺곤 했다. 멘델이 아무리 중요한 발견을 했어도 '멘델학파는 케임브리지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이 이끌었다. 그는 '유전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p. 294)' 가 더 중요한듯, 인간 연구에 있어서도 영국의 과학은 빠질수 없으니 '영국의 해부학자 에드워드 타이슨, 그만큼 침팬지를 자세히 관찰한 사람은 없었다. (p. 301)' 를 굳이 언급하고... 페니실린이라는 중요한 약도 '영국으로 망명한 (p. 312)'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므로 더 중요한듯 쓴 것처럼 읽었다면 내가 과민한 것일까;;;

과학은 이유가 아니라 방법을 다룬다. 여느 과학 분야에서처럼 물리학자와 우주론자 중에도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공존한다. 과학은 이러해야 하며, 관용의 분위기에서 가장 많이 발전할 수 있다. (p. 346)

이 짧은 책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든 과학이 그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동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날카롭게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남긴 생각과 글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 (p. 353)

영국의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항해시대라는 정복으로 얻어진 배경이 있었다. 그것이 영국 국내적으로는 관용이라면 관용이랄 수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과학사가 영국이 융숭하게 발전하던 시대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또한 그 배경 덕일것이다. 따라서 영국 국내적으로는 이 책이 그들이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글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이 아닌 나라에서 특히나 서양이 아닌 나라에서 이 책이 세계사적인 '과학의 역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영국사적 '과학의 역사'로 읽는다면 이 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과학과 철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며 수많은 과학의 세부 분야 속 중요 사건과 인물을 추려내여 종합하는' 그리하여 '깔끔하고도 유려한 글솜씨를 겸비'한 저자가 '40개의 서로 다른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 책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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