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모든 학문은 강유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의 모든 삶이 강유역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당연히 삶에서 탐구된다. 따라서 과학은 당연히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새로운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과학은 좋아도 역사는 싫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학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달까.
고대의 사람들은 당연히 지금의 '우리만큼이나 현명했다.' 고대문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남겨진 기록에 의해서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권력자였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다. (p. 15)' 는 점을 모든 역사읽기에서 늘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역사읽기는 '관점'이 중요하다. 누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지극히 영국중심적인 과학사였다.
'과학의 역사'이지만 이 책은 과학사를 세계사적으로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는 것으론 보이진 않았다. 특히나 고대의 과학사에 대한 입장은 서양 이외의 지역에서 발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소략하면서 서양 특히 영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세세하달까. 그리고 과학사 치고는 의학관련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아마도 저자의 주전공이 의학이어서 그런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연관성이겠지만. 어쨌든, '인도와 중국의 전통 의학은 지금까지도 서양 의학과 서로 경쟁 관계이지만, 과학은 다르다. 인도와 중국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동료들과 동일한 아이디어와 도구, 목표를 갖고 연구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이제 '과학'이라고 하면 서양에서 발전한 보편적인 과학을 의미한다. (p. 25)' 라는 문장에서 읽혀지듯이, 저자에게 세계사적 과학사는 서양사적 과학사이다. 저자에게는 이또한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히포크라테스에 이어 로마의 갈레노스에 대한 이야기를 꽤 집중적으로 풀어놓은 것은 아마도 '갈레노스는 인간의 생명에서 혈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약 1500년 후에 윌리엄 하비가 발견한 것처럼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p. 55)' 라는 한 문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연히 눈치챘겠지만 윌리엄 하비는 영국 사람이다. 이러한 서술태도는 이 책 내내 유지된다. 대부분 영국의 과학사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가끔 다른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면 그건 모두 뒤에 나올 영국과학자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