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청사진은 어떤 인간을 만드는가' 라는 제목에 머리말에 이어 이 책의 본문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사회, 공동체'라는 1부에서 인간의 DNA에 새겨진 사회성이라는 형질을 통해 다양한 공동체(우연한 공동체, 의도한 공동체, 인공 공동체)에서 어떤 사회가 유지되었는지 그 특성을 분석하고, '사랑, 우정, 관계'라는 2부에서 '결국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이 사랑과 우정과 관계의 진화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적한 후, '유전자, 문화, 진화' 라는 3부에서 이 책이 전하려는 그 '희망의 메시지'를 총괄적으로 증명한다.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는데, 고원에서 옆의 높은 산을 보면 그 산이 높은 줄 모르고 그저 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원에서 내려와 떨어진 평지에서 보면 그 산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고원 위에 올라서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봐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긴 하다. 일에 지칠때 초심을 기억하라는 말처럼, 인간과 사회에 지칠때 저자처럼 인간의 기원을 생각하다보면 '우리 진화 역사의 궤적은 길다. 그러나 이 궤적은 '좋음(선함)'을 향해 위어져 있다. (p. 582)'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의 넘치는 긍정에너지는 이 책의 무거움에 눌리지 않도록 꾸준히 읽게 만들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탄탄한 증거를 제시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지칠 수도 있다. 그럴땐 그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길 추천한다. 이 책은 비교적 미괄식이라 ^^;;; 여하튼 그렇게 찬찬이 읽다보면 그동안 잊고 있던 '청사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희망적인 청사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