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현대 미술 - 세상을 뒤흔든 가장 혁신적인 예술 작품들
수지 호지 지음, 이지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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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가장 혁신적인 예술 작품들

영국왕립미술협회 회원이면서 미술사학자라는 수지 호지의 책들 중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과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미술책의 특장점인 크고 선명한 도판에 저자의 깔끔하고 명료한 서술까지, 미술에 대해 비전문가인 나같은 독자가 읽기에 참 좋은 책들이었다. 그러니 미술 중에서도 내가 가장 난감하게 느끼는 현대 미술에 대해 시대순으로 정리해주는 저자의 이 책이 반갑게 다가왔다.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을 보여주는 미술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다. 묘사된 대상이 사실적으로 보일 때, 우리는 작가가 기술적으로 숙련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미술은 변했고, 현재 생산되는 많은 작품은 우리가 알아볼 만한 것들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중략) 미술은 언제 그리고 왜 변했을까? (중략) 이런 모든 문제를 탐구하고자 이 책은 미술계를 강타하고 미술사의 경로를 바꾼 1850년대 이후 생산된 혁신적인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p. 6)-서론 中-

저자는 1850년대 이후 미술계에 혁신적인 변화들이 시작되었다고 명확한 시점을 제시한다. 마음에 든다.

두루뭉술해보일 수 있는 예술작품들에 대하여 이렇게 깔끔하게 연대정리며 사건들을 정리해주는 책은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읽기에 참 좋다. 저자는 '미술은 언제나 그것이 속한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흔히 작가는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작품에 반영하고, 대개는 사소한 방식으로라도 독창적이기를 추구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p. 7)' 라고 말한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역사적 변화들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저자가 연대순으로 시대적 주요 사건들의 연표와 함께 미술사조까지 정리해주는 이 책은 그야말로 깔끔 그 자체다.

저자는 1850년대 이후의 시기를 5챕터로 구분한다.

전통의 타파 : 1850~1909 → 전쟁의 참상 : 1910 ~ 1926 → 갈등과 퇴조 : 1927 ~ 1955 → 상업주의의 저항 : 1956 ~ 1989 → 프레임 너머로 : 1990 ~ 현재

시대적 구분만 봐도 단순히 10년이나 50년단위로 그냥 뭉퉁그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특징을 잡아서 구분했기 때문에 이 5시대 구분만 알아도 현대미술의 개력적 흐름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챕터의 시작에는 늘 그 시대 예술에 대한 개요 설명이 있다. 그리고 시대적 사건들에 대한 간단한 연표가 있고 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품들 하나하나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사이사이 미술사조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그렇게 200여 페이지의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현대 미술의 혁신적 작품들은 어느정도는 훑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책이 이렇게 명료할 수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통의 타파에는 튜브형 물감의 발명이 핵심 사건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휴대용 이젤의 발명까지 함께 묶어 이 두가지 발명품이 동시대에 등장했기 때문에 전통을 잇는 것이 아닌 혁신이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튜브형 물감에 대해서는 미술책 좀 몇 권 읽다보면 상식처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간단하고 짧은 서술 속에 휴대용 이젤의 중요성까지 부각시키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전문가의 책이구나 싶었다.

미술용품의 발달도 미술에 혁신을 가져왔겠지만 세계대전만큼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은 없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예술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전시장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21세기가 도래했을 때, 미술가들은 전보다 더 개별적으로 작업했고 미술운동은 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술은 어쩌면 계속 '현대 미술'이라고밖에는 부를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략적으로 현대미술을 훑어나가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미술책의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그림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책은 다양하다. 저자의 책만해도 현대미술을 다룬 책이 이 한권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을 다룬 책이라 해도 책마다 포인트가 다르다. 예를 들어, 저자의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 이라는 책은 제목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이 돋보였다면 이 현대미술 책은 미술사적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현대미술로 오기까지 혁신의 선구자였던 작품들에 대해 왜 그 작품이 '혁신적'인지 설명함으로써 현대미술의 흐름을 깨닫게 해준다.

도판을 크게 배치한 미술책들은 코팅된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좋지만 사실 빛이 반사되어서 눈이 아플 때도 종종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게 두툼한 종이질감의 책이었다. 처음엔 좀 낯설고 아쉽기도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빛이 반사되지 않는 종이이면서도 큰 도판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느껴져서 이또한 좋았다.

현대미술이 어렵고 왜 봐도 알수 없는 작품들을 만드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궁금하고 관심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왜 현대 미술이 발칵 뒤집힐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면서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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