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본격적으로 원소들 하나하나를 살펴볼 차례다. 원소 하나하나 마다 그 탄생기가 하나의 역사이자 발전사였다. 그런데 원소 이름들을 알게 되면서 대한화학회에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책의 앞쪽에 '일러두기'에서 '대한화학회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써오던 원소 이름을 영어식으로 대폭 바꾸었다.' 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갔다. 이 책의 옮긴이 또한 '대한화학회는 이런 역사적, 지리적, 언어적 배경을 무시하고 이테르븀, 테르븀, 에르븀이 아니라 영어식 발음을 따 이터븀, 터븀, 어븀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p. 45)' 라면서 안타까워하는데 나또한 그런 마음이었다. 많은 학문들에서 학명은 라틴어를 사용한다. 라틴어 학명은 만국공통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영어식 발음으로 고치려 하는가? 우리나라 언어가 영어도 아닌데. '대한화학회는 '두브나'라는 러시아 지명을 무시하고 105번 원소를 두브튬이 아니라 영어식으로 '더브늄'으로 표기하기로 정했는데, 이는 파리Paris를 패리스라고 표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옮긴이 (p. 105)' 프랑스의 도시 파리를 한국사람 중 누가 패리스라고 읽을까? 그런데 대한화학회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게르마늄이라는 원소를 저마늄이라고 바꿔 부르라는 식으로 많은 원소이름들을 바꿔버렸다. 라틴어 학명을 굳이 영어발음으로 고치려는 대한화학회의 결정은 큰 착오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이 책의 주된 내용들인 원소들의 이야기이자 주기율표의 이야기는 때로는 우주적이었고 때로는 인간적이었다. 때로는 실수가 있었고 때로는 경쟁이 있었고 때로는 파괴적이기도 했지만 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어쨌든 화학은 물리나 지구과학, 생명과학과 연결되면서 과학은 서로 유기적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었다. 더구나 '범우주적으로 보편적인 것(즉, 외계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몇 안 되는데, 주기율표도 그중 하나이다. (p. 247)' 라고 하니 주기율표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과학을 학문적이라기 보다는 편한 이야기로 읽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화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쉽고 유용하게 읽을만한 책이 될 것 같다.
ps. 그런데 왜 책 제목이 주기율표 어쩌구가 아니고 '사라진 스푼' 이냐고?
그건 갈륨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 같다.
지구상에서 돌고도는 공기를 굳이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이라고 불러서 독자의 관심을 확 끌어당겼던 것처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