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 -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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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100인<포린폴리시>'세계100대사상가'

이 시대 최고 석학이 밝힌 인간 사회 진화의 청사진

"우리는 서로 돕고 배우고,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블루프린트'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이 직관적인 단어를 검색해보니 '청사진'이라고 나왔을 때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영알못의 비애란 단어 뜻 그대로의 해석도 믿지 못하고 일단 검색부터 하게 된다는 ㅠㅠ

'청사진'이라는 단어는 무언가의 지향점, 계획표, 이상향 등의 의미로 전달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 사회 진화의 청사진' 을 줄여서 '청사진'이라고 제목을 지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제에서 원제와 약간 차이가 있다. 원제의 부제는 'THE EVOLUTIONARY ORIGINS OF A GOOD SOCIETY' 즉 '좋은 사회의 진화의 기원' 인데 한국어판 부제를 보면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이다. 부제는 항상 책의 주제를 담고 있기 마련인데 그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점이 생기곤 하므로 원서와 한국어판 은 그 관점이 달랐달까. 여하튼 제목만으로 내용을 얼추 짐작해보자면, 이기적 인간 투성이로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좋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기원에서부터 갖추어져 있음을 진화적으로 증명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의 본문으로 가기까지는 상당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정재승 박사의 추천 및 해제에 이어 리뷰를 통한 추천사들이 연이어 길게 인용되고 있다보니 본문은 50페이지에 가까워져서야 시작된다. 이 엄청난 칭찬들로 시작하는 이 책이 과연 어떤 책이길래 이토록 찬사를 거듭하고 시작하는 걸까?

약30만년 전 시작된 인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종은 선해지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사랑, 우정, 협력, 학습을 비롯한 여러 놀라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바로 이 능력들이 우리의 운명을 빚어내는 지각판 운동에 해당하는 힘들이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게다가 이 힘들은 모든 인류 집단이 지니고 있다. 모든 인류의 공통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이 선한 힘들이 어떻게, 왜, 출현했으며, 이 힘들이 인류가 마찬가지로 지닌 폭력과 악의 성향을 상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루었다. 이 지식을 활용해 계속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P. 7 -한국어판 서문 中-)

저자는 친절하게도 한국어판 서문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그 인사부터 희망적이다. 성악설 성선설 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성선설 입장이랄까. 하지만 저자의 이 책은 인간 개인의 본성을 성선으로 풀어낸다기 보다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혹은 인간사회의 성선에 대한 본성을 기원적으로 추적하여 풀어내는 책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착하다거나 인간사회는 착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의 특성이 어떤 사회를 추구할때 그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더라 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달까.

인간의 본성과 인류 진화의 궤적을 꿰뚫는 이 책은 탁월한 걸작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바로 집어 들어 읽으시길 강력하게 권한다. (P. 8)

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는 정재승 박사가 나름 자세하고 긴 해제를 덧붙이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서너 줄이면 충분한 '이 책의 소개'에 덧붙여 긴 해제를 사족처럼 다는 이유는 이 책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더 많은 독자가 접했으면 하는 간절하 바람에서다. 묵직한 주제와 책의 불륨감에 압도되어 새로운 개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인간 사회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 틀림없이 매료될 것이다. (P. 8~9)' 라며 그 사족?!처럼 긴 해제를 시작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희망의 메시지' 라는 것이고 '탁월한 걸작' 이라는 것이다. 정재승 박사의 책들을 나름 긍정적으로 읽어왔던 터라 이 정도의 찬사를 주는 책이라면 일단 믿고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비록 600페이지를 넘는 벽돌책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런 정도의 칭찬을 받을 만한 책이었다. '이 책은 좋은 사회에 대한 진화적 '결론'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누게 될 수많은 토론과 실천을 위한 '서론'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갈 '우정과 환대 사회'의 씨앗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심어주시길 부탁드린다. (P. 19)' 정재승 박사의 마무리에 왠지 심쿵했다. 정말 멋진 표현이로고...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개인 선택과 전체 사회 구성 사이의 개념적 간극을 이어주는 선구자다. 그는 시의적절하고 매혹적인 이 책에서 과거 진화에 뿌리를 둔 우리 본성의 더 선한 천사들이 어떻게 깨달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문명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스티븐 핑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저자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시의적절하게 나온 탁월하고 도발적인 역작이다. 나는 책 한 권을 읽고서는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데 크리스타키스는 엄밀함과 박식함을 술술 넘어가는 글솜씨와 결합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저자다.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실험을 포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가득한 이 책은 이 힘든 시대에 희망을 품을 이유를 과학에 근거해 제시한다. - 에이미 추아, <정치적 부족주의> 저자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의 리뷰가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위 두명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을 통해 본 스티븐 핑거의 해결책은 너무 서구백인우월주의적이라 실망스러웠고, <정치적 부족주의>의 분석은 명쾌했지만 희망적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두사람의 분석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결과까지 포괄하여 논리를 전개시킨다. 그 중에는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도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의 비현실성에서도 저자는 나름의 현실적 분석을 찾아내는 것을 보며 그 넓은 학문적 범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엄청난 이력을 보면서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책을 읽어나갈 수록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하는 것을 보면 매번 감탄하게 된다. 여하튼 추천사들을 통해 느껴지는 메세지는 이 책이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인간본성의 연구를 총망라한 통합서 한 권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달까.

나는 이 책에서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더 많으며, 사회는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한다. (p. 44)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을 보는 내 관점,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관점은 공통된 인간성으로 사람들이 하나가 되며, 또 그래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통성은 우리 진화의 기원이 같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즉 이것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p. 46) 이 범문화적 유사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전쟁까지 할 정도로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이토록 비슷할 수 있다는 걸까? 근본 이유는 우리 각자 안에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진화의 '청사진blueprint'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p. 49) 내가 볼 때 너무 오랫동안 과학계는 우리 생물학 유산의 어두운 면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왔다. 부족주의, 폭력성, 이기심, 잔인함의 능력에 말이다. 반면에 밝은 면은 마땅히 받아야 할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이제 나는 이 밝은 면이 왜, 어떻게 우리 본성으로 진화해왔는지 밝히고자 한다. (p. 50)

'진화의 청사진은 어떤 인간을 만드는가' 라는 제목에 머리말에 이어 이 책의 본문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사회, 공동체'라는 1부에서 인간의 DNA에 새겨진 사회성이라는 형질을 통해 다양한 공동체(우연한 공동체, 의도한 공동체, 인공 공동체)에서 어떤 사회가 유지되었는지 그 특성을 분석하고, '사랑, 우정, 관계'라는 2부에서 '결국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이 사랑과 우정과 관계의 진화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적한 후, '유전자, 문화, 진화' 라는 3부에서 이 책이 전하려는 그 '희망의 메시지'를 총괄적으로 증명한다.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는데, 고원에서 옆의 높은 산을 보면 그 산이 높은 줄 모르고 그저 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원에서 내려와 떨어진 평지에서 보면 그 산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고원 위에 올라서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봐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긴 하다. 일에 지칠때 초심을 기억하라는 말처럼, 인간과 사회에 지칠때 저자처럼 인간의 기원을 생각하다보면 '우리 진화 역사의 궤적은 길다. 그러나 이 궤적은 '좋음(선함)'을 향해 위어져 있다. (p. 582)'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의 넘치는 긍정에너지는 이 책의 무거움에 눌리지 않도록 꾸준히 읽게 만들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탄탄한 증거를 제시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지칠 수도 있다. 그럴땐 그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길 추천한다. 이 책은 비교적 미괄식이라 ^^;;; 여하튼 그렇게 찬찬이 읽다보면 그동안 잊고 있던 '청사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희망적인 청사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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