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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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극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 실화소설

실화 주인공을 다룬 역사소설이다보니 책날개의 저자 소개 아래에 인물소개가 실려 있었다.

허금파 1866?? ~ 1949??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 후기,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 이후 두 번째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성 소리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 무대에 올라 창극 <춘향전>의 월매 역을 맡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예술 활동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철종 또는 고종 재위 무렵 김천에서 태어나 고창 동리정사에서 소리선생 김세종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대에 관기였고 후처가 된 후 뒤늦게 동리정사에 들어가 한성으로 올라갔을 무렵이 이미 30대였던 그는 소리에 대한 꿈을 결코 놓지 않는 예인이었다.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전국의 소리꾼들과 함께 자리를 겨루던 때에도 남성 중심의 소리판에서 주역을 맡아 권력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하층민의 삶을 대변하는 월매로 무대에 선다. 진채선의 명성에 힘입지 않고 스스로 최고에 오르고자 했던 그의 소리 인생은 세상을 떠난 지 70여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저 위에 적힌 삶 그대로 재현된다.

부족한 자료로부터 한 인물의 인생을 풍성하게 살려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겠으나 다큐가 아니라 소설이니까 허구적 요소가 이미 들어가는 장르이므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낼법도 했으련만 좀 부족하게 느껴졌다. 금파의 인생사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서 심정적 공감이나 몰입이 잘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시대사가 잘 풀어진 것도 아니어서 뚝뚝 끊기면 끊기는 대로 그냥 읽어야 하는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독자의 상상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구멍이 나면 구멍이 난대로 대충 건너뛰어가며 읽으면 그만인 전개라 딱히 인상적인 장면도 남는 문장도 없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는데 이러한 생경함은 작품뒤에 실려있는 '심사평'에서 좀 설명이 되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뒤에 심사평이 실려있다.)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은 제한이 있다. '산·들·강·바다가 조화를 이룬 천혜의 자연환경과 고인돌 문화와 마한 문화를 꽃피운 한반도 고대 문화의 중심지요, 유구한 역사를 통해 세계유산을 창조한 자랑스러운 땅 고창! 우리 고창의 이야기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담을 수 있는 장편소설' 한마디로 '고창의 역사·자연·지리·인물·문화등을 소재와 배경으로 한 작품'이어야 한다. (p. 251)

그러니까 제한요소가 너무 많은 상태에서 추렴된 작품이다보니 이조건저조건에 맞추려다 소설적 '맛'이 별로 없는 작품만 가능했던게 아닐까 싶은...

문학상에 대한 엄청난 자긍심도 그렇고 심사평에서의 엄청난 미사여구도 그렇고 좀 과하다 싶다. 좀더 독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문학상으로 기억되려면 지나친 허세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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