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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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권력의 최정점에서도 유머와 진실의 힘으로,

중세를 끝내고 르네상스 부흥기를 열다.

<돈키호테>저자 세르반테스, 그리고 셰익스피어에게 영감을 준 역작

고전을 이 시대에 맞는 현대어로 번역하면서도 원전을 완역함으로써 그 완성도를 높인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45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고전 시리즈다! 믿고보는 현대지성 클래식!! ^^) 이번엔 라틴어 원전 완역본 <우신예찬>이다. '어리석음의 신' 우신을 등장시켜 그 어떤 신보다 찬양하는 풍자와 해학으로 당대를 신랄하게 꼬집으면서도 책장을 넘길때마다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대표 저작 이다.

당신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독창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거지와 성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냥하고 친절해 어느 때나 누구와도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연설문을 친구가 주는 기념품으로 기꺼이 받아서 읽고 간직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글을 당신에게 헌정합니다. 그러니 이 글은 이제부터 내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입니다. (p. 12) 글이 가볍고 장난스럽다며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은 이런 글을 내가 처음 쓴 것이 아니고, 이미 과거에도 위대한 저술가들이 자주 써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p. 13) 인생의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농담을 허용하면서도 학문에서는 농담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것, 게다가 실없게 들려도 사실은 진지한 성찰로 이끄는 농담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말이지 부당합니다. (p. 14) 다른 사람들이 나름대로 판단하겠지만, 내가 자아도취에 완전히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어리석음을 예찬하되 결코 어리석지 않게 예찬했습니다. (p. 15) 분별력 있는 독자라면 내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것입니다. (p. 16)

- 서문 中 -

'로테르담의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가 친구 토머스 모어에게' 라는 제목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연설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 따라서 책이 내게 말해주는 듯 읽혀지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약간 우스꽝스럽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며 호쾌하게 연설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읽혀지는 책이다. 서문부터 그 발랄함과 당돌함이 느껴지는 듯 한데, 자신은 우신을 예찬할 뿐이므로 분별력 있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어주리라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을 읽고 기분나빠할 누군가에게 마치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덤벼들 건 아니죠?' 라고 미리 당부하는 것만 같다.

작가는 우신이 누구인가 라는 출생?!부터 시작해서 그리스로마적 고대의 신들로부터 계보적으로 엮어내기 시작한다. 우신은 어리석은 신이 아니라 삶에 쾌락을 더해준다며, 우신이 최고의 신이고 우신 없이는 인간의 모든 관계가 유지될 수 없으며 우신을 통해 국가와 영웅 그리고 제도 또한 탄생하고 유지되는 것이라고 예찬을 거듭하는 것을 읽다보면 '세상 뭐 있어 마냥 즐겁게 살자'하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지만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풍자를 읽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학자들은 배고프고, 과학자들은 춥고, 천문학자들은 조롱당하고, 논리학자들은 멸시받아도, 오직 '의사만은 일당백의 몫을 해냅니다.' (중략) 특히 오늘날 너 나 할 것 없이 의사가 되어 행하는 의술이라는 것은 수사학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아부술에 불과합니다. 의사 다음으로 높은 자리는 법률가의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최고 윗자리를 내주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p. 104)

이 구절이 특히 현실적으로 와 닿았는데 그 옛날 부터 의사, 판사 등의 '사'자 붙는 직업들은 이토록 선망의 직종이었나 싶어서. ㅋㅎㅎ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종교에 관련된 내용들이 많았는데 '가톨릭에 만연한 온간 미신들' 같은 경우 우상숭배를 그토록 처벌하던 종교에 이토록 고대로부터 내려온 우상들이 성인들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었구나 싶어서 저절로 쓴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귀족, 예술가 부터 철학자, 신학자, 수도사, 군주, 주교, 추기경, 교황, 사제 등 콕콕 찍어 풍자에 풍자를 거듭한다.

인문주의 운동과 종교개혁이 맞물려 있던 시대에 나온 이 책은 에라스무스가 가벼운 마음으로 쓴 것과 달리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르네상스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저작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에라스무스가 이토록 신랄하게 당대를 풍자했다고 해서 종교개혁에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에라스무스는 가톨릭 신앙을 바른 방향으로 다시 세우길 원했다. 여하튼, 이 책의 <해제>에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특유의 상세한 설명까지 읽고 나니 가볍게 읽었으되 가볍게 마무리한 것 같지는 않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역시 고전은 제대로 된 원전번역본을 읽어야 한다. ㅎㅎㅎ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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