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공부 - 우리가 평생 풀지 못한 마음의 숙제 EBS CLASS ⓔ
최광현 지음 / EBS 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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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타인,

가족의 숲을 지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의 여정

"상처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아무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세상 모든 가족을 위한 마음 수업

최광현 저자의 책을 좋아한다. <가족의 두 얼굴> <가족의 발견>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를 읽었었는데 다른 심리서들처럼 두루뭉술하지 않고 정확한 문제점을 짚어 주면서 동시에 내 잘못이 아니라고 확 내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멀쩡해 보이는 집이라고 해도 세상에 알고 보면 사연 하나 없는 집 없다고 하지 않는가. 행복한 가정이라고 늘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불행한 가족이라고 늘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게 인생이고 삶이지만 간혹 너무 큰 상처를 입었을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 최광현 저자의 책은 그런 도움 중 하나로 무척 유용하다.

놀랍게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상처는 대부분 가족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상처는 가족 바깥에서 벌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상처가 처음 태어나는 근원지가 바로 가족인 것입니다. (p. 8)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설령 우리 가족은 완벽하고 아무 문제없다고 한다면 사실 그게 더 염려스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끝없는 갈등과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끝없는 문제가 오더라도 그것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p. 17)

세상에 공부할게 참 많은데... 가족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것처럼 여겨지는 가족이지만 어차피 나 말고는 모두 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나'만 잘 안다. 아니, 내 마음을 '나'도 잘 몰라서 더 문제인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해, 부부 사이에 대해, 세대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일상에서 접하는 왠만한 관계갈등 문제를 두루 포함하고 있어서 편안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부모와 자녀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부모의 성장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상처가 유전자보다 강하게 대물림된다고 표현한다. 그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부모의 어떤 상처가 이어졌는지 살펴 봐야 한다. 모녀 지간이 친구일 수도 있지만 중독사이가 될 수도 있고 부자 지간이 서먹함을 넘어 위해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가족관계에서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끝없는 삼각관계를 돌아가면서 괴로워질 수도 있고 그러다 독립하지 못한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저자는 부모와 갈등관계가 심각해 졌을 때일수록 '나'를 '내'가 지켜줄 것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이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가족에게 상처받은 모든 사람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p. 126)' 말한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과는 다르다. 그동안 돌보지 못한 '나'를 돌아보는 것이 가족문제에서 벗어나는 첫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일뿐.

부부에 대해 저자는 '나와 가장 닮은 타인' 이라고 표현한다. 부부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 같지만 실상은 여섯 사람이 얼키고 설킨 관계다. 양가의 부모님에게서 각자 어떤 상처를 물려 받았고 양가의 부모님이 서로의 부부지간에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에 따라 현재의 '내'옆에 있는 배우자 와의 사이가 크게 달라지곤 한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벽'이 될지 '문'이 될지 또한 '내'가 그 갈등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가 존중하지 않았는데, 내가 힘들 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사람은 없다. (p. 178)' 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지사지에는 새치기를 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는 현재의 20대 젊은 층을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각 세대별로 각자의 성장하던 사회적 배경이 달랐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때보다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세대라고 한다. 풍요롭게 자란 세대라고 폄하하면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다. 세대간의 갈등 또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므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왜 그토록 불안에 떠는지 그 아픔을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자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도사린 긴장과 갈등을 풀 수 잇는 유일한 해결책은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음 세대의 시간이 건네는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p. 258)' 라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세대를 공감하기에 앞서 간섭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을 가져보아야 할 것 같다.

상처받은 사람은 내면의 옷장이 쏟아진 것입니다. 아무리 지난 시간을 잊고 오늘을 살다가도 예기치 않은 상처가 찾아오면 마음 깊이 쌓아놓은 옷장이 갑자기 쓰러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급한 마음에 옷장을 일으키고 흩어진 옷가지를 대충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아버립니다.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옷장 안에 그대로 뒤엉켜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대충 집어넣었던 옷장의 옷들이 떠오릅니다. 다시 문을 열고 하나하나 꺼내 버릴 것은 버리고 갤 것은 개면서 정리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중에서 내면에 뒤얽힌 감정의 찌꺼기를 정리하고 문을 닫는 '직면'이 가장 힘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은 결국 어지러운 옷장을 외면한 채 또 다른 내일을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겪은 상처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내면에 쏟아진 옷장을 대충 묻어두고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와 마주보아야 합니다. 문을 닫아건 과거의 상처와 만나고 치유하고 회복하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핵심은 내게 상처를 주었던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용서고 화해하는 게 아닙니다. 바로 상처받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가해자에게 분노와 원망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무기력하게 상처를 떠안을 수밖에 없던 나약한 자기 자신을 보둠어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수치스러워 하지 않고, 따뜻한 손을 내미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p. 263~264)

내 마음의 옷장 상태는 어떤지 가만히 들여다 보자. 왠만큼 혼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참 다행이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난다면, 할 수는 있겠는데 버거워서 미루게만 된다면 정리 도우미를 불러보자.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더라도 좀더 자~알 해보고 싶다면 정리 도우미를 가볍게 부르자. 저자의 조언이 기꺼이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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