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제국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강조한 인간 삶의 '잉여성'이 자동화가 판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도리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p. 14)
인간-삶의 첫 교류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가장 직접적으로 공유된 행위이고, 그런 의미에서 최초의 정치적 행위이다. 마침내는, 그리고 바로 이야기 때문에, '최초' 자체가 해체되고, 이야기하기의 무궁함 속에서 '낯설음' 속으로 흩어진다. 그러므로 아렌트의 이야기 개념은 하이데거가 존재를 본질화하고-초기화하며-이성화시키는 것에 대한 급진적 대답이다. 짧게 말하면, 아렌트의 이야기 개념은 하이데거 존재와 그의 시적 언어의 면밀한 해체다. (p.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